오시영의 세상의 창-혼돈의 시대, 단풍잎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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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혼돈의 시대, 단풍잎의 대한민국
  • 오시영
  • 승인 2014.10.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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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4년 대한민국 가을은 “혼돈”이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사람의 인심이 그렇다. 이 혼란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수많은 복합적 요인들이 작동하겠지만, 그래서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찾아야 한다면 가장 큰 원인으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의식과 제도는 함께 가야 하는 쌍두마차이다. 쌍두마차를 이끌어야 하는 두 말이 서로 같은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면 그 마차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쌍두마차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의식과 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민주주의, 모든 국민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해 민주주의의 단맛을 보았다. 아니 그 단맛을 보기 위해서 대한민국 정부 이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과 50년 이상 저항하며 투쟁해 왔다. 그렇게 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현재의 헌법을 얻어내었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고, 그 10년의 짧은 기간 동안 민주주의의 달콤한 참맛을 보아 버렸다.

그 10년 동안 국민은 대통령의 잘못을 신랄하게 풍자할 수 있었고, 그 풍자를 대통령은 당연한 듯 지켜보며 웃었고, 그 즐기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 또한 즐거울 수 있었다. 권위의 상실이 아닌 권위주의의 상실을 통해 우리 국민은 여유로워졌고, 일상생활 속에서 공기를 숨 쉬듯 민주주의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언론과 양심의 자유를 만끽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과거의 잘못이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친일인명사전편찬을 일단계 마무리하여 잘못된 자들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잘못된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는 역사바로세우기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다. 독재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수십 년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해야 했던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재심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 사면복권되었고, 사법부는 수없이 머리를 조아려 선배판사들이 독재권력에 아부하며 내린 부정직한 판결에 대해 사죄하였다. 더불어 인터넷의 발달로, SNS를 통한 국민의 소통이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이제는 어느 누구도 타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타인의 행동을 억압하는 반민주주의가 이 땅에 발 붙일 수 없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는 자기검열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피부로 체감하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자유를 만끽하게 만들던 SNS가, 다음카카오로 상징되던 소통의 사회적 시스템이 어느 순간 감시의 수단으로, 통제의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음을 실감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 섰다는 청와대의 말 한 마디에, 발 빠른 검찰이 다음카카오톡 같은 SNS 시스템에 대한 감청이나 압수수색 등을 벌릴 듯 국민사찰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적극적 행동에 나섰고, 많은 국민들은 사생활 노출을 두려워하며 텔레그램 등으로 사이버망명을 떠나게 되었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부의 옹졸함이 대한민국을 어느 면으로는 새로운 혼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리로 흘러가면 될 것인데, 다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대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으려는 듯한 시대착오적 행위가 여기저기에서 들끓고 있는 것을 보며, 혼란스럽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르몽드를 비롯한 외국의 유수한 언론조차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에 대해 반민주적이라고 염려하는 기사를 내보내겠는가,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인호 KBS이사장이 국감장에서 “김구는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하신 분으로, 대한민국 공로자로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고 공개발언하였다. 평생 역사학자로서 살아온 그의 오도된 역사관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역사관을 가진 이가, 대학교수로서 수십 년간 재직하면서 후학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르치고, 대한민국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KBS이사장으로서 매일매일 대한민국 국민의 생각을 방송으로 전달해야 하는 KBS를 대표한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구 선생은 해방 당시 대한민국상해임시정부의 대표인 주석이었다. 그가 해방 후 귀국길에 올랐을 때, 미군정은 임시정부의 주석 자격을 사용할 수 없다며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것을 강요하였고, 어쩔 수 없이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의 주석인 점은 개인자격으로 입국하든 주석 자격으로 입국하든 변하지 않는 역사적 진실이다. 