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14년 5급 공채 정치학시험 복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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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2014년 5급 공채 정치학시험 복기(2)
  • 신희섭
  • 승인 2014.07.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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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시간에 이어 2014년 7월 3일에 실시된 정치학 시험을 복기한다. 첫 번째 특징이 방법론이 출제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특징은 현안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제도에 대한 질문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 특징은 국제정치학과 정치사상 분야의 질문의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본인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변화하는 이유는 대체로는 출제자들이 바뀌면서 출제자들의 학문적 경향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각 특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두 번째 특징은 현안이슈가 출제된다는 것이다. 3번 문제로 출제된 다문화주의는 최근 들어 정치학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주제이다. 사회학에서 먼저 논의되었던 주제지만 다문화로 인한 갈등 중 특히 1세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20세를 넘기기 시작하면서 병역의 문제등과 관련된 정치적 주제가 부상하면서 최근 정치학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다. 특히 유럽에서 다문화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다문화를 홍보하고 동화주의의 방향으로 정책을 펴면서 다문화가정에는 동화정책의 강제성으로 비판으로 받고 순혈주의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정책의 적극적인 강요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민족주의 개념을 일본으로부터 학습하여 이해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역사와 언어와 종족이라는 객관적 조건을 중심으로 민족을 이해하며 특히 피의 순수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일본이 민족(nation)이라는 개념을 수입할 때 프러시아로부터 수입을 하여 사용했으며 조선을 거쳐 제국주의 식민지 시기 구국 지사들 역시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일본의 논리를 차용했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 역시 프러시아식의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민족과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한국에서는 피가 섞이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피의 순수성은 다시 문화와 역사적 우월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른 혈연집단이나 문화집단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은 다문화시대에 ‘일등국민=원주민’과 ‘이등국민=다문화인’으로 사회를 2원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 말하는 다양한 문화의 존엄성과 문화의 유지 보다는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문화를 한국쪽으로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한국 의복을 착용하고 한국식 음식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동화정책에서부터 다문화주의는 다양성 보다는 공동체의 통합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수업에서 4-5년 전부터 다문화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루어왔는데 한국의 민족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위상 설정을 해야 하는가를 다루어야 통일이후 북한 주민을 다루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문제는 다문화와는 다른 주제지만 사회적 통합정책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주제이다.

다문화주의는 언제 출제되는지가 문제였던 주제이지 주제 자체가 정치학적으로 낯선 것은 아니다. 일반정치이론 혹은 정치사상의 전통적인 교과서들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주제를 시험장에서 보고 당혹스러운 수험생이 있었을 수 있다.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정치학의 범위가 통치를 위한 것이고 사회적 문제, 경제적 문제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정치학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웠으면 한다.

세 번째 특성은 제도가 구체적으로 출제된다는 점이다. 올해 시험의 2번 문제는 단순다수제와 비례대표제의 특징을 듀베르제의 법칙을 통해서 묻고 있다. 또한 한국의 혼합형선거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것이 좋은지를 묻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방자치제도, 선거제도, 정당제도 중에서 비교정치문제가 출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선거제도에서 출제가 되었다. 2014년 입법고시 문제는 선거제도의 당선자결정방식에서 라운드로빈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물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시험에는 총선, 대선, 지방선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형태, 정당, 시민사회 등 다양한 제도분야가 출제될 것이다. 최근에는 제도론을 전공한 분들이 조금 더 구체적인 운영방식과 한국적인 의미를 묻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제도들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특성은 국제정치와 정치사상 주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올해는 국제정치 주제가 출제되지 않았다. 5급 공체 시험에서 최근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정치를 출제한 분이 있을 텐데 출제되지 않고 방법론이 출제된 것은 국제정치학을 출제하러 간 분이 있었다면 이 분도 방법론적 엄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분이며 학문의 기본으로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에 방법론문제에 국제정치문제를 양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법고시 문제를 보면 이런 경향이 잘 보인다. 아래의 입법고시 국제정치학문제를 살펴보자.

제 2 문.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한중일 삼국의 경제규모는 유럽연합과 미국에 필적하는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 또한,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계질서 차원의 경쟁과 협력, 중국과 일본 사이의 지역패권경쟁, 북한의 핵 문제 등이 중첩된 국제정치의 공간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주요 삼국인 한중일 사이의 협력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이고, 세계적 차원에서도 대단히 긴요하다. 그런데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핵심적인 한 축을 형성하는 한일관계가 최근 몇 년 동안 국교정상화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40점)

(1) 최근 한일관계의 악화, 대립을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의 세 기지 이미지로 설명하시오. (20점)

(2)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동사이아 국제체제차원에서 설명하고 한일관계회복을 위한 아이디어를 투레벨게임(two-level game)의 관점에서 제안하시오.(20점)

2014년 입법고시에서는 선거제도가 40점이고 국제정치학문제도 40점으로 출제되었다. 보통 점수 배점이 큰 문제가 하나 출제되고 작은 문제가 2개 출제되는데 비해서 2개의 문제가 모두 큰 문제로 출제되었다는 것은 국제정치학 문제나 선거제도 문제나 모두 비중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4년 입시 국제정치학문제는 일본문제를 직접 다루었다. 지금까지 동북아시아를 다루거나 중국을 다룬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일본을 직접 다룬 문제는 외무고시까지를 통 털어 처음이다. 일본의 외교정책을 직접 묻고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한일관계를 설명하고 특히 분석수준 기법을 이용해서 설명하게 하거나 투레벨 게임을 빌려서 설명하게 하는 것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문제라고 하겠다. 분석수준에서는 개인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답안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어려운 문제였다. 또한 양면게임은 협력과 협상을 다루는 이론인데 이 문제는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으로 정부간 수준의 노력과 비정부수준의 노력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시험장에서 서술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마지막 특징은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입장, 비례대표제 확대논의에 대한 입장, 방법론에서 대안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정치학이 판단을 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수험생 본인입장보다는 이론가의 이름 따위를 외우는 수험경향을 지양하고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론을 공부하고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자는 출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확연히 보인다. 기술적인 것과 이론부분을 암기하고 자신도 모르는 내용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은 답안이 아니다. 본인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관료가 되어 한국 정부를 운영하고 정책결정자에게 올바른 조언을 하려고 한다면 본인의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차원에서 정치학공부를 하여야 한다. 이것이 정치학이 수험과목에 있는 존재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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