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김혜선 시인의 “만종”, 능멸의 포식자를 쏘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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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김혜선 시인의 “만종”, 능멸의 포식자를 쏘아버려라
  • 법률저널
  • 승인 2014.10.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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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2014년 가을, 대한민국에는 하이에나, 포식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못되고 악한 탐욕의 포식자들이 대한민국을, 정의를 능멸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용하라고 위임되어진 국가권력을 남용하다 못해 냄새나는 똥 싸지르듯 여기저기에서 무질서와 방종을 일삼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저 강고하고 못된 무리들을 어떻게 단죄해야 한단 말인가? 대한민국 군대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부하를 지휘하고 감독해야 할 상관들이 앞장서서 부하들을 괴롭히고 고문하고 있다. 남군에 의해 여자군인들이 능욕을 당하고 있다. 상관이라는 이름으로, 고과를 평정하고 진급 및 보직 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그 잘난 남자 상관들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한 여군들을 겁탈의 대상으로, 성희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썩어빠진 군인들을 향해 피해자인 여자군인들은 왜 총을 겨누지 못하는가? 성폭행을 일삼는 상관이 있다면 그들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다시 한 번만 내 몸을 만지고 추행을 시도한다면 네 놈 가슴에 총알을 쏘아버리겠다고 단호하게 그대의 의지를 표명하지 못하는가? 나는 여자가 아니라 군인이고, 당신은 남자가 아니고 단지 상관일 뿐이라고, 우리는 같은 군인일 뿐이라고 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가?

청춘이여, 젊은 남자여, 젊은 여자여, 왜 그대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용기를 상실해 버렸는가? 고등교육을 받고, 부모로부터 애지중지 사랑을 받고 성장한 그대들이 왜 그대를 해하려는 못된 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굴종하며 비실거리며 그대들의 인격을 지키지 못하는가? 겁먹지 마라. 그대들을 능멸하려는 자들의 뺨따구를 때리고, 그들의 심장에 총알을 박고, 그들의 등에 칼을 꽂으라. 그대들은 그대들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들에게 가장 큰 해악을 가하라. 그대들을 괴롭히는 못된 포식자들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만천하에 소문내라. 악한 무리들은 어둠 속에서만 생명력을 부지하나니, 쥐구멍에 숨어 있는 그 하이에나 떼들을 밝은 태양 아래로 끌고 나와 온천하 만민 앞에 그들을 세우라. 그리고 단죄하라. 제발 고함치고, 소문내고, 악을 쓰라. 세상은 언제나 그대들 편이다. 악한 강자의 편일 듯싶지만, 세상은 진정 피해당한 약자 그대의 편이니, 세상을 믿으라.

이 능멸의 세상, 김혜선 시인의 “만종”이라는 시 한 편 읽어 보자. “새끼 늑대를 잡아와/ 밥을 먹이고 사람 냄새를 묻혀 키우면/ 늑대는 개가 되어 늑대를 사냥한다// 개가 늑대를 죽이고/ 늑대가 개를 죽이는/ 파미르 고원의 눈발/ 서로의 피냄새가 서로를 연민하는 밤// 갈치를 잡는 미끼는 풀치다/ 꽁치를 쓰기도 하지만 어린 갈치에 못 미친다/ 나중 잡힌 애비의 입에 먼저 잡힌 새끼가 걸려/ 가벼운 은빛 죄로 반짝거리는 밤// 죽은 아이를 담은 감자바구니 곁에서 두 손을 모은 부모/ 아이는 버리고 감자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온다/ 검은 새들이 저녁종 소리를 덮었다// 진동이 시작된다/ 모든 밤이 뒤 따라온다”(전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4, 9-10에 수록).

늑대들이 여기저기에서 울부짖고 있다. 인간들이 언제부터인지 새끼늑대를 잡아와 사육하더니 개처럼 만들어 버렸다. 개가 되어 버린 늑대가 자기가 늑대인 것을 모르고, 자기의 동족인 늑대를 사냥하는 이 황당함이, 김혜선 시인의 저녁, 그 황혼의 고요함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에서 전개되고 있다. 부하를 지켜야 할 상관이 부하를 겁탈하고 능멸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개가 늑대를 죽이고, 늑대가 개를 죽이는, 이 악순환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엉켜서 서로를 직시한다. 그 직시의 눈빛이 초점을 잃고 무의미하다. 빌어먹을 세상이다. 포용과 사랑은 어디로 가고, 서로가 서로의 피냄새에 흥분하여 또 다른 피를 쫓는 하이에나 떼가 되어 버린다.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다.

김혜선 시인은 말한다. 갈치를 잡는 미끼로는 새끼 갈치인 풀치가 제 격이라고. 에미를 잡기 위해서, 애비를 잡기 위해서 새끼가 죽어나가는 세상, 그게 시인의 눈에 비치는 2014년 대한민국이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에서는, 눈덮힌 파미르 고원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오직 죽이고 죽는 일만 있을 뿐이다. 고원은 평야이다. 아니 평야가 아니라 산이다. 고원을 평야로 착각하며 살아온 인간들이 고원에서 서로의 피냄새에 굶주려 포식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죽은 아이를 위한 슬픔은 아주 잠시일 뿐, 차라리 한 끼 구휼의 밥이 되어주는 감자가 더 소중하다.

