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6)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6)
  • 신종범
  • 승인 2014.07.18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왠만한 사람이면 변호사 한, 둘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의 의뢰인들도 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뢰인은 내가 알거나 내가 아는 사람을 아는 분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의뢰인이 아닌 경우 어떻게 알고 오셨냐 물으면 대개 내가 아는 누구를 통해서 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는 의뢰인들이 있다. 변호사를 잘 안다고 해야 사건을 더 잘 처리해 줄텐데 말이다. 그 의뢰인들은 대부분 이혼을 상담하러 오는 분들이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라면 친구나 친척 변호사 등 아는 변호사에게 여러분의 이혼 사건을 맡기겠는가? 이혼 소송을 하다보면 당사자의 이불 속 이야기까지 다 드러나기도 하니 말이다.

어느 날 중년의 한 여성분이 찾아오셨다. 내가 아는 분도 아니고 어떻게 나를 찾아오셨냐는 물음에도 대답은 없었다. 편하게 차 한잔 먼저 드시라고 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과 이혼을 하겠다고 한다. 의뢰인의 이야기는 이랬다. 남편은 오랫동안 공직에 있다 진급을 못하고 명예퇴직을 하였다. 퇴직 후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고, 금융권은 물론 사채까지 빌려쓰게 되었으나 사업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의 몇 번의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편은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심지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남편의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자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남편은 자신의 빚은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진 것이니 빚도 나누어야 이혼에 응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남편의 주장처럼 이혼을 하려면 남편이 진 빚까지 나누어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과연, 남편의 주장처럼 이혼시 빚도 분할하여야 하는 것인가?

우리 법원은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이른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의뢰인의 남편은 의뢰인이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의뢰인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뢰인의 경우처럼 부부간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빼고 남은 금액이 없는 경우 즉, 빚만 남아있는 경우에도 그 빚을 분할 대상으로 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확고하게 부부 쌍방의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 재산분할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6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지내온 아내 오모(39)씨가 남편 허모(43)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이 사건에서 오모씨의 순재산은 –4,200만원, 허모씨의 순재산은 +220만원이 남아있었다) 상고심에서 “아내와 남편의 총 적극재산에서 총 채무를 빼면 남는 금액이 없다”는 이유로 아내의 재산분할청구를 기각한 제1심과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총 소극재산(채무)이 총 적극재산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혀 부부간 총 재산이 부채(빚)만 남아 있더라도 이를 분할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다만, “재산분할 청구사건에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만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되므로,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이로 인해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때에는 채무부담의 경우와 사용처, 금액,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와 분담방법 등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해 당연히 분할 귀속돼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구체적인 재산분할의 정도는 각급 법원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따져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기존의 판례에 의하면 의뢰인 남편의 재산분할청구는 아예 인정될 수 없지만, 변경된 판례에 의할 때는 남편은 자신의 빚을 부인인 의뢰인에게 분담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그 분담을 인정할 것인지와 분담의 정도는 남편이 진 빚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그 금액은 얼마인지, 부인인 의뢰인의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부인인 의뢰인에게 분담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부부의 일방이 타방배우자에 대하여 혼인 중 취득한 재산(그 소유명의가 어떠한지를 불문하고 혼인 중 형성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의미한다)의 분할을 청구하는 권리로, 1990년 민법 개정시부터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자신 명의로 재산을 형성할 기회가 없는 처의 가사노동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이혼 후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배우자의 경제적 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이혼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었으나 실제 이러한 재산분할청구를 통하여 위자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인정받을 수도 있어 간혹 뉴스를 보면 유명연예인이나 재벌2세들이 이혼을 하면서 수백억의 재산을 분할하여 주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우리 법원도 그동안 재산분할청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유책배우자, 사실혼의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도 혼인 중 부부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면 그 명의를 불문하고, 부부 일방이 별거 후에 취득한 재산이라도 그것이 별거 전에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기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이 된다고 하였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연인관계 때 모은 재산도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장래의 수입에 대하여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의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채무와 관련하여서는 기존에는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는 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하면서도 총 재산가액에서 위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은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가 지난 2013년 6월 20일 대법원 판례가 변경됨으로써 이제는 채무만 있는 경우에도 분할을 할 수 있게된 것이다.

재산분할청구권이 가사노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양성평등에 기초한 것으로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법원의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 지난 2013년 6월 20일 변경된 대법원 판례도 이혼시 빚만 남아 있더라도 그 빚이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진 것이면 이를 분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일견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 및 양성평등에 부합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남편만이 직장을 가지고 있고 아내는 전업주부인 가정이 아직도 많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의뢰인의 경우처럼 남편이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지게 된 빚을 아내에게 분담하게 할 수도 있어 오히려 이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대법원 판례 사안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진 빚으로 이혼파탄의 책임도 남편에게 있어 대법원의 판단이 수긍이 가지만 의뢰인의 경우 아내에게 남편이 진 빚을 분담시킨다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재산분할청구권이 취지를 살리면서도 형평에 반하지 않을 구체적인 판례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