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공감'(4)-우리는 ‘늙어 갈’ 수 있지만, ‘젊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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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공감'(4)-우리는 ‘늙어 갈’ 수 있지만, ‘젊어 갈’ 수 없다.
  • 이유진
  • 승인 2014.07.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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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KG패스원 공무원 국어 강사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진 저는 ‘멘탈 노출증(자신이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병)’에 걸린 환자입니다. ‘품사’에 대한 강의를 할 때면 들려 드리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여담이 있지요.

학생들은 흔히 반의 관계인 ‘늙다’와 ‘젊다’가 당연히 같은 품사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늙다’는 동사, ‘젊다’는 형용사입니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다 [동사] : 1. 사람이나 동물, 식물 따위가 나이를 많이 먹다. 사람의 경우에는 흔히 중년이 지난 상태가 됨.

2. 한창때(기운이나 의욕 따위가 가장 왕성한 때)를 지나 쇠퇴하다.

3. 식물 따위가 지나치게 익은 상태가 되다.

4.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다.

5. 어떤 신분이나 자격에 맞는 시기가 지나다.

젊다 [형용사] : 1. 나이가 한창때에 있다.

2. 혈기 따위가 왕성하다.

3. 보기에 나이가 제 나이보다 적은 듯하다.

동사는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하는 움직임이나 과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품사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에 따라 늙어 갑니다. 누구나 예외가 없습니다. 반면, ‘젊다’는 한 순간의 상태지요. 그래서 성질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인 것입니다.

 
수험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생각보다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이렇게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이를 ‘속절없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하다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내일보다 젊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늙어 가지만 항상 내일보다 젊습니다.

한 노인이 한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꿈이 있었네. 그 꿈을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몰라서 20대를 방황하며 보냈지. 그리고 30대가 되었네. 그 꿈을 이룰 방법이 보였지만, 내게는 처자식이 생겨서 그들을 위해 꿈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40대가 되었네.

40대가 되어 생각해보니 그 꿈에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처자식을 위한 일이었었네. 하지만 40대는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심지어 부끄러운 나이인 것 같았어. 그래서 예전에는 그런 꿈을 꿨었노라고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지.

그렇게 술을 마시며 50대가 되어 생각해보니 40대도 늦었던 것이 아니었어. 50대에는 이제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력도 시간도 없는 것 같았네. 그래서 또 불평을 하며 60대를 기다렸네. 어차피 꿈을 이루지도 못한 거,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빨리 늙어 버리고 싶었네.

60대가 되고 나니 아직도 인생이 많이 남아 있었네. 나는 이제 70을 바라보고 있네. 지금도 어제부터 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미련이 남네. 오늘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노인처럼 삽니다. 원하는 것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자신이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초조하고 불안해합니다. 그 초조함이 본인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극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그저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할 뿐입니다. 하루는 너무 여유롭고 허망하게 보내면서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고 초조해합니다.

20대의 이유진은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나는 서른 두 살까지만 강의할 거야. 서른 세 살부터는 돈을 골방에 쌓아 놓고 아껴 쓰면서 콩벌레처럼 앉아 글을 쓸 거야. 문제지 따위 말고 정말 글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거야. 그때까지 설마 내가 마이크 잡고 강단에 서 있으면 내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말해줘.”

저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누군가가 제게 일러주지 않아도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돈을 덜 모아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때 목표했던 만큼의 돈(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면 콩벌레처럼 살아야 하는 금액)을 모으고도 강단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어릴 적부터의 꿈만큼이나 좋은 강의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서 놓을 수가 없어졌습니다. 1타 같은 것은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아쉬움이 단 1%도 없는 강의를 할 때까지는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다보니 이렇게 ‘멘탈 노출증’을 실현할 만한 지면도 얻게 되었습니다. 잡글에 불과하지만 이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글도 쓸 수 있겠지요.

아쉬움이 단 1%도 없는 강의, 하지만 그것이 오만에 의한 판단이 아닌, 그런 강의도 할 날이 오겠지요. 저는 그저 그때까지 하루하루를 문제지도 쓰고 칼럼도 쓰면서 바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당연히 어제보다 늙었지만 내일보다 훨씬 젊습니다. 나에게 떳떳한 바쁜 하루를 보내시고, 내일을 두려워 할 시간에 오늘을 사세요.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는 데 오늘을 허비하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하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꿈을 가장 빨리 이루는 방법은 짧은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바쁘게 쓰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먼 시간에 대해서는 담대한 마음으로 관망하는 것입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짐자무시 감독의 영화 ‘브로큰 플라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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