2014년 가을, 대한민국은 전쟁터이다. 여전히 세월호 사건은 표류 중이다. 아이는 죽었는데, 그 아이의 영혼을 담을 바구니는 어느새 비워지고, 거기에 한 끼의 감자가 담겨져 있을 뿐이다. 죽은 아이를 버리고, 그 바구니에 감자를 꾸역꾸역 담아 집으로 돌아와 한 끼 식사가 해결되었다고 안도한다면, 그가 진정 인간인가? 밥이 생명을 무시한다. 김혜선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감자 바구니를 들고 오는 날, 검은 새, 죽음의 새들이 만종, 저녁종 소리를 덮어 버렸다고. 이제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의의 소리는 더 이상 울려 퍼지지 못한다. 하지만 김혜선 시인은 말한다. 진동이 시작되었다고, 언젠가 화산이 폭발할 날이 올 것이라고. 그 진동의 뒤 끝에 모든 밤이 뒤따라 올 것이라고,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다음카카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 감청 등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카카오톡은 사랑방대화이다. 사람들이 너나 나나 사랑방에 모여 앉아 호롱불을 켜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음담패설에서부터 국가와 민족, 세계만민과 우주론적 명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에 대한 대화가 가능한 곳이 다음카카오톡이다. 그런데 그 사랑방대화를 엿듣는 쥐새끼 역할을 대한민국 검찰이, 경찰이 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 어떤 판사는 특별한 고뇌의 인식 없이 그러한 압수수색과 감청을 허용하는 영장을 남발하고 있다. 소름끼친다. 내가 사랑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누가 엿듣고, 지켜보고 있다면 말이다. 아, 없을 때는 나랏님도 욕하고, 자유분방하게 음담패설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친구와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며 음담패설을 나눈다고 하여 그 사람의 인격을 그 누가 의심할 것인가? 점잖을 때는 한없이 점잖하기도 해야겠지만, 낄낄거리며 히히덕덕거릴 때는 개구쟁이가 되어 낄낄, 히히덕덕거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숨통이 트이고, 정신이 돌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점입가경이다. 다음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밴드 역시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수색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SNS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급받아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SNS의 속성상 한 사람의 카톡이나 밴드에 대한 압수수색은 필연적으로 그와 인터넷에서 사적 대화를 나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대화내용까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전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생활 노출을 두려워 한 국민들이 사이버망명길에 나섰다. 대한민국의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밴드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의 텔레그램으로 사이버망명을 하더니 이제는 카나다 또는 영국 등으로 가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SNS에서 국가 원수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어 섰다는 분노의 한 마디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검찰이, 경찰이 알아서 기기 시작했다. 약한 서민들 앞에서 그렇게 목에 힘주고 뻣뻣하던 수사기관이 한순간 초라하게 기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알아서 기기 시작한 첫 번째가 국민들의 사이버 대화를 엿보겠다는 것이다. 그대들은 왜 그리 기는 것을 좋아하는가, 지네 새끼도 아니면서, 바퀴벌레도 아니면서. 제발 좀 서서 걸어라. 대통령 자리가 칭송도 받지만 욕도 얻어 먹는 자리라, 욕을 하는 국민이 있으면 그 욕에 귀를 기울이고, 아, 내가 이런 것을 잘못해서 욕을 먹는구나 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지, 화를 내며 분노의 목청을 돋울 사항은 아닌 듯싶은데 말이다.

사이버 망명을 떠나는 많은 고객들을 보면서 다음카카오가 겁이 덜컥 났나 보다. 이렇게 고객이 회사를 믿지 못하고 떠나게 되면 우리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이석우로 하여금 지난 13일 “앞으로 법원의 영장 발부에 의한 검찰의 통신제한조치나 패킷감청 등의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공개적으로 시민불복종선언을 해 버린 것이다. 영장집행을 하러 왔을 때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가 여부인데, 소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막강한 공권력의 주체인 검찰이 스스로 다음카카오 서버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음카카오가 물리력을 행사하여 영장집행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협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겠다. 물론 기술력이 떨어진 검찰이 다음카카오 서버에 연결해서 필요한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난망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장집행을 하는 것을 전 국민이 지켜보게 될 것이니 국민적 저항은 만만치 않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벽은 상상외로 높다. 도대체 정부가 국민에게 안정과 평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사생활을 들쑤시고,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값 등을 사정없이 올려 호주머니를 반강제적으로 털어가겠다고 하니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북한을 향한 삐라살포를 소극적으로 방치함으로써 북한에서 총을 쏘아대고, 우리도 대응사격을 하였다. 국가를 지키라는 장교들은 그동안 곪아 있던 온갖 추행과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써 국민 불신을 사고 있다. 감독하고 질서를 잡아야 할 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범법자가 되고 위법자가 되는 세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늑대와 개가 주체성을 헷갈리며 혼란스럽고, 갈치와 풀치가 물고 물리며, 모든 밤이 진동 속에서 서로 물고 물리고 있다. 정말 행복한 대한민국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행복한 대한민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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