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문제 등…법학부 회귀 길 열어둬야
기초법학교육 강화 없이 로스쿨 미래 어둡다
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 제도의 안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다소 이색적인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로스쿨 일원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사법시험 존치, 예비시험 도입 등 법조계 진출 우회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로스쿨 제도의 안착을 방해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19일 개최된 ‘사법시험제도 존치에 관한 토론회’에서 오히려 로스쿨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새로운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초법학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사법시험의 존속이 필수적이라는 것.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민대 법과대학 이호선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 대한변협 양재규 부협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김한규 부회장, 중앙대 경영학부 황인태 교수, 법무법인 시화 김학웅 변호사, 사법연수원 45기 자치회장 한석현씨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법조인 양성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두고 지난해부터 뜨거운 논쟁이 이어져 왔다. 로스쿨 일원론과 우회로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으로 갈려 대립하고 또 우회로 필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도 사법시험 존치론과 예비시험 도입론으로 나뉘어 대립해 온 것.
이번 토론회는 모든 패널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구성됐지만 그간 논의를 통해 부각되지 않은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는 등 흥미로운 전개를 보였다.
“실무가 양성, 이론교육 없이 불가능…사시존치 통한 기초법학 강화가 해답”
로스쿨이 설립된 주요 대학에서 법학부가 폐지되면서 기초법학이 위기에 몰렸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호선 교수는 “학부 법학교육의 고사는 곧 학문후속세대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법학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학웅 변호사는 독일 법학자 키르히만의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무가치성’이라는 논문을 언급했다. 현 로스쿨 체제하에서 직업으로서의 법학만이 강조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론과 실무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판례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자들이 이론 구성한 학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또 실무가로서 기존의 판례 이론을 공격해 새로운 판례 이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판례 이론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공격의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무가 양성에도 탄탄한 이론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로스쿨의 도입으로 일반대학원 법학과가 쇠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10~15년 후 누가 로스쿨 학생들에게 기초법학을 가르칠 수 있겠냐”는 의문을 던졌다.
“재정적자∙변시 합격률 저하 문제, 법과대학으로 회귀할 수 있는 길 열어야”
로스쿨 인가과정에서 요구된 교원과 시설 등 높은 기준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 대부분의 로스쿨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스쿨에 치중된 투자 등으로 인해 다른 학부와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고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로스쿨에서는 장학금 규모를 축소해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또 인가기준의 완화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의 비용을 비교하고 비용 차이로 인한 소득분위별 진입 장애 정도 등에 관해 전북대 천도정 교수와 함께 연구한 논문으로 화제가 된 황인태 교수는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황 교수는 “로스쿨 인가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비용 손실이 50억에 달한다”며 “결국 이 비용을 다른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메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로스쿨 등 ‘직업’을 위한 학교에 장학금이 없다. 자기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받는 교육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적 취약계층의 교육 기회는 대출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것.
그렇다면 로스쿨의 재정적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호선 교수는 그 해답으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서 로스쿨 운영이 여의치 않은 학교의 경우 자발적으로 법학부로 회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자발적 구조조정과 로스쿨의 통합을 통해 로스쿨별 정원을 적정 규모로 조정할 수 있고 결국 로스쿨 운영의 안정화와 교육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 선택의 자유 보장…사법시험∙로스쿨 이원적 선발로 가능”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고비용 문제, 입학전형의 불투명성 등이 논거로 제시된다.
황인태 교수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에 비해 최종 변호사 취득자 연령이 약 2.56년 더 소요되고 비용도 약 1.74배 더 소요되며 기회비용을 고려한 경우 비용 격차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용차이로 인해 10단계로 나뉜 소득분위 중 사법시험의 경우 1~2분위까지의 국민이, 변호사시험의 경우 1~7분위까지의 국민이 법조계 진입에 경제적 장애를 느낀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로스쿨 입학전형에서 요구되는 스펙비용과 LEET 수험비용에서의 수험생 누적, 장학금 비율의 감소분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비용 차이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한규 부회장은 ‘기회’의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못했다. 삼수 끝에 경원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후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인해 고시촌 꼭대기에 거주하면서 고시식당과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10년 공부 끝에 경원대 출신으로서 첫 사법시험 합격자가 됐고, 이어 후배들 중에서도 합격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하에서 경원대 수준의 대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은 “일찍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로스쿨에 들어간 학생들의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도 판∙검사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며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재규 부협회장은 “사법시험과의 이원적 선발을 통해 돈이 없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은 사법시험을, 돈도 있고 실력도 있는 사람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택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법시험의 폐단(正)→로스쿨제도 도입(反)→이제는 상생∙보완의 길로 들어설 때(合)”한석현 사법연수원 자치회장은 헌법적 관점에서 법조인 양성제도의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학문의 자유,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법조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그는 사법시험의 폐혜를 시정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고, 로스쿨 제도하에서도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에 따라 헌법 규정과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설명했다.
이어 “학부제 부활을 통한 법학교육 정상화와 국민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병행 존치는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변증법적 합이다”라며 “사법시험제도가 폐지의 위험을 부담했듯 로스쿨 또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향상을 위해 온실 밖으로 나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차라리 로스쿨 폐지하고 사시 체제로 회귀하되,
사시로 한 5천명 정도 뽑아서 연수원에 박은 다음에
실무 교육을 빡세게 시켜서 연수원 졸업 자체를 빡세게 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