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57 / 매출수익용 부동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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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57 / 매출수익용 부동산 평가
  • 이용훈
  • 승인 2014.09.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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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필자가 대학시절을 보낸 90년 대, 근 7~8년 자취하며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던 대학동(종전 신림9동)은 요즘 거주자 구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당시 고시 열풍에 온통 젊은 고시생과 장수생(?)으로 골목골목이 붐볐다. 서울시에 이보다 물가 싼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껌 한 통 덜 씹으면 낮 시간 대 비디오방에서 2시간짜리 비디오 한 편 보며 휴식할 수 있었으니. 로스쿨이 도입돼 고시생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자리, 여전히 싼 물가 덕에 지갑 넉넉지 않은 직장 초년생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들었다.

당시 전신주 옆구리를 독차지했던 건, 하숙과 자취방의 시세와 주인집 연락처가 적힌 전단지였다. 요즘 이 역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인근 공인중개 사무소 방매 게시판으로 주소를 옮긴 탓이다. 더불어 지역 정비 차원에서 전선을 지중화하면서 길거리는 몰라보게 정돈된 느낌을 풍긴단다. 슬리퍼에 헐렁한 체육복 차림으로 편하게 왕래하는 고시생이 줄어든 만큼 보행자 행색도 깔끔해졌다고 현 거주자가 귀띔해졌다. 깔끔해진 건 간판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음식점 테이블 회전수는 줄어드는데 업종 전환 속도는 빨라졌다. 몇 년 안 돼 상호와 업종이 바뀌고 수시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란다. 상가는 부침이 심하다. 인구 감소는 곧 상권 수축을 의미하고 폐업과 개업이 빈번하게 교차하니 인테리어 업자만 이 상황을 달가워 할 것이다.

대학 근처 전신주를 도배했던 원룸 광고지처럼 역세권 인근 전단지 붙일 만한 공간에는 수익성 부동산의 홍보지로 가득하다. 매매가는 얼마고, 현 월세 수입은 얼마인지 소개하는 광고지다. 매가에 연동돼서 월세는 책정되고 월세 수입의 정도를 고려해 매가가 형성되는 원리는 곧 부동산 평가에서 수익환원법 논리의 단초가 된다. 임대차 관리 용역을 담당하는 업체에서 간혹 임차인 교체를 통해 수익가치를 높였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공간의 점유는 최고 비용을 지불하려는 자에게 할당된다는 논리에 의하면 그저 부동산의 최유효사용을 도모한 것뿐이다. 원룸이나 상가의 매가 결정 시 현 임대수입의 규모가 영향을 끼치듯 특정 부동산은 업종의 매출이 주된 관심사다. 사우나, 모텔로 이용 중인 매출수익용 부동산이 그들이다.

연 단위 임대차 계약이 일반이라면, 이들 부동산은 암묵적 초단기 임대차를 전제한다. 하루 밤 자는 대가, 한 두 시간 깨끗한 물속에 몸 담그는 대가로 입장료를 수령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으로 기업가치가 평가되듯, 이들 매출 수익용 부동산의 영업이익을 수익으로 보게 되면 부동산 수익환원법의 논리가 궁색해진다. 부동산 가치는 임대수익으로 평가해야 공간 운영 수완의 문제, 업종에 무관한 흔들리지 않는 수익가치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는 재화를 구입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게 아니라, 공간을 구입하고 공간의 유익을 향유하는 것뿐이니 달리 보면 매출수입은 곧 임대수익인 셈이다.

운영자의 능력, 브랜드 가치가 영향을 미치는 오성급 이상의 호텔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모텔, 사우나는 시설과 입지의 싸움이다. 숙박시설의 지리적 위치, 수려한 외관과 내부 객실 인테리어 등은 토지와 건물에 속한 특성이다. 매출이 부동산에 터 잡아 발생하고 있는 것. 이들은 정기적인 시설 교체, 리모델링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다른 부동산과 달리 건물 가치 점유율이 상당함은 당연하다. 부동산에 투자해야 매출이 증대되고, 통행량과 회전수의 예측도 부동산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결정되게 마련이다.

결국 이들 매출수익용 부동산에 거래 당사자가 관심을 두는 건 입장객 수에 연동된 매출수입이다. 물론 이런 부동산을 임차해 운영하는 이도 있어 임대수익의 개입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출 중 상당 부분을 임대인에게 송금하더라도 얼마는 떨어지기에 품 들여 운영자로 나선 것일 뿐 첫 걸음은 매출 수입이다. 타 업종과 달리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을 여럿 안고 있음도 주지해야 한다. 매출수익을 환원해 결정한 수익가치에는 부동산과 관련 없는 집기, 비품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어 최종적인 부동산 수익가치는 이를 공제한 값이 될 것이다. 브랜드나 운영자의 능력으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권 가치가 별도 개입돼 있지 않다면 그렇다.
대부분의 경매법정 단골손님이 사우나와 모텔이라는 사실은 매출 타격으로 고꾸라지는 곳이 한 두 곳 아님을 말해 준다. 사우나는 열이면 아홉 지하상가에 입점한 곳이면 지상에 신설된 고급 사우나에 밀려 폐업 단계로 간다. 모텔 역시 인적 드문 곳, 누가 봐도 생뚱맞은 입지에 몸집 지나치게 불려 야심차게 개업했다 퇴물로 전락하기 일쑤다. 따라서 수익성이 떨어져 현상 유지 차원으로 운영 중인 곳 혹은 폐업에 준한 휴업 상태라면, 절대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합산해 이들 매출 수익용 부동산의 몸값을 결정해선 안 된다. 해당 용도로 수익성이 없다면 머지않아 건물은 싹 밀리고 토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게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반대로 한창 독점적인 위치를 점할 때의 분에 넘치는 매출수입을 기준으로 수익가치를 평가해서도 안 된다.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평균적인 위치 및 시설 능력이 반영된 정상 수입으로 조만간 수렴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업병일까 싶기도 하지만 영업 손실 보상금을 책정하는 업무에 한창일 때는 들르는 식당마다 회전수와 매출예상액으로 수익가치를 도출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나무 하나하나 익숙해져 숲 전체를 보게 되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매출수익용 부동산이 포진한 일대 시장분석을 선행하고 산재한 경쟁 업체의 효과까지 분석해 우리 부동산의 적정한 추정 매출수익을 구해 수익가치를 추계할 수 있는 원근법적 시각도 견지해야 한다. 들르는 상가마다 주문한 음식이나 상품이 나오기 전, 쓸데없이 스마트폰 검색하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매출 수익가치를 추계하며 머리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문 지식처럼 보이지만, 일상을 모판으로 하는 감정평가는 일반인의 상식적 사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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