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51 / 기술 가치 평가 담론 1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51 / 기술 가치 평가 담론 1
  • 이용훈
  • 승인 2014.08.07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한 때 권리금 보상 문제가 크게 부각됐던 적이 있었다. 정비사업 구역 내 세입자에 대한 휴업 손실 보상금을 결정할 때 권리금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거를 앞둔 상가 세입자는 권리금을 지불했다는 증빙서류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최소한 앞으로 몇 년은 더 영업해야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통사정했다. 그러나 잘 형성된 상권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목’에 대한 권리금은 현재시점에서 보전 받을 길이 막막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을 무형의 자산 중 하나로 보려 하나 관련법에서 이를 무체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무체재산권으로 표현한 재산, 우리가 흔히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이라고 부르는 무형자산은 관련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의 기술 가치를 포괄하는 산업재산권과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아우른다. 기기로 대표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내비게이션 기기는 다른 제조사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경로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경로안내 기술은 그 권리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하고라도 구매해야 하는 비 대체 자산이다.

정부가 2014년~2017년까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기술사업화 생태계조성’의 추진목표 하에 기술사업화 기업의 성장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 기준 국내 기업의 지식자본과 특허의 경제적 가치가 550조 원을 훌쩍 넘긴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의 특허출원건수가 세계 5위 권 이라는 점, 특허 1건 당 산업은행 등에서 2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2010년 기준 50,000여 건의 기술평가건수가 있었고, 이들 평가 결과를 토대로 600여 곳의 기술경쟁력을 갖춘 혁신 형 중소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았으며, 기술평가 보고서의 공급자들은 300억 원이 넘는 평가 수수료를 거둬들였다는 점은 지적재산권의 평가 시장이 안착했음을 방증한다.

앞서 소개했듯 기술가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여러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자금 지원 창구 목적의 평가 수요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 가치 평가 수요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기술의 거래 혹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M&A, 기술 가치를 현물출자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 기술을 담보로 한 투자나 융자, 특허 등에 대한 소송이 걸려 그 가치를 판정해야 하는 경우, R&D의 경제성 평가, 기업의 청산, 세무, 전략수립 등 평가 수요 채널은 다변화되어 있다.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법·제도적 틀, 평가시스템 및 지원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지식재산기본법, 발명진흥법, 기술이전및사업화촉진법, 기술신용보증기금법 등의 법률과 중소기업지원 및 기술금융제도가 그것이다.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의 10개 기관이 기술평가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며 실무진은 기술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청 등의 공인된 기술평가기관, 특허법인의 변리사,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 민간기술평가기관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시장이 커지면 어느 한 쪽이 헤게모니를 쥐려 할 것이다. 부단히 연구해 정교한 평가 시스템을 가진 쪽이 앞서 나갈 것이기에 실력 있는 자가 큰 소리 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적재산권 중 특별히 산업재산권 등의 기술 가치를 평가한다면 평가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광의의 기술 평가라고 할 때는 신기술의 사회문화,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이 기술을 사업화시켰을 때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분석하는 ‘사업타당성평가’, 기술의 이용주체 곧 사업화주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술력평가’, 사업화시켰을 때 그 기술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추계하는 ‘기술 가치평가’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이 중 ‘기술 가치평가’를 협의의 기술평가라고 부른다. 그 기술의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금액(가액), 등급(점수), 의견으로 표시하면 될 것이나, 대부분 등급과 의견이 포함된 단일 금액으로 환산해야 가치 추계 절차는 종료될 것이다.

협의의 기술 가치 평가를 수행할 때 다음 사항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이다. 기술의 효능이나 대체 가능성 등은 이 기술의 유용성을 설명하는 요인이다. 사업화가 용이한지 혹은 이 기술의 파급력이 있는지는 기술의 적용성에 대한 문제다. 시장 자체가 지극히 협소하다면 현 시장의 크기뿐만 아니라 시장의 향후 전망이란 부분을 다루고 가야 하는데 이는 기술의 활용성을 분석하겠다는 것이고, 해당 기술의 원천이 의심받아 특허가 무효로 된다든지 권리의 수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은 권리의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런 것들의 검토가 다 돼야 ‘얼마의 가치가 있다’고 최종 결론에 이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발간한 ‘기술가치 평가 실무가이드’는 기술 가치의 정의와 평가 방법을 상세히 예시하고 있다. 평가목적에 따라 가치 추계 접근방법도 달리 제시한다. 기술이전 및 거래가 목적이라면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지적하고, 특허침해에 희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할 경우라면 특허를 침해한 이가 정상적으로 특허권자에 지급했어야 할 합리적 로열티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을 조언한다. 각 평가방법의 적용 문제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지 아닌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평가 영역이다.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는 그 기술이 몸담고 있는 산업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 기술의 본질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구비해야 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교류를 통해 더 정치한 평가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치 추계를 업(業)으로 하는 감정평가사도 예외가 아니다. 평가 기법 면에서는 비용과 수익 그리고 시장접근법의 툴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습득이 좀 빠를 수 있으나 물건의 특수성은 그들의 전문성을 희석시킬 것이다. 초심자의 맘으로 겸손히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편으로 이어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