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 변호사 2만명 시대의 엇갈린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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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나라 변호사 2만명 시대의 엇갈린 명암
  • 법률저널
  • 승인 2014.09.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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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등록한 변호사가 24일 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계산하면 2천500명당 변호사가 1명, 어린이와 학생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구 1천명당 변호사 1명 시대가 온 셈이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006년 1만명을 돌파한 이후 8년여만에 2만명을 넘어섰다. 1906년 1호 변호사가 탄생한 이후 1만명을 넘기까지 100년이나 걸렸지만, 2만명이 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변호사 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2009년 문을 연 로스쿨의 영향이 크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해마다 신규 등록하는 변호사 수가 900여명 수준이었지만 2012년 1기 로스쿨생이 졸업하면서 변호사 시장에 새로 나오는 인력이 연간 2천명을 넘어섰다.

여전히 OECD 회원국 등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고유의 법률문화가 있고 경제력이나 법조유사직역 등 사회적 여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변호사 1인당 인구나 GDP 대비 변호사 수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기간에 변호사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는 만큼 법률시장이 확대되지 못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굵직한 사건은 대형로펌에 몰리고 개업 변호사나 중·소형 로펌은 사건 수임에 애를 먹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변호사 개업만 하면 고소득을 올리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2012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로 등록한 변호사 중 연간수입이 2천400만원 이하라고 신고한 변호사 비율이 17.2%에 달했다. 월평균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 비율은 2009년 14.4%에서 2010년 15.5%, 2011년 16.1%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로스쿨을 졸업한 청년변호사들의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이들은 ‘로이어 푸어(Lawyer poor)’라고 불릴 정도로 벌이가 신통치 않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 자격인 변호사 자격이 있지만 치열한 취업난과 수임 경쟁 속에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만 급급하고 있는 청년변호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변호사 숫자는 늘었지만 대형로펌 위주의 사건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명암(明暗)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예전보다는 손쉽게 법률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이미 넘쳐나던 일반 송무 변호사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다양한 전문 분야로 법률지식과 전문성을 겸비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를 배출하겠다는 이념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배출된 변호사들이 종전처럼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 또는 기업의 법무실이 아니라 기업의 영업팀, 기술개발팀, 총무팀 등으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진로라는 것이다. 최근 모 언론이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로스쿨 졸업생 2명을 기자로 채용했다. 기자 출신 변호사, 의사 출신 기자 등은 종종 있었지만 변호사 출신 기자는 그간 전무했다. 로스쿨이 3기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변호사들이 점차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검토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지만, 결코 간과해서 안 될 점은 단순히 변호사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만으로 법률서비스가 개선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경쟁이 심화되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증대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법률서비스 질이 오히려 저하되거나 사건 수임을 위해 법조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는 등 부작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도 많다. 더욱이 변호사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일부 변호사들의 일탈 행위로 변호사 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양에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조특권의 해소, 전문적 변호사의 양성, 법률서비스의 제고 등은 결국 변호사를 양성하는 로스쿨 교육에 달린 셈이다. 문제는 로스쿨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소양과 인품, 실력을 겸비한 우수한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무조건 높이기보다는 이제는 변호사 과잉 공급에 따른 전반적인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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