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바꾸라, 목숨 건 단식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바꾸라, 목숨 건 단식
  • 오시영
  • 승인 2014.08.28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단식은 목숨의 언어이다. 단식은 목숨을 건 약자의 마지막 몸짓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국민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단식, 죽음의 광장으로 내몰고 있는 양상이다. 세월호참사 피해학생인 김유민 학생의 아빠인 김영오씨가 28일 46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을 중단했다. 진짜 목숨을 걸고 행해진 단식이었다. 어떤 이는 세월호참사를 둘러싼 특별법제정을 완전 떼법이라고 몰아붙인다.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민생을 돌봐야 할 정치가 실종되어서야 되겠느냐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뒤집어 보면, 세월호참사 이전과 이후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오늘, 단식 중이었던 김영오씨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 아이가 죽었고, 우리는 그것에 관심 없고, 당신만 피해보고 그냥 죽어지내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이럴 때 피해자 가족은 미치고 환장하는 것이다. 생떼 같은 아이가 죽어 나갔는데, 그것도 수백 명이 죽어나갔는데, 어떠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수립되기는커녕 이를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있는데, “네가 미치고 환장하든 말든 나는 상관이 없다.”며 억지꾼으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국민이 김영오씨의 처지에 동조하여 동조단식에 나서고 있다. 가수 김장훈씨가 그렇고, 문재인 의원이 그렇다. 그 외에도 수백, 수천의 사람이 단식행렬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세월호특별법에 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필자 역시 법률가로서 이미 그러한 부여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청원권으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친여성향의 메이저 언론들이 김영오씨의 이혼 전력을 문제 삼아 그의 단식과 특별법 제정 요구를 이단 시 하거나 불온 시 하는 여론을 형성하려 하고 있고, 그러한 보도에 편승하여 김영오씨를 비난하는 집단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집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한다. 세상은 참으로 무섭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세상은 어둠의 세상이다. 어둠에 거하는 자는 언제든지 넘어질 수밖에 없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 어둠을 거둬내는 일에 모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약한 국민의 편에 서야 하는 것은 여야가 따로 없지만, 특히 야당은 약한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여당이 주로 강한 국민의 편에 서기 때문에, 야당이야말로 약한 국민의 편에 남아 있어야 할 유일한 정치집단이다.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아주 무력한 정당으로 만들고 말았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약한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전심전력이라면 그들 체제는 어느 정도 효율적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수당의 횡포만 부릴 줄 알았지 소수당의 의견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막무가내이기만 했던 새누리당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비상체제가 가동 중이다.

생뚱맞은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좀 더 쉽고 친숙한 이름으로 바꿀 것을 권고한다. 우리 한국인은 석 자짜리 이름에 익숙하다. 길어야 넉 자이다. 이를 넘어서면 부르는 데 호흡이 가빠진다. 여당이 당명을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같이 한 호흡에 부를 수 있게 변경한 것처럼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름을 단순하게 바꿀 것을 권한다. 국민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말이다. 야당은 그 동안 현대정치사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을 고집해 왔다. 새로운 당명을 그럴싸하게 지은 후에도 “민주당”으로 약칭되기를 고집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당을 기반으로 독재정치를 감행할 때 이에 대항하여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도로민주당”이 되어버려 변화의 체감온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야당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할 때가 왔고,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야당의 존재가 지금처럼 이렇게 무기력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전두환 군부독재시절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을 정치규제자로 묶어 버린 후 만들었던 관제 야당 때를 빼고 말이다. 그 때 무기력의 탈출 동기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투쟁”이었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결국 그는 병원에 실려 갔고, 그의 단식투쟁이 외신을 타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전두환 군부독재에 두려워 떨던 국민들도 용기를 내어 하나로 뭉칠 수 있었고, 결국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6.29선언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자 한 자 뜯어보면 의미도 괜찮은 당명이다. 그러나 부르기에, 이 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머리가 나쁜(?) 국민들로서는 역부족이다. 야당의 이름을 부르다가 지쳐 버릴 지경이다.

