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상고법원 설치안’…윤곽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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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상고법원 설치안’…윤곽 드러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9.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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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고사건 대법원 접수∙대법관 심사∙분류
필수적 심판사건 제도∙특별상고 제도 등 도입

대법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에 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24일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 상고법원의 구체적인 모습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든 상고사건 대법원∙대법관 경유…재판받을 권리 제한 최소화”

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이 발표한 ‘상고법원 도입방안’에 따르면 모든 상고사건은 대법원에 접수돼 대법관들에 의한 심사를 통해 사건이 분류된다.

다만 필수적 심판사건 제도를 통해 헌법이나 법률 규정에 의해 대법원이 심판하도록 정해진 사건과, 재판 결과에 따라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당선무효 사건 등 공적 이익과 관련이 있는 사건, 재판의 결과에 의해 당사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등 형이 선고된 형사사건의 경우 심사 없이 대법원이 심판한다. 이는 모든 상고사건이 대법원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해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상고법원 도입으로 업무 부담이 경감되는 대법원의 심판은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소부는 주로 사건심사와 사실 심리가 필요한 대법원 단심제 사건 등을 맡게 된다.

또 미국의 ‘Amicuc Curiae(법정 조언자)’ 제도와 유사한 제3자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당사자 이외에 제3자의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 공적 토론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계획이다.

▲ 사진: 대법원
상고법원은 대법원 소재지인 서울에만 설치한다. 과거 시행된 고등법원 상고부의 경우 상고심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기 어려웠던 점을 반영한 것이다.

상고법원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경력자를 엄격한 절차를 거쳐 보하고, 원칙적으로 15년 이상의 경력을 요하되 실제로는 2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로 보해질 것이라는 게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보임 자격 심사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으며 법조일원화를 통한 외부 법조경력자의 배치 가능성도 있다.

상고법원은 판사 4인으로 대등하게 구성되며 재판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종국판단을 할 수 있다. 만일 상고법원 법관들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 상반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에는 사건을 대법원으로 이송토록 했다.

상고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경우 원칙적으로 불복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헌법 위반 또는 명력∙규칙∙처분의 위헌∙위법 판단이 부당하거나 결론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예외적인 경우 대법원에 다시 심판을 구할 수 있도록 특별상고 제도도 마련했다.

실질적으로 4심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특별상고는 예외적인 절차이며 이를 제기하더라도 상고법원의 확정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4심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승 사법정책실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통해 대법원과 상고법원 양쪽에서 사회 정의와 국민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나아가 하급심에 의한 조기 분쟁 해결을 도모해 전체적인 사법제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불가피한 선택…상고허가제∙대법관 수 증원 등 의견대립”

주제발표를 맡은 정선주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상고제도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것은 상고허가제”라며 대법원이 제시한 상고법원 설치방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최고법원의 임무는 개별사건에서 개인의 권리구제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법과 판례의 통일, 법관에 의한 법의 형성발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문제가 있는 사건에 한해 상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상고심을 법률심으로 하고 있는 상고제도 본래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며 이같은 제도는 대륙법국가 뿐 아니라 영미법국가에서도 이미 정착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대법원의 기능 강화의 방안으로 제시되는 대법관 수 증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원활하게 행해지기 어렵다는 점,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은 고등법원 소재지마다 상고부가 설치되 법령해석의 통일이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상고법원 설치가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데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원칙적으로 상고허가제가 바람직하지만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할 때 상고법원의 설치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전원합의부로 운영돼야 하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대법원에 의한 사건 분류, 하급심 강화방안의 시행 등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여현호 한겨레신문 논설의원도 “상고법원 제도는 상고심 제도의 개선방안을 둘러싼 기존 논의의 어중간한 절충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법원이 선택가능한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고사건 폭증의 부작용에 대비해 하급심 강화와 대원 구성의 다양화, ADR 활성화 등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다른 종합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사진: 대법원
하명호 고려대 로스쿨 교수와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상고법원 설치안이 불가피한 차선책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 교수는 대법관 증원안은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 상고허가제는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상고법원 도입방안을 지지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면적 상고허가제 도입과 사실심으로서의 1심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2심을 법률심화하는 것이지만 현시점에서 상고심재판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점에 비추어 상고법원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상고심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재야 법조계의 지지가 높은 대법관 증대안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화 변호사는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회복과 과도한 사건 부담 해소,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사건 심리를 원하는 국민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법원으로서의 권위는 숫자의 희소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할 때 비로소 생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봉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장검사는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상고심 제도 개편 방안 중 어떤 방안을 채택할지는 과거 시행된 여러가지 제도들의 실제 성과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 부담 경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만큼 상고사건을 제한할 필요성도 자명하다. 다만 재판을 통한 국민의 권리 보호의 중요성 또한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가치다. 그간 시행된 상고심 제한 방안이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고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는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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