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9) -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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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9) -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 차근욱
  • 승인 2014.08.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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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어렸을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으로 기억하니까, 아마 8살 정도였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날은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갔는데, 저녁 무렵 친구와 하늘을 보러 옥상에 올라갔었다. 친구와 노는 것도 신나고 세상만사가 다 신기하고 재미있던 시절이라, 노을이 지는 하늘과 함께 여기 저기 보이는 집들 구경에 너무 흥이 났다.

세상의 모든 8살이 그렇듯 나 역시 에너지 폭발이던 때라, 정말 신나게 뛰어 놀았다. 그렇게 옥상에서 위험하게 놀다가 밥을 먹을 때가 되어 옥상에서 내려가기로 했는데, 땅거미가 어스름한 탓이었는지 난 계단으로 보이는 곳으로 뭔가에 홀린 듯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계단에 체중을 싣고 한 걸음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뒤에서 친구가 나를 불렀다. “거기서 뭐해? 빨리 이리와!” 친구의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친구는 저편에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 상체만 보이는 채 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계단이 또 있었나 싶어 이상한 마음에 내가 발을 내딛으려고 했던 곳을 다시 보니 그냥 옥상의 야트막한 경계 턱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순간 모골이 송연했다. 친구가 부르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그대로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나는 운명이니 팔자니 하는 이야기들에 ‘흥!’하며 부정하는 편에 속한다. 사주? 전생? 그런 것, 나는 당연히 안 믿는다. 지하철을 가다가 조상님이 아끼시는 후손인데 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앞으로 인생이 꼬일테니 제를 지내게 따라오라는 분들의 협박이라도 들을라치면 그냥 웃고 만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라 믿으니까. 그런데 그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운명이란 것. 조금은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 때, 나는 분명히 층계의 계단도 보았고 손잡이도 보았기에 그 나름의 계단 쪽으로 발을 내딛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이 실은 허공이었던 것이고.

이제 와서 ‘운명은 있다!’ 하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운명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라고 여전히 믿으니까. 그런데 간혹 정말 어떤 거대한 흐름 같은 것이 우리네 인생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지. 물론, 그런 거대한 흐름도 자신의 선택과 최선을 다한 노력 속에서나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만.

나이가 들며 현명해 진다는 말의 의미 중 하나는 ‘큰 그림’을 볼 줄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기적인 포석을 놓으며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어 가면서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조합해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이루어 내는 비전과 스케일의 뚝심이 바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이랄까.

그런데 이런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은 그냥 나이만 먹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세상을 헤쳐 온 분의 경험 속에서나 비로소 생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에 충실했던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과 성장은 학교 따위와는 상관없이 도전과 실패 속에서 자라난다. 실패를 모르는 사람은, 경험도, 지혜도, 큰 그림도 없다.

예전에 가까운 형님의 소개로 모 네트워크 회사에 다녔던 적이 있다.

뭐, 말은 그럴싸해 보여도 사실 구멍가게였던지라 조금 한심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이라는 면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 나름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했다. 그런데 그 곳 대표란 분과 대표가 어울리는 분들을 겪고는 더 있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정리했다.

한번은 이라크에서 체류 중인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라크 재벌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시는 여성 사업가란 분이 사무실에 오셨는데, 자신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나 높은 사람을 만나도 Fxxx 등의 욕을 해주는 여장부‘라며’ S모 그룹 쪽 사람들 챙겨주느라 고생하고 있다던가, 한국정부에서 계속 접촉해 오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와 함께 떡볶이 1인분과 순대 1인분을 사들고 왔다.

‘어라?’ 왠지 그 선물을 보며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초면의 그 분이 내게 물었다. “일은 잘하고 있어요?” 뭐, 대표가 같이 비즈니스 할 대단한 분이라기에 ‘그런가?’ 하면서 인사를 했는데, “실수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분의 말씀이 “실수하면 안돼요!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니!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세요!”라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알았다. 이 분은 리더로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실수나 실패는 소중하다. 성공은 실패의 계단을 딛고 올라서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람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성공한다. 실수나 실패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도 그리 크게 틀리지 않는다.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허세를 떠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조금만 마주해도 그 얄팍한 밑천은 금방 드러난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며 진정으로 내적·외적 성장을 거듭해 온 분들은 말 한마디에서도 그 내공이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진정한 고수는 자신을 꾸미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이 고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고수는 그냥 고수일 뿐이다. 고수는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고수라서 겸손하다.

세상의 많은 도전자들이 도전을 앞두고 긴장을 한다. 자신의 길이 이 길이 맞는지 늘 버겁다. 자신은 결국 실패하지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 나보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만 같아서 늘 외롭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그게 정상이니까.

주위 도전자들 중에서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평가하고 함부로 허세와 건방을 떠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고수가 아니니 부러워도 마시라.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은 그냥 ‘허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당장의 도전 결과와는 무관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 도전이 정말 최선을 다한 농밀함으로, 충실한 노력의 시간이었다면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가 결국엔 ‘큰 그림’으로 모여 큰 성취의 운명을 이뤄내기 마련이다.

절대적으로 잘 풀리는 운명도 없고 절대적으로 안 풀리는 운명도 없다. 자신이 없고 불운만이 있는 것만 같다면 노력을 더 할 일이지 걱정을 할 일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했다면 훗날 ‘큰 그림’에서 보았을 때에 그 모든 과정이 필요했음을 나중에 알게 되지 않을까.

마치 운명의 전조처럼, 유리 구두를 잃어버렸기에 왕자님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처럼, 노력하는 사람의 운명이 비참할리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과 평행우주를 막론한 차원계의 법칙이다.

‘운명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인생에 기회는 존재하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늘 오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전혀 안 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노력을 통해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운명으로 마주해 드라마틱한 역전의 큰 흐름으로 그간의 모든 좌절과 실패들을 발판삼아 ‘큰 그림’을 이루어 내기 마련이다. 버텨야 할 때에는 버텨낼 뿐이다.

노력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의 인생에 운명이란 없다. 하지만 진정한 열정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 운명의 흐름은 어떤 식으로든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해도 안된다고? 그렇다면 자신의 노력을 재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노력의 방향과 방법을 재점검해서 과거의 실수를 교훈 삼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가 아는 노력이다.

자기성찰이 없는 노력론은 변명일 뿐이다. 권태로운 답습 속에서 노력한다고 푸념하는 태도로는 운명을 마주할 수 없다. 만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적 특질과 처음의 목표가 안 맞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을 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지난 노력은 ‘큰 그림’에서 분명 기회를 위한 자산이 되어 운명으로 이끌어 줄 테니. 중요한 것은,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꿈’이다.

나는 8살 이후로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얻었고, 세상구경 사람구경을 통해 나와 인간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큰 그림’에서 본다면 모두 감사한 일이고 큰 힘이 되어주는 자산들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시라. 실패도 두려워하지 마시라. 만일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우리네 운명의 물줄기는 반드시 해피엔딩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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