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4)-소울 푸드(Soul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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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4)-소울 푸드(Soul food)
  • 차근욱
  • 승인 2014.07.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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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이유진 선생님, 이민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라디오 비밥의 차근욱이라고 합니다! 우리 맞은편 코너 사이인데 첫 인사가 늦었지요? 지금이라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국문법 틀리는 것 보시면 지적 부탁드려요~^^

법률저널 공무원 판 7월 10일자 이유진 선생님의 ‘공감’ 코너에 게재된 ‘벡의 우울척도’라는 자가진단테스트를 접하고는, ‘오호라~!’라는 탄성과 함께 눈을 반짝이며 즉시 응해 보았다.

‘역시 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어!’라고 실망하시지는 말아 주시길. 평소, 건실하게 살고 있답니다. 진짜예요.

뭐, 여튼간에 우울증 자가진단테스트를 하고 나니 33점이 나왔다. 예, 그렇습니다. 24점에서 63점은 심한 우울 상태예요. 눈을 반짝이며 자가진단테스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신이 나서 재미지게 했었는데, 자기진단테스트의 결과를 보고 나니 갑자기 급 우울해졌다(원래 의도가 이거였나?). 그런 자신을 보면서 아.. 역시 나는 심한 우울 상태였던 것이었어, 라고 읇조리며.

 
이렇게 우울한 기분이 들자, 대부분의 중증 우울증 환자들이 그렇듯,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을 뒤진다고 해서 맛있게 먹을 만한 것이 나올리 없지.

그렇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곳은, 혼자 사는 독거남의 삭막한 서식지인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동만두가 있었지만, 이 우울한 상태에서 냉동만두를 암호명 ‘전자레인지’인 microwave에 돌려서 벽을 본 채 혼자 우걱우걱 먹고 있다간, 그야말로 서러워 죽을지도 몰라서 쉼 호흡을 한 뒤 라디오 비밥을 쓰기로 했다. 뭐, 원고 마감은 언제나 부담스러우니까.

사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열린 마음과 새로운 생각으로 언제나 신기하고 재미있고 신선하면서도 교훈적인 글을 쓰고 싶지만, 헤헤헤~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는 사실 그다지 재미있거나 신선한 사람이 못돼요. 조금... 신기한 사람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랑 식사를 같이 하신 분들은 간혹 놀라시곤 하더군요. 먹는 건 조금 자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주제를 위로 삼아 써볼까 생각하다보니, 결국 이번호에서는 먹는 이야기를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테마는 ‘소울 푸드(soul food)’.

한국 사람에게 영혼을 달래주는 소울 푸드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토속적이면서도 친숙한 음식들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자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그렇다면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실은 예전에도 한번, 한없이 걸으며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된장찌개와 두루찌개 중 고민을 하게 되었고 결국 나의 선택은 ‘소라 된장찌개’로 판가름 났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했었던지, 어디선가 팡파레가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었다. 정말루.

인간에게 있어 삶의 의미와 용기가 되어주는 것으로서의 식문화는 그야말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꼭 비 오는 날이 아니더라도, 피곤했던 하루의 피로마저 치맥 한잔이면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처럼. 게다가 음식을 권하는 행위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인데, 당시 나는 내륙침투훈련 중이었다. 침투훈련의 경우, 보통 사단에서는 대간첩 훈련을 목표삼아 하고 우리 여단에서는 침투훈련을 목표삼아 하곤 했었다.

따라서 이 합동훈련은 그야말로 부대와 부대 간의 자존심 문제라고도 할 수 있기에, 침투조는 절대로 잡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고 수색조는 반드시 잡으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다.

침투조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았던 나는, 낮은 포복으로 살며시 포도밭을 지나 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목표지점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도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님 한 분께서 빈 포대자루 위에 포도를 한 아름 담아 내 앞까지 끌고 오시더니 밭 가장자리에 납작 엎드려 있던 내 눈 앞에 놓아 주셨다. 이윽코 조금은 시크하게 한 마디. ‘먹고 햐~.’

