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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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12)
  • 신종범
  • 승인 2014.10.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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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 보조 절차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민사소송에서 집행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된 때는 변호사로 일하고도 얼마를 더 지나고 나서다.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민사집행이 시험 과목이 아니어서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제대로 공부를 해보지 못했다. 필자가 공부할 때는 민사집행법이 독립된 법률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고 민사소송법에 함께 규정되어 있었는데 민사소송법 시험에서 민사집행이 제외되어 있었다. 사법연수원에 들어와서야 민사집행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교수님이 민사집행의 중요성을 역설하셨지만 내용이 너무 기술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잘 와 닿지 않았다.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초기에도 민사집행을 직접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민사집행에 관한 사항은 법무사들이 주로 업무를 처리하였고, 간혹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더라도 직원들이 거의 담당하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행에 관한 사건만을 의뢰하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권리의 확정만이 아닌 그 실현까지 변호사가 직접 해 주기를 바라는 의뢰인들이 있어서 민사집행 관련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권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정하는 것 못지않게 그 권리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집행할 수 없는 판결문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어느 날 시차를 두고 A, B 두 명의 의뢰인이 찾아왔다. A는 갑에게 물건을 납품하였는데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자 갑과 사이에 물품대금을 대여금으로 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강제집행을 인낙한다는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갑은 이후에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법적 절차를 통해서 이를 지급받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A에게 갑이 가지고 있는 재산 상황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전혀 알 수가 없고 위 공정증서상의 주소와 전화번호만 알고 있다고 하였다. B는 을이 공장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여 돈을 빌려 주면서 그 대여금에 대하여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는데 을이 지급기한까지 지급을 하지 않고 있어 역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지급 받고 싶다고 하였다. 을과는 현재 연락도 안되고 재산이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공교롭게 같은 날 찾아온 A, B 모두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구하고 있었다. A는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적혀 있는 공정증서를 가지고 있고, B는 어음에 부착하여 강제집행을 인낙한 취지를 적어 작성한 공정증서가 있으니 A, B 모두 강제집행을 실시하기 위한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위 각 공정증서를 보존하고 있는 공증인으로부터 집행문을 부여받아 채무자인 갑과 을의 재산에 대하여 압류 등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A와 B 모두 채무자가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있었다.

우리 민사집행제도에 의하면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착수하려면 집행의 대상이 되는 채무자의 재산을 스스로 찾아낸 후 그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달라고 집행기관에 집행신청을 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도 A, B가 채무자인 갑과 을의 재산을 알아야 그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 B가 채무자인 갑과 을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조사할 권한은 없다. 갑과 을이 자진하여 자기의 재산 내역과 소재를 알려 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숨기거나 거짓 양도한다면 A, B가 가지고 있는 공정증서는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만약, A, B가 채무자인 갑, 을의 재산상태에 관하여 상세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 A, B는 가장 유효한 집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비용이나 노력이 절감되고 집행기관의 부담도 경감되어 강제집행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민사집행법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채무를 스스로 이행하지 아니하는 불성실한 채무자의 재산을 탐지하여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쉽게 하는 법적 절차인 집행보조절차가 그것이다. 이러한 집행보조절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재산명시절차, 재산조회절차,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절차가 있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따라 금전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일정기간 내의 그 재산의 처분상황을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그 진실성에 관하여 선서하게 함으로써 그 재산상태를 공개하는 절차이다. 재산명시절차는 채권자의 명시신청에 따라 법원이 명시명령을 하고, 명시명령에 대하여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재산의 명시를 위한 기일을 정하여 채무자에게 출석하도록 하고, 채무자로 하여금 명시기일에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재산목록이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을 열람 또는 복사하여 강제집행할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는 점과 절차 진행이 채무자의 협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오히려 재산을 도피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재산조회절차는 재산명시절차가 끝난 경우나 재산명시명령이 채무자에게 송달 불능되어 법원이 채무자의 주소의 보정을 명하였으나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소를 알 수 없어 이를 이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명시신청을 한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개인의 재산과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간·금융기관·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에 관한 조회를 하고 그 결과를 재산목록에 준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채무자의 협력 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채무자의 부동산, 자동차, 건설 기계 등 소유권 뿐만 아니라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예금, 보험금 등 비교적 광범위한 재산탐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재산명시절차를 거쳐야 하다는 단점이 있다.

채무불이행자명부는 일정한 금전채무를 일정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재산명시절차에서 감치 또는 벌칙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한 채무자에 관한 일정사항을 법원의 재판에 따라 등재한 후 일반인의 열람에 제공하는 명부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의무를 위반한 채무자를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등재하여 불성실한 채무자로 하여금 그 등재로 인하여 받게될 명예, 신용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채무의 자진이행을 유도함과 동시에 일반인으로 하여금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용조사를 쉽게 하여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위 사례에서 A, B 모두 채무자인 갑, 을의 재산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강제집행을 하기 위하여는 집행보조절차를 이용하여 재산상태를 탐지하거나 임의이행을 강제하여야 했다. 우선 A와 B의 각 공정증서를 보존하고 있는 공증인으로부터 각 공정증서에 집행문을 부여 받았다. A의 경우, A가 알고 있는 갑의 주소를 기재하여 재산명시명령을 신청하였다. 재산명시명령이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채무자인 갑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후 A는 전액 변제를 받았고, 재산명시신청을 취하하였다. B 역시 재산명시명령을 신청하였는데 명시명령이 B에게 송달되지 못하자 법원에서 주소보정명령을 내렸다. 주소 보정을 위해 채무자인 을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아 보니 주소지가 명시명령신청 당시 주소지와 동일하여 주소를 보정할 수 없었다. 법원은 명시명령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하였다. 재산명시신청이 채무자의 주소를 알 수 없어 각하된 경우 재산조회신청이 가능하므로 채무자 을에 대하여 재산조회를 신청하였고, 재산조회 결과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예금이 있음을 확인한 후 부동산과 예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 실체적 권리 관계의 존부 및 그 존부를 소송절차에서 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다 보니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에는 소홀하였다. 그러나, 의뢰인들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다는 선언보다는 그 권리가 실질적으로 실현되어야 비로서 만족을 얻게 된다는 것을 변호사로서 실무를 경험하면서 깨달았다.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면서 이러한 점도 염두해 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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