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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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
  • 신종범
  • 승인 2014.09.03 14: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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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w Good Men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얼마 전 ‘자살과 순직’이라는 제목으로 공군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지훈 일병에 대한 순직 처리를 촉구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지난 8. 14. 공군은 재심의를 통하여김 일병에 대한 ‘일반사망’ 결정을 취소하고 ‘순직’으로 재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일병에게 무장 구보 등을 시킨 한모 중위를 형사입건하고, 비행단장에 대하여도 재조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공군의 발표를 보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처음 공군의 결정에 대하여 유가족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특히 언론에서 비판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재심의가 가능하였을까 ?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유가족들이 발 벗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여론을 형성해야만 움직이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요즘 군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그리고 계속되는 자살 사건 등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부모들은 자식들을 군에 보내기가 겁이 난다. 이러한 군의 위기에 여러 가지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최근 군내 여러 사건들을 접하며 장병 인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군법무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방부 및 각 군에 인권과가 신설되고, 각급 부대에 인권담당 법무관이 임명되었으며, 지휘관 등을 대상으로 하여 인권 교육도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장병 인권이 새롭게 강조되면서 한편에선 장병 인권을 강조하면 지휘권이 약화되고 군 기강도 해이진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터지고 안보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장병 인권에 대한 목소리는 잦아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한 군대와 장병 인권은 서로 배치되는 것일까 ?

1992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상영된 ‘어퓨굿맨 (A Few Good Men)’ 이란 법정 영화가 있었다. 톰 크루즈, 데이 무어, 잭 니콜슨, 케빈 베이컨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군법무관과 군사재판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에 여러분 중 혹시 군법무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에서 산티아고라는 사병 한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곧바로 워싱턴에 보고 된다. 이어 죽은 사병과 같은 소대에서 근무하는 해병 두명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구속, 수감된다. 이 사건은 미군 내부에서 법정까지 가지 않고 합의만으로도 사건을 잘 해결하기로 유명한 군법무관 캐피 중위(톰 크루즈)가 동료인 웨인버그 중위, 갤로웨이 소령(데미 무어)과 한 팀을 이뤄 맡게 된다. 캐피 중위는 윗사람의 의도대로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쉽게 처리하고자 하지만 갤로웨이 소령은 사병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하고 캐피 중위를 설득하여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선다. 산티아고 죽음 이면에는 부대 생활이나 훈련 능력이 떨어졌던 산티아고를 집중 관리하고, 그로 인한 폭행을 방조, 묵인, 은폐하라는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인 제셉 대령(잭 니콜슨)의 일명 ‘코드 레드’ 명령이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피는 제셉 대령을 법정으로 불러들여 사건의 진실을 추궁하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제셉 대령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혐의를 부인하던 제셉 대령은 자신의 군인으로서의 신념과 명예를 자극한 캐피 중위의 심문에 ‘코드 레드’ 명령을 내린 사실을 인정하고 전역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산티아고를 폭행으로 숨지게 한 사병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 약한 처벌을 받게 해 주겠다는 캐피 중위의 제안을 뿌리치고 중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자신들은 일명 ‘코드 레드’라는 비공식적인 해병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산티아고를 강한 해병 대원으로 만들기 위해 명령에 따라 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자신들의 행동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사병들의 주장이 인정되어 명령에 따른 행동으로 정상이 참작되기는 하였으나 유죄의 선고와 불명예 전역은 피할 수 없었다. 이 사병들은 판결이 선고 되고 나서 '약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사실을 인정하고, 해병대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코드 레드’를 묵인한 제셉 대령은 해병대가 가장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하여는 각자가 강한 해병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보는 전형적인 야전 지휘관이다. 강한 해병이 되기 위하여 개인의 처지를 고려해서는 안되고,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하여는 어떠한 명령에도 복종해야 하며, 이를 따를 수 없는 개인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셉 대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캐피 중위의 계속적인 추궁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전방에서 근무해 봤나 ? 보병으로 근무해 봤나 ? (중략) 우리는 명령에 복종한다. 안 그러면 모두 죽어”

이에 대해 캐피 중위를 비롯한 군법무관들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그 어떠한 것도 강한 군대대, 정의로운 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가치와 정의를 위해 온갖 협박과 회유를 뿌리치고 제셉 대령과 맞선다.

처음에 ‘어퓨굿맨’에 의미에 대해 ‘소수의 착한 사람들’이란 뜻으로 이 영화에서 제셉 대령 등 군 내외 실력자들에 맞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캐피 중위를 비롯한 소수의 군법무관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퓨굿맨’이 미국 해병대의 별칭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소수정예’란 의미로 가장 먼저 적진에 침투해 아군의 공격로를 확보하는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해병대를 뜻한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영화 ‘어퓨굿맨’이 인권을 중시하는 소수의 군법무관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셉 대령이 이끄는 최전방의 해병대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영화는 군내에서의 이러한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제셉 대령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군인들을 보았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본질적으로 견해의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자유와 인권을 책에서 공부할 때 그들은 전쟁과 안보를 훈련을 통해서 몸으로 배웠다. 군법무관은 군인이면서 법조인이기에 근무하는 동안 그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었던 거 같다. 하지만 군에서 발생한 일련한 사건들을 보면서 장병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결코 강한 군대는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적진 앞으로 돌진할 수 있는 것은 지휘관과 동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장병 개개인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한 믿음이 생길 수는 없다. 병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병사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쉽이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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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2014-09-03 23:24:39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강한 군대와 인권의 조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의 건승을 빕니다.

마석우 2014-09-03 23:24:39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강한 군대와 인권의 조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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