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민간경력특채 확대,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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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간경력특채 확대, 신중해야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7.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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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을 통해 정부의 상황대처와 구호·구난의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급기야 정부는 그 무능력을 사고발생 원인을 면피용으로 한껏 활용했다. 불난 집에 불을 끌 능력이 안 되니 누가 불을 질렀느냐며 모든 공권력을 이곳으로 집중했다. 불씨 관리담당자들이 도망을 가자, 집 주인을 불러 아궁이는 얼마를 주고 지었고 관리비는 얼마나 들었느냐에 호들갑이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주거담당 공무원들의 공채는 줄이고 경력자 특채를 확대해 화재발생의 불씨를 줄이겠다고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 대통령의 긴급지시가 있고 정부는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5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 특채 인원을 늘려 올해 130명을 선발하는 공고를 냈다.

‘5급 민간경력자 특채’는 공채로는 충원이 어려운 분야에 민간전문가를 폭넓게 영입하기 위한 것으로 오랜 기간 실시됐지만, 수년전 한 외교부 장관의 자녀의 특채 비리가 드러나면서, 2011년부터 일괄선발로 전환된 제도로서 올해 네 번째로 시행되는 것이다. 2011년 102명, 2012년 107명, 2013년 100명이었지만 올해는 역대 최다를 선발하게 됐다. 사고 직후, 청와대는 5급 공채와 민간경력 특채를 각 5대 5로 선발하되 장기적으로는 전자를 폐지한다는 것도 암시되는 상황에서 단행된 갑작스런 선발증원이어서 공채 준비 수험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수험생들은 당장 내년부터 공채 비율이 한층 줄어들까 가슴졸이고 있다.

현자(賢者)라면 불난 곳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불부터 끄고 볼일이다. 원인과 대책은 사고수습 후 충분한 규명을 거친 후 실타래처럼 풀어나가는 해법을 찾기 마련이다. 만사불여튼튼이라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사고다. 이를 위해 재난본부와 구조대를 국민세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번 세월호와 같은 해난구조를 위해 해경은 매년 해난구조인력도 채용해 왔다. 제도적으로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유사시를 대비한 시스템이 게으르지 않았다면 사고 즉시, 모두를 구조했을 것이다. 선발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운영의 문제이며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시발점인 셈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직 인사시스템이 개편이 단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관피아, 철피아, 군피아 등 듣기 민망한 신조어들이 속보로 뒤덮고 있고 특히 특채출신자들의 역(逆)관피아 비리도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발의 문제인지, 운영의 문제인지를 곱씹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순수 공채든, 경력 특채든,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경력은 공직관 부족이 단점이라면 순수 공채는 대처능력 등 노련미가 단점일 될 수 있다. 공채와 특채의 적정한 비율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직의 업무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향상을 이끌 수 있다. 다만, 5급은 공직에서는 중간 정책자에 해당한다. 단순 실무경험도 중요하지만 상하조직에서의 역할과 뚜렷한 공직관을 필요로 한다. 전체 공무원선발에서의 특채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특채 증원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안전행정부 장관에 정종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취임했다. 정 장관은 수년전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시절, 한 세미나에서 로스쿨 출신 공직진출 확대를 위해 행정고시 축소를 주장한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사조직운영의 집행기관의 수장으로서, 예전과 같은 인식에서 5급 공채 감소 추진에 적극적이라면 결코 안 된다. 본말(本末)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本은 국민이며 末은 효율성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뜬금없는 ‘로스쿨 살리기’는 本도 末도 아니다.

기자는 지난 수년간 로스쿨 출신 중에서도, 5급 공채를 치러 공직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다수 보아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잘생겼다는 감탄사다. 과정은 이래야 하고 이것이 맞다. 다만 연구와 검토를 한 결과, 경력자 특채가 많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특채로 인한 또 다르게 예견되는 악재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한 후, 확대해 나가면 될 일이다. 급한 불도 못 끄면서 빈대 잡느라 초가집을 태우는 것은 아닌지, 신중을 기할 일이다.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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