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산정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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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산정무한
  • 법률저널
  • 승인 2003.12.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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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의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만 암연히 수수롭다.”

고등학교 때 청명한 어느 가을 날,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창밖을 바라보시며 읊으시던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끝부분이다. 그런데 오인용(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다음 카페에서 인기 있는 플래시 만화임,,,‘폭력교실’편을 떠올리시면,,,,,손호석,,,,,난닝구....체 게발이,,,,태권도 여선생,,,,,,)에서나 나올만한 에피소드가 있다.
 
평소에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암송 하시는데, 선생님이 마지막 구절을 읊으시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때마다 맨 앞줄에 앉아 항상 오버하는 친구 두 명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늘 ‘캬~아~’,‘하~’,‘조오타~’ 뭐 이런 식으로 선생님께 답변을 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뭘 잘 못 먹고 왔는지 신성한 국어 수업 시간에 써서는 안 될 감탄사가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고 말았다. “캬~아~c발~”
들릴 듯 말 듯 퍼져나간 소리를 선생님께서 들으셨는데, 맘 좋으신 선생님은 애교로 봐주시고 주의만 주셨는데, 만약 오인용의 나인구(별명:난닝구-평소에는 온화하나 화가나면 런닝구 차림으로 사랑의 구타를 하는 국어담당)선생이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내이름은 나인구다 에~참고로 나는 참 얼굴 생긴대로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수업 방해만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알았지 그 때 니들 이리 나와바 에이 깐돌이 같은 놈 저기가서 손들고 서있어 에이 이놈들  수업분위기 흐려 놓고 있어......(수업하려다가 갑자기),,,,,저 dog새끼 생각하니까 x나 열받네..,왜 첫시간부터 떠들고 난리여 시원하게 맞어 볼텨,,,x새끼들아,,,,,,,퍼버벅,,,퍽,,,,애들아 미안해 내가 좀 흥분을 잘해 내 한가지만 부탁하자 니네 선배들한테 못들었나본데 내가 난닝구만 남으면 날 말려라 내가 난닝구만 남으면 우리 부모가 와두 못말려(자 이제 수...업....은 무슨 수업) x새끼들 생각할수록 더 열받네 퍽..퍽....내가 맨날 이런거만 해야돼 어어,,,,니들두 똑바루 들어 c발놈들아 내가 난닝구만 남으면 날 말리랬지 선생말이 말같지 않어 x새꺄 니들이 난닝구를 알어@@”

지난주에 교수님께서 부르셔서 오랜만에 춘천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4월~7월을 교수님과 함께 살면서 배우고 느낀점이 많았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차츰 하기로 하고8월에 다시 서울로 왔으니, 네 달 만에 찾은 호반의 도시는 어느새 겨울의 옷을 차려 입고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차를 한잔하러 간 곳은 잠시 춘천에 살 때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는데,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배경(금강산)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 경치가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커피향이 배경에 녹아 버릴 기세였다.

이상욱(sylee_77@hanmail.net)
사법시험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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