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역 재판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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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역 재판에 대한 단상
  • 최종두
  • 승인 2014.08.14 1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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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두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우리 형사1부는 외국인 전담부다. 그래서 항소된 사건 중에 피고인이 외국인이면 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우리부에 배당된다. 지금까지 재판했던 외국인의 국적을 보면 중국(조선족 포함), 미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터키, 몽고,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형사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 등을 규정하기 위하여 ‘통역·번역 및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가 제정되어 있다.

위 예규에 따르면, 공소장에 피고인이 한국어를 해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 피고인에게 공소장 번역문을 송부하게 되어 있고, 그 외국인이 해득 가능한 언어로 번역된 재판에 관한 안내서, 국선변호인 선정고지서,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부하게 되어있다. 또한 각급법원은 통역·번역인 후보자를 선정·관리하게 되어 있다.

몇일 전에 일본변호사연합회 한국법정통역조사단이라는 이름 하에 일본 변호사들 6명이 중앙법원에 왔다. 일본 형사피고인 변호센터(JFBA Criminal Defense Center) 소속 변호사들이었는데, 한국의 형사재판에서 통역 재판을 어떻게 하는지 조사(?)하러 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난 화요일(7. 22.) 오후에 우리 형사1부 사건 중 마약 판매, 투약, 소지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피고인 재판을 방청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7. 23.) 오전 10시에 법원 소회의실에서 우리 형사1부 재판부 판사3명이 그 변호사들과 간담회를 하였다. 그 변호사들 역시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들인지라 광장에 근무하는 ○○○ 변호사님이 통역을 맡아서 하여 주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국제간의 교류가 활발하여지는 만큼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일본 변호사들은 일본국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들 중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한국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인, 유럽인, 인도인 등등 다양한 외국인 피고인들이 있다고 한다. 외국인 전담부인 우리 재판부에서 아직 일본인 피고인을 보지 못하였는데, 한국인들이 일본 형사법정에 피고인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일본 변호사들이 관심을 가진 분야는 소수 언어의 통역인 확보와 그 소수 언어 통역인을 못 구하였을 경우 제3의 언어를 사용하여 이중 통역해야 하는 문제, 법정통역의 정확성을 어떻게 확보할까 하는 문제 등이었다.

우리 재판부에서 지난 4월경 우즈베키스탄인 피고인을 재판한 적이 있었다. 우리 법원의 통역인 후보자 명단에 우즈베키스탄어를 하는 통역인 후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어를 하는 통역인이 통역을 맡게 되었다. 법정에서 통역인에게 왜 러시아어 통역인이 통역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그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사마르칸트’라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을 하는 사람인데, 피고인 운영의 가게에 진열된 녹차, 홍차 박스에 러시아어로 표기된 제품명, 유형, 제조연월일, 유통기한 등을 한글로 표기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정상에 관하여 피고인은 그 녹차, 홍차는 판매용으로 진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당뇨병 치료를 위하여 자신이 마시기 위하여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데, 당시 통역인은 당뇨병에 해당하는 러시아어 단어를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른 뜻으로 통역하여 전혀 다른 내용으로 통역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의 변호인 측에 한국계 러시아 변호사가 법정에서 방청하고 있었는데, 그 잘못된 통역을 지적하여 그 잘못이 바로 잡히게 되었다. 사실 우리 재판부 판사들 모두 러시아어나 우즈베키스탄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통역인의 통역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재판을 할 수 밖에 없다.

‘통역·번역 및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에 외국인 피고인이 통역의 정확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면 동일한 내용의 신문과 통역을 다시 한번 시행하게 하고,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더라도 통역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때에는 별도의 통역인을 지정하여 감정을 의뢰하도록 되어 있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통역의 정확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여튼 위 우즈베키스탄인 사건은 피고인의 그와 같은 정상 등을 참작하여 피고인이 희망하는 대로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우리 말로 하는 재판도 어려운데, 우리말을 모르는 외국인 피고인이 한국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자신의 말이 얼마나 정확히 전달되는지 불안해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본 변호사들의 방문은 나에게 외국인 피고인의 통역 재판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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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8-05-24 09:56:51
조폭에 매수된 https://t.co/0bBqwXIO2Z
사법살인 판사 처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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