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56 / 정비사업 ‘사업비용’ 들춰보기[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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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56 / 정비사업 ‘사업비용’ 들춰보기[2편]
  • 이용훈
  • 승인 2014.09.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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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원가 ; 보상비, 외주비용, 관리비, 부대경비

 

 

 

 

 


이용훈
감정평가사
 

정비사업 사업비용 항목은 추석 앞둔 큰 집 며느리 장 볼 메뉴와 흡사하다. 보따리 하나로는 부족하고 트렁크와 뒷좌석까지 빼곡하게 채워야 할 정도다. 한정식 집 저녁 정식 메뉴를 시키면 상다리 부러지게 등장하는 각종 음식처럼, 비용 항목도 다양하다. 전편에 기술한 토지, 건축시설 원가가 정비사업 비용, 곧 원가의 양대 축을 형성하지만 소소하게 지출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공통원가로 분류되는데 딱히 토지나 건물 소속이라고 말할 수 없는 양 측의 교집합이기 때문이다. 맛소금은 어떤 음식 전용조미료로 특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식재료야 어떤 음식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음식 저 음식 간 맞추기 위한 조미료는 그래서 공통 식재료로 분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용의 성격 상 보상비로 분류되는 항목에는 현금청산 비용,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금, 주거이전비를 포함한 이주비, 국공유지에 대한 조합 매수비용이 해당된다. 현금청산 비용은 종전 재산과 현금을 교환하는 이들이 챙겨 나가는 돈이다. 분양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청산자로 분류된 이들도 있고, 추가 분담금 규모에 아연실색해 도중에 분양받기를 포기한 이들도 상당수다. 후자에게 지급되는 청산금은 1편에서 언급했듯 토지 원가였던 종전자산에서 빠져 나와 여기 공통원가로 주소지를 이전한다. 어떤 조합은 자발적인 청산자가 감당치 못할 정도로 너무 많다고 토로하는 곳도 있다. 당장 지급해야 할 청산금이 늘어 자금 압박을 하소연한다기보다 조합원 상당수가 이 사업이 비관적이라고 자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부담스런 것이다. 조합원 자격을 포기한 이도 그대로 남아 있다가는 분담금 폭탄 뒤집어 쓸 게 뻔해 자리 털고 일어나는 것이니,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는 남아 있는 조합원의 맘도 흔들기 마련이다.

주택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 사업에서는 상가 세입자에 대한 영업 손실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단한 금액은 아니고 몇 달 분 영업이익과 시설이전비 정도를 보전해 준다. 주택재개발사업이라면 구역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00~300곳의 사업장이 포진하고 있다. 이 중 7~80% 정도가 시설이전비 외에 영업이익까지 보전 받는 휴업 보상 대상자로 분류되는 편이다. 1곳당 평균적인 보상금 규모도 2~3천 만 원에 불과해 손실 보상금 총액은 몇 십 억 원 정도다. 한편, 주택에 거주하는 자에겐 주거이전비 명목으로 역시 몇 달 생활비가 지급된다. 국공유지를 점유하고 있던 조합원에게 점유 국공유지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살 용의가 없으면 조합이 떠안아야 한다. 이 비용도 보상비 항목을 구성한다.

외주비용으로 처리하는 항목은 외부 용역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지급하는 보수를 일컫는다. 감정평가수수료도 그 중 하나며 정비업체 행정용역비와 함께 단일 항목으로는 꽤 큰 금액이다. 교통영향이나 주거환경, 인근 철도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용역비도 여기 주소지를 두고 있고, 기반시설비용 혹은 임대부지의 가산 항목 산출, 공기 중 석면농도 측정, 방음시설 후 소음 측정, 도시가스폐관공사설계에 들어가는 비용도 여기에 자리를 튼다. 지자체를 설득했든 로비를 했든 용적률을 다만 얼마라도 상향시킬 수 있다면 이를 수행한 업체는 성공보수를 받는다. 한 몫 단단히 챙긴 용역비 역시 외주비용으로 집계된다. 석면조사 비용, 통신설비의 이전비용, 친환경인증을 위한 용역비, 회계감사비도 독립된 명패를 달고 외주비용의 하나로 처리된다.

관리비로 분류되는 항목은 조합운영비, 총회경비, 보존등기비, 변호사비용 등이다. 건물의 준공과 입주가 끝나고 조합의 청산 절차를 밟기까지 조합운영은 최소 5~6년 계속되므로 상근 임원과 직원에 대한 급여와 임차료는 대표적인 기간비용이다. 고정비용이니 쌓이다 보면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 된다. 중간 중간 총회를 개최하면서 강당 대여료나 조합원 배포 책자 인쇄비용으로도 얼마를 지급했을 것이다. 총회경비와 소유권 보존등기비 또한 관리비로 분류된다. 정비 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수 백 명이니 법적 다툼은 피할 수 없다. 조합설립 무효소송에 휘말린다든지 하면 사업이 지체되는 사이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적극적인 소송 제기는 불필요하지만 밀려오는 소송에 즉각적이고 현명하게 대응할 법률 대리인의 역할은 필수다. 기본적으로 억 대 이상의 돈을 지출하는 게 상례다.

부대경비 중 가장 큰 항목은 대여금 이자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 명목으로 대여 받은 것도 있고, 조합원에 대한 무이자이주비에 대한 금융이자도 있다. 지자체의 정비기금을 융통하면서 정비자금대여금이자로 지출하는 비용은 앞 선 두 가지 이자비용에 비하면 미미하다. 추가용적률 더 받겠다고 관리처분을 미뤄 10% 용적률 상향을 이끌어 내더라도 그 기간 이자비용을 제하고 남는 장사인지 조합임원이라면 챙겨야 한다. 진정한 살림살이 전문가는 수입과 지출의 외형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중시해 월말 잔고를 높이는데 힘을 쏟지 않는가. 많이 벌어들이지만 뒤로 빠져 나가 은행과 용역업체 배불리데 쓰이면 헛심 쓴 꼴이다. 교통시설분담금과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분양보증수수료 상당액도 부대경비에 배치된다. 마지막으로 예비비를 책정해 추후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게 하면 부대경비 페이지는 마무리된다.

두 번에 걸쳐 정비사업의 원가 항목을 개략적으로 살펴 본 이유는, 필자로서는 수많은 조합원이 정비사업 가계부에 너무 무심한 나머지 월말 잔고가 공개되고 나서도 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을 수도 없이 접했기 때문이다. 옆 구역 아파트 브랜드에 못 미치는 아파트가 우리 구역에 들어선다면 그 쪽 조합원한테 물어서 도급공사계약 단가가 브랜드 가치에 비례해 책정됐는지 확인하는 최소한의 권리 행사를 독려하기 위함이기도 한다. 예전처럼 손쉽게 예비비를 횡령해 조합 임원 주머니를 채우는 일은 줄었지만, 평균 수준의 용역비를 넘어선 용역업체와의 계약은 뒷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가져야 한다. 가계부 하나 챙겨볼 줄 몰랐던 7~80년 가장들은 좋은 시절 산 것이고,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요즘 젊은 가장들은 엑셀로 수입과 지출을 맞춰보는 초보 살림꾼이 되었다. 이렇게 시절이 변한 만큼 정비 사업구역 내 조합원은 무지함을 순진함으로 착각하지 말고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지 정비 사업 가계부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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