우리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다. 늙어 아들을 얻는 부자 김씨가 그 아들이 오래오래 무병장수하며 살기를 바라며 스님과 선비, 농부 등으로부터 장수에 좋은 이름이라며 얻어 들은 것을 기계적으로 이어서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그 아이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 저수지에 빠지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뛰어와 아버지에게 아들이 물에 빠진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너무 긴 이름을 반복하여 부르다가 아이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최근에 나온 동화책은 이를 좋게 각색하여 다른 이가 아이의 생명을 구해준 것처럼 각색되어 있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이야기책에서는 그 아이가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긴 이름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예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적도 있었으니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아버지의 작명 동기는 우리가 순수하게 이해한다. 아이가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그 긴 이름이 실제 생활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고, 비효율적이었고, 결국 아이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문제까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동기와 결과가 서로 상이하게 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정중하게 권유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국민들이 조금 더 기억하기 쉽고, 친숙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 정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은 당헌에 규정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가치를 표명할 수 있는 쉬운 당명을 사용하였으면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을 보면, 정당을 의미하는 “당”이라는 호칭도 들어가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김수한무 거북이 두루미와 삼천갑자 동방삭” 현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이름을 읊조리다가 힘이 빠지고 만다.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가 느껴질 수 있는 당명으로 개명할 것을 권한다. 이름 공모는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모하면 될 것이다. 조건으로 넉 자를 넘지 않을 것, 조합된 단어가 아니라 한 단어일 것, 국민을 사랑하고 섬기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 등을 내세우면 될 것이다.

이름은 누군가로부터 불리는 것이다.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이를 지칭하는 최초의 상징이자 최고의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좋은 이름을 가진 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릴 때마다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이름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의미와 느낌의 이름을 가진 이는 불릴 때마다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된다. 이름자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름은 중요한 것이다. 작고한 조약돌의 가수 박상규씨가 했던 만담 속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예쁜 딸 이름이 리라인데, 성이 고씨여서 고리라로 불린다든지, 어려서는 공주, 시집가서는 색시라 불리던 예쁜 여자가 성이 양씨여서 양공주, 양색시로 불리게 된다든지 하여 갑자기 상황이 반전되어 버리는 우스갯소리를 하여 국민들을 웃겼던 만담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썰렁한 개그이지만 말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했지만 그의 단식 속에서 처절함을 본다. 목숨을 건 간절한 요구가 읽힌다. 예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항하며, 가택연금에 항의하며 벌렸던 단식이 떠오른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가수 이승환, 김가연, 임요환 등의 동조단식에 이어, 미국 버팔로 대학의 남윤주 교수, 뉴저지 라마포대학의 김선미 교수, 샐리스배리 대학의 남태현 교수, 조지아주립대의 권경아 교수, 호주국립대의 유종성 교수 등 해외 학자들의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약 4,000여명의 동조단식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국가와 국민이 결국 죽고 살기의 목숨걸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언제든지 찾아오면 만나주겠다고 공개적으로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재래시장활성화를 외치는 사이, 부산은 집중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시민이 죽고 다치고 재산피해를 보았다. 지상과 바다의 물폭탄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이로, 문화융성의 콘텐츠산업을 육성한다며 공연장을 찾아 활짝 웃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웃음 뒤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징인 당명을 새롭게 바꾸기를 다시 한 번 권한다. 당명을 바꾸라는 이 권고가, 당명바꾸기에 국한한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바란다. 지금까지의 야당의 행보가 잘못되었으니, 첫 단추를 다시 꿰듯 당명을 바꾸는 것을 시발로 하여 제정신을 차리라는 것이다. 열세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이순신장군처럼, 세월호특별법에 매달리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하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면 “열 개의 열매”는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전선을 분열, 분산시키지 말고 이순신장군처럼 오직 적선 한 척에 화력을 집중시킬 것을 권한다. 열 개에 분산하지 말고, 오직 하나에 매달릴 것을 권한다. 오합지졸이 되지 말고 하나로 결집된 힘이 되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이 국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입법권의 문제일 뿐 청와대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면서도, 다른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달라며 입법권에 개입하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그건 정말 말장난이지 않는가? 세월호특별법제정이 입법권의 문제이면, 다른 경제관련, 복지관련 민생법안도 입법권의 문제인 것이다(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잘하는 짓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민생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국회에 요구하려면, 세월호특별법안의 조속한 입법도 함께 국회에 요구해야 “언어와 생각의 일치성과 통일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전자와 후자 모두 입법권의 문제일 뿐 행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닌데도 마치 다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바보스럽다. 그 이치를 박근혜 대통령이 알았으면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정당으로, 단식투쟁으로 목숨을 걸고 있는 국민 한 사람을 위해 당명을 바꾸는 심정으로 하나에 올인하라. 하나에 집중하면 열을 얻을 수 있다. 첫단추를 꿰어야, 마지막 단추를 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바꾸라.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