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자격증]어는 꿈쟁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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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자격증]어는 꿈쟁이 이야기
  • 법률저널
  • 승인 2003.11.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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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공부하는가


현재 사법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이미 사법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을 향하여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어떻게 그 답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느냐'일 것입니다. 저는 실제로 사법시험을 준비하시는 분으로부터 '합격이 보장되어 있다면 5년이고 6년이고 견디고 공부할 수 있는데, 합격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1달도, 하루도 괴롭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가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사법시험 준비에 투입되는 노력 정도를 투입 안 하고 살아가는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계실까 생각해 봅니다. 나아가 판사님들, 검사님들, 변호사님들, 일에 치여 산다고 하시지만, 사실 하루하루 막노동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경험하는 그 뼈마디 쑤시고 다리 땡기는 일상, 그러고도 누군가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거나 자신의 의사결정이 빛을 발해보는 일이 일생에 단 한번도 생기지 않는 냉담한 현실에 비길만할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며, 성질 죽이고 살아야 하는 비애는 고시생만의 괴로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제는, 젊은 나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 생활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이코 되어간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쪼잔하게 책에 밑줄 치며 지내는 이 생활을, 다른 사람들은 관두고라도, 내 자신에게 무엇이라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다시 생길 것입니다(저 또한 이러한 생각들을 많이 해 보았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제 짧은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늘 하루 책상에 앉아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책장을 넘기는 데서 오는 불안감, 보다 더 경제적이고 보람된 일을 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고시생활을 하고 있는 데서 오는 자괴감의 무게 자체에 눌려 있는 데서 벗어나, 왜 나는 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고 공부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기확신이 서 있어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그 어떤 어려운 시험문제보다 먼저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은 바로 '나는 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가'인 것입니다.

저는 '법대생이 되었으니 남들 다 하는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했다'고 그 속내를 드러내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분들이 그런 타성적, 일상적 경쟁의식으로 과거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듯 같은 과 친구들과 열심히 스터디하여 실제로 시험에 대거 합격하는 것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위 간단한 질문, '왜 사법시험 붙으려고 하니'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할 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건 시험을 합격하건 합격하지 못 하건, 한 번뿐인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에 똑 부러지게 답을 하지 못한다면, 후에 법조인이 되어도 계속 후회가 남고 무엇을 하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의구심이 평생 쫓아다닐 겁니다. 또한 '판결문만 안 쓰면 판사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피의자, 참고인이랑 머리싸움하고 구속기간 내에 기소해야 하는 스트레스만 없으면 검사처럼 좋은 게 어디 있어', '의뢰인 속사정 다 들어주어야 하고 재판 결과에 대한 부담만 없으면 변호사처럼 좋은 게 어디 있어'라는,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속 빈 강정 같은 말을 반복하며 살아야 됩니다.

제게 있어서 그 대답이 무엇이었는지는 이 글의 전 취지를 통해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붙들고 왔던 지난 시간들이 신산스럽게 되살아나, 앞으로 하루를 더 살든, 10년을, 30년을 더 살든, 하나님 앞에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저에게는 그러한 다짐을 되새기는 또 하나의 빗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내가 왜 공부하는지의 대답이 분명할 때, 시험에 낙방하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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