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관임용방안 심포지엄 방청기(傍聽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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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관임용방안 심포지엄 방청기(傍聽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7.0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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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이상, 학업을 마치고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어린 법관들이 국민의 분쟁과 생사여탈을 판단해 해온 대한민국 법관제도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10년 이상 변호사 또는 검사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되 수급현황을 고려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5년 이상,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7년 이상의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는 단계적 임용과정을 밟는다는 청사진이다.

미혼의 젊은 판사가 이혼판결을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법관제도는 사법시험 합격, 성적 순위로 사법연수원 수료 즉시 법관이라는 임용과정을 통해 연수원 순혈주의와 젊은 피를 추구해 왔다. 순발력 있고 법리해석 능력이 출중한 이들로 구성된 엘리트를 선발한 후 법원조직 내에서의 재교육 등을 통해 한층 순혈주의를 고착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하지만 나이 어리고 경험이 일천한 판사 대신 충분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도록 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조일원화 도입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문제는 과거의 성적지상 주의를 탈피하되, 어떻게 하면 보다 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법관을 임용할 수 있을까 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고 선발방식 또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3년 경력을 채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법관지원 대상이 되면서 사법연수원 출신과의 선발방식의 일원화 여부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바람직한 법관임용방안 모색’을 두고 중지를 모으는 심포지엄을 가졌고 2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동일한 주제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사를 가졌다. 선발은 객관적인 실력검증으로, 과정은 공정하게 선발하되 법관이 된 후에도 지속적인 평가와 검증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제고를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는 것에는 중론이 모아졌지만 객관적인 선발방식을 두고서는 견해가 팽팽히 갈렸다.

필기시험을 일부 운영할 것인지 말 것인지, 특히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출신간 선발방식을 달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론없는 대립각을 펴는 듯했다. 나아가 양 제도 출신간 선발인원 할당제도 뜨거운 주제인 듯했다.

방청석에서도 팽팽한 느낌이 보였다. 4백여석의 서울법원종합청사 대회의실이 설렁할 정도로 이번 주제가 사회적 이목을 끌지는 못한 듯했고 특히 거의 절반가량의 좌석을 사법연수원생 및 로스쿨생들을 위한 고정석으로 마련했지만 텅텅 빈 상태였다. 하지만, 일부 사법연수원생들은 할당제로 운영되고 있는 검사 및 로클럭 선발과정을 두고 주창해 오던 ‘공개경쟁시험요구’ 주장문을 방청객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통해 ‘우린 법관임용도 시험을 통해 경쟁하고 싶으니 출신간 할당제는 결코 안된다’는 무언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심포지엄 말미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간 실력 차이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달라” “필기시험 대안은 갖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든 시험은 필요하다” 등과 질의가 연수원생으로 보이는 청중으로부터 쏟아졌다.

다음날 서울지방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기본적인 시험을 치르되 경력기간에 따라 반영비율을 달리하자고 한 패널은 주장했다. 기자는 이를 지켜보며, 여럿 쟁점 중 99%는 국민적 합의가 쉽게 이뤄지겠지만 선발방식, 특히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간의 공통적인 선발기준 설정은 결코 쉽지는 않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기자 역시, 시험을 통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면접 등 정성적 평가만으로 법봉을 맡기기에는 학연, 혈연, 지연, 법조계 회전문 등과 같은 위험요소들이 너무도 많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력 연한이 높을수록 이에 대한 반영비율을 낮추자는 한 변호사의 주장에 찬성한다. 그렇다고 시험성적이 가장 우월한 평가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법관지원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면 서러울, 모두가 공부의 귀재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적정한 수준의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듯싶다.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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