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54 / 도입기계 평가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54 / 도입기계 평가
  • 이용훈
  • 승인 2014.08.28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인 한국에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30%에 그친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 중 일반 공정보다는 장비가격이 큰 첨단공정 설비의 국산화율이 낮아 수량 기준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했을 때의 추정치라고 했다. 필자가 벤처에 근무했을 당시에도 리튬전지의 방전테스트기와 그 밖의 계측기기 모두 수입산 이었다. 옵셋(offset)인쇄기를 확충하려는 인쇄업체는 독일의 하이델베르그, 일본의 고모리나 아키야마 등의 제품 후보군 중에서 고르기 마련이다. 이 분야에서 국산 제조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기초과학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은 예전이나 요즘이나 동일하다. 기계 제작에 있어서도 원천기술력이 부족해 견실한 장비업체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현실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몸값 좀 나가는 기계를 평가해야 하는 필자는 도입기계를 접할 기회가 적잖다.

사용 기간에 따라 마모, 마멸, 노후화되는 유형의 자산을 ‘상각자산’이라 부른다. 기계 역시 여기에 속한다. 지역의 변천사를 논할 때면 농경 지대였던 곳이 아파트지구로 탈바꿈하고, 하천변이었던 곳에 지하철역이 들어선 상전벽해의 역사를 듣곤 한다. 토지가 이런 저런 용도로 전환되고 고밀도의 이용으로 진화함은 분명하다. 물론 그에 따라 지가도 들썩인다. 반면, 상각자산은 현 상태 유지하기도 고달프다. 고색창연한 중세 시대 성당이 지속적으로 보수·관리에 매년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붓는 사실은, 상각자산의 자연적인 수명 연장이 불가함을 말해 준다. 상각자산은 몸값의 들썩임은 고려할 필요 없이, 노후화 정도 곧 기능의 저하상태를 가치하락과 대응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계와 같은 상각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평가기법은 원가법과 거래사례비교법이다. 다만, 거래사례비교법의 적용은 제한적이다. 먼저 실거래 사례로 우리 기계를 평가하려면 중고매매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모델명과 연식별로 기계의 시장가 파악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중고시장과 같은 활발한 매매공간은 아니지만, 중고기계 매매시장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어느 정도 구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치명적 약점은 공인된 매매내역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 부동산실거래신고제도하에서 제출된 매매계약서 금액을 해당 부동산의 등기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서비스로 확인받을 수 있는 부동산과는 처지가 다르다. 우리의 경우 거래사례비교법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거래가 완료된 물건에 한정된다. 거래대기 중인 상태의 매물가격이나 호가정보는 가격수준에 대한 검토 자료에 그칠 뿐, 구체적인 매매사례로 특정 지을 수는 없다. 이런 연유로 기계의 평가는 대표적 상각자산인 건물과 같이 원가법 적용이 외길 수순이다.

원가법은 대상과 동일한 물건의 현재시점 신품가격, 곧 재조달원가에서 물리적·기능적 측면의 가치하락을 감가수정과정으로 반영해 평가한다. 이 중 도입기계는 매매입증 서류 중 국내제작기계에는 발급되지 않는 특이한 서류를 확보하고 있다. 수입 당시 세관을 통과하면서 발급받은, 수입내역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공적 취득 증명서인 ‘수입신고서’다. 현재시점의 취득가격을 구하려면 도입기계는 과거 수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최근 동일한 모델과 사양의 수입 물품 수입신고서가 있다면 시간 여행은 생략해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거 취득 가격을 수입 당시와 현재 시점 간 기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보정해 주는 시점수정과정을 거친다. 시점수정 자료는 각 국별로 일반기계와 전기기계로 나눠 공표되는 기계가격보정지수를 활용한다. 이 때의 ‘각 국’은 기계 제작국을 말한다. 기계를 선적한 곳(적출국), 항해 중 기계를 옮겨 실은 곳(환적국)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재수입을 상정했을 때 기계 제작비 변동률은 제작국 물가 변동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수입신고서 상 기재된 과거 수입 금액 역시 수입 대금 지불 화폐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제작국의 화폐 단위로 환산해야 한다. 정리하면 과거 도입 당시의 제작국 화폐 기준 수입 금액을 제작국 기계가격보정지수를 적용하여 현재 시점 취득금액을 만든 후 이를 다시 원화환산하면 순수한 현재 시점 신제품의 도입 금액이 된다.

요즘은 ‘선택 진료’라고 해서 환자가 원하는 특정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면 선택 진료비가 붙는다. 타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도입기계는 통관을 거치면서 부득이 지불해야 하는 부대비용이 있다. 국내제작기계와는 다르게 재조달원가를 추계해야 하는 이유다. 도입기계에 따라 붙는 부대비용은 관세, 농어촌특별세, L/C등 개설비, 설치비 등이다. 관세는 과거 수입신고서에 적용 관세율이 기재돼 있는데, 현재 시점에 변동이 없으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현재 관세율을 따라가면 된다.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 감면을 받게 돼 있어 이에 해당되면 관세감면액은 빼 주면 될 것이다. 관세감면액에 대해서는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가 부과되며, 부과액은 감면액의 20%이다. 관세감면 사유가 특정 산업군의 진흥 혹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특혜성이라면 사후관리기간을 두어 지정된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감시하기도 한다. 또, 관세부담을 고려해 분할납부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곤 하는데, 평가시점 현재 할부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잔여 관세가 얼마인지 기재만 하고 부대비용으로 가산할 필요는 없다. 신용장 개설에 드는 부대비용인 L/C 개설비는 수입금액의 일정비율이다. 수입된 기계를 제조라인에 세팅하는데 드는 설치비 역시 수입금액의 일정비율로 반영하고 있으며 혹 바퀴가 달려 쉽게 이동이 가능한 기계라면 생략해도 된다.

현재시점으로 환산한 수입금액과 현재 시점 통관을 상정했을 때 부착되는 부대비용을 더해 재조달원가를 정하고 나면 경과연수 등을 고려하여 기계의 가치 하락을 반영하는 감가수정을 거친다. 적용하는 방법은 내용연수법 중 정률법이다. 매년, 기계의 가치가 전년도 가치의 일정비율로 하락한다고 전제하며 가로축을 경과연수 세로축을 기계 잔존가치인 직교좌표계를 만들면 원점으로 볼록인 포물선 형태를 띤다. 감가수정과 관련해 회계처리와 감정 평가 시 서로 다른 상각 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곱씹어 볼 만하다. K-I
FRS하에서 매년 기계는 정액 상각된다. 회계학에서의 감가상각이 수익과 비용 배분 원칙에 따라 취득원가를 안분하는 의미(현재가치=장부가치-매년의 상각 액*경과연수)에 불과해 보일지 몰라도 감정평가에서의 감가수정 패턴과 달리 적용되고 있음은 마치 기계의 가치가 이원적으로 추계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당수의 도입기계가 현재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평가되고 있다. 틀과 산식은 고정돼 있고 변수에 해당되는 대상 기계의 자료만 입력하면 도입기계는 ‘권장소비자가격’ 명패를 들고 튀어나온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