순간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땅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머님의 모습이 얼마나 다정하신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훈련 중인 군인신분으로서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사사삭 기어가려고 했었는데, 이어 할머님께서는 ‘괜찮여~.’라고 하시며 포대자루를 다시 끌어 내 앞에 놓으시는 것이 아닌가.

이쯤 되면 거절하는 것이 실례일 것도 같고 계속 할머니가 내 앞에 서서 포도를 권하시면 수색조의 눈에 띄어 잡힐 것만 같아 ‘예~.’라고 대답한 후, 바닥에 누운 채로 포도를 몇 알 입에 넣었다.

시절은 한참 더울 무렵이었고 그 포도는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마음 같아서는 그 포대자루 위의 포도를 전부 먹고 싶었지만, 결국 다 먹지는 못했다. 포도를 먹다가 잡혔거든.

비록 복귀해서 욕을 좀 먹기는 했었어도 후회는 없었다. 그 포도는 할머님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었기에 내 군생활에 있어 크나큰 위로가 되어 주었으니까.

뭐, 그래서 제 인생의 소울 푸드는 ‘소라 된장찌개’입니다. 어머님께서 가끔 해 주시던 ‘소라 된장찌개’가 정말 맛있었거든요. 헤헤헤~. 좀 뜬금없지요? 뭐, 저란 인간이 좀 그렇습니다. 뜬금없거든요.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광주에 출강하고 있는데, 전에 아모르 이그잼 광주캠퍼스의 이정 원장님께서 ‘차선생, 강사는 하루라도 책을 보지 않으면 끝이야.’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원장님을 새삼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정 원장님께서 실은 엄청난 미식가이신지라, 덕분에 전라도 음식의 깊이와 정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서민적인 음식들을 통해서 말이지요. 이렇듯 좋은 음식은, 음식 자체를 통한 행복감 외에도 함께하는 사람 사이를 더욱 돈독한 마음으로 이어준다는 점에서 역시 소울 푸드로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살아가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격려가 필요한데, 아마 음식만큼 우리네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 주는 위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가끔은 우울하고 황망할 때,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진솔한 내 편과 함께 소울 푸드를 나누며 힘을 되찾는 여유도 필요하다.

인생에는 그런 소소한 행복들이 모여 어려운 위기를 버텨내는 저력이 되어 주는 법이니까. 소울 푸드는 사실 거창하지도, 호화롭지도 않은 음식일 게다.

아주 소박하지만, 자신의 근본을 이루는 정서를 담은 음식. 우리가 힘을 얻는 음식은 이처럼 조금은 투박하고도 영혼이 담긴 먹거리가 아닐까. 마치 내게 가장 큰 용기와 힘을 주는 사람은 명예나 스펙이 월등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나를 아껴주고 이해하며 사랑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인 것처럼.

비록 라면일지라도, 용기를 잃은 친구에게 정성을 담아 끓여주는 음식이라면 어쩌면 그 라면이 바로 소울 푸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소울이란, 마음의 문제니까.

그렇기에 위로란, 마음이 담긴 작은 배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울 푸드가 우리의 영혼을 따스히 해 주듯이, 마음을 담은 작은 배려가 세상에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래서 그런지 요즘 거울을 보니 전과 다르게 남달리 실하게 진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실은 좀 깜놀이었다. 아... 아... 역시 ‘벡의 우울척도’가 옳았던 것일까. 심한 우울상태로 인해 나는 나도 모르게 소울 푸드를 탐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저의 사례처럼 힘든 시절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소울 푸드를 접하면서 그 빈도에 따라 간혹 복스러워지는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하는데, 까짓것 뭐 어떻습니까.

내적 평화를 되찾는 여정에서 그런 복스러움 쯤이야 대인배답게 받아들이는 넓은 아량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치맥으로 단련된 완벽한 D라인이라고 할지라도 사랑스러운 자신의 모습이 아닐 런지요.

그건 그렇고, 원고 끝나면 빨리 뛰러 나가야겠습니다. 큰일 나겠어요. 당장 호두과자도 끊어야지! 저요? 아직 장가도 안갔다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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