신탁통치를 구상하고 있던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주장하며 미국의 생각과 달리 자주독립의 길로 나서려는 김구 주석이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구 주석의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87년 민주화운동결과 얻어낸 현행 대한민국헌법을 통해 정당한 대한민국의 법통으로 추인받았음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행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라고 하여, “현재의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법학자로서,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감동한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이 대한민국에서 실현되는 날이 온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기에, 언제 저 헌법 전문대로의 대한민국이 완성될 수 있을지 가슴 설레며 그 날을 꿈꾼다. 5천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화민족임에 대한 자부심, 외세에 대항하며 독립을 주장할 수 있었던 3·1운동정신에 대한 존경심, 망명정부일망정 대한민국의 정부를 유지해 온 독립정신에 대한 경외감, 독재권력의 불의를 인정할 수 없어 국민이 궐기한 4·19민주이념에 대한 긍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분단의 슬픈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통일의지에 대한 강고함, 자율 속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함양을 위한 염원,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의 기회 균등의 평등사상에 대한 간구,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시민의 책임의식의 자율적 고취를 통한 자긍심, 세계평화에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세계인으로서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대한 의지, 더 나아가 우리 자손들의 영원한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겠다는 미래지향적 가치관의 의지표명 등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고,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지상천국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우리의 민족의지를 함축시킨 것이 현행 대한민국헌법의 전문, 헌법정신인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광복 당시의 주석인 김구 선생을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 반대하신 분으로, 대한민국 공로자로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는 망언을 공개국감현장에서 황당하게 발언하는 역사관을 가진 이가 어떻게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장일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렇게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이가, 친일행위자였던 자신의 조부의 반민족행위에 대해서는 당시의 지식 있는 직장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직장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래서 친일행위는 직장인으로서의 업무수행이었기에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편파적 역사학자가 “대한민국 쌍두마차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역사의 역주행을 시도하는 행위를 통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혼돈의 와중에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전도의 사상들이 사회곳곳에 만연되다 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우왕좌왕하게 되고, 무질서의 극치로 치닫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민주시민들의 집회, 시위 현장에는 수백 수천의 전경을 순식간에 집단배치하는, 명박산성, 근혜산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철벽방어장치를 강구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경찰이 이번 분당 야외공연장에는 전혀 배치되지 않았고, 그 결과 환풍구 위에 많은 사람이 올라갔다가, 추락하여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비극이 발생하였다. 3천명 이상이 모여야 경찰이 치안활동에 임한다는 내부규정이 그냥 황당할 뿐이다. 환풍구 설치에 관한 기본 원칙에 대해 여태까지 논의 한 번 제대로 없었다는 정부가 황당할 뿐이다. 과연 환풍구 위를 걸어보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 그 위를 걸으며 이 환풍구가 내려 앉아 지하로 추락하여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을 얼마나 많은 국민이 해 보았을까? 위험표지판 하나 없고,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고, 적정 하중이 얼마인지, 버팀목이 얼마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치원칙이 애매모호했다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사전 안전예방을 주장하는 이가 바보취급을 받는다.

단풍이 곱게 물든 대한민국,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나뭇잎은 말라 죽어가면서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을까? 호화찬란한 외관의 발달과 달리 대한민국은 경제적 양극화로, 정치적 양극화로, 학벌적 양극화로, 지역적 양극화로 병들어가고 있다. 이념의 갈등으로 병들어가고 있고, 불필요한 반역사적 역주행으로 골치아파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식과 제도의 올바른 선순환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켜, 저 헌법 전문의 헌법정신으로 되돌아가 자율과 책임의 시대를 이룩해야 한다. 김구 선생을 대한민국 공로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저 폭언자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헌법 개정 논의와 관련하여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김무성 당대표가 충돌하고 있다. 어쩜 청와대는 김무성 당대표의 모든 약점을 종합수집하여 이것을 터뜨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고 있을지 모르겠고,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 1년을 무사히 버텨 2016년 총선 공천권을 당대표로서 행사할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냐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혼란의 와중에 권력의 실핏줄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노랗고 빨간 단풍잎의 속살을 들여다보듯 말이다.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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