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45 / 감정평가에서의 ‘포함’과 ‘배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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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45 / 감정평가에서의 ‘포함’과 ‘배제’의 문제
  • 이용훈
  • 승인 2014.06.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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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순진한 구매자가 상술에 휘둘리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워도 빈 틈을 보이게 마련. 낭패를 겪기 딱 좋은 상황은 오로지 물품 종류와 가격에만 주의를 기울였을 때다. 풀 세트 가격인 줄 알았는데 본체만 포함되고 옵션은 별도 구매라는 점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옵션을 구매하면, 결국 구매계획을 세우며 빡빡하게 책정한 원 예산을 넘겨 지출하게 돼 버린 꼴이다. 보험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특약사항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확인하지 않을 때 훗날 뒷목 잡는 것과 같다. 옵션의 포함여부를 꼼꼼히 따지게 된 건 분양 아파트의 현실이 모델하우스와 괴리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이후의 얘기가 아닐까. 소송으로까지 번진, 아파트 입주자와 시공사의 분양물의 완성도에 대한 다툼이 수면으로 올라오기까지는 순진한 구매자의 수많은 부주의가 있었을 것이다. 자산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이렇게 ‘포함’과 ‘배제’의 문제가 첨예하게 개입할 때가 여러 있다.

보상금에 대한 소유자 불만의 핵심인 ‘개발이익’의 포함 여부가 그 중 하나다. 시가와 보상금액이 괴리됨을 소유자가 주장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시가’는 소유자의 공로 없이 부풀려진 지가 상승분이 포함된 가격이다. 실제 거래단가가 보상단가를 웃돌면 외견상 그들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래단가에 분양입주권 등 이주대책 대상자가 누리는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그런 사유로 인한 가격상승분은 토지, 건물의 정당한 보상금의 성격에 위배되기에 ‘배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영업보상금에 권리금이 왜 포함되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법으로 정한 평가 항목은 휴업으로 인해 이전하면서 발생하는 휴업기간 손실뿐이므로 평가자가 임의로 ‘배제’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등의 정비 사업을 진행할 때도 ‘배제’의 시각이 등장한다. 2~30년 된 단독주택이 즐비한 가로변으로, 가가호호 마당 한 쪽 단풍나무나 감나무 두 어 주 정도는 볼 수 있다. 공동주택 등으로 교환해 주기 전 각 조합원 소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런 액세서리는 명함을 못 내민다. 토지, 건물(구분소유부동산 포함)만 평가의 대상으로 삼기로 법률이 정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상호 약정한 정관도 토지와 건물 외 별도의 자산을 평가에 포함시킨다는 특약이 없다. 반면, 이들이 조합원의 신분을 포기하게 되면 ‘포함’의 시각으로 전환된다. 이들은 청산자로 대우받고 이사 짐에 포함시킬 수 없는 모든 자산, 곧 버려두고 떠나야 하는 소유물이 모두 평가의 대상이 된다. 토지, 건물 외에 조경수, 울타리, 가로등 같은 소소한 물건의 몸값까지 현금으로 지급된다.

수익성 부동산인 사우나, 모텔, 호텔을 평가할 때, 이들이 창출하는 수익을 환원 또는 할인하는 평가방법을 적용해서 도출된 수익가치와 부동산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수익가치 중에서 부동산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기여한 가치 상당액을 공제할 필요가 있다. ‘배제’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브랜드 가치다. 호텔을 경영하는 모 기업의 상표, 인지도, 경영 노하우가 결합·조력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수익이 창출되겠는가. 평범한 호텔 내부 인테리어와는 달리, 객실로 진입하는 통로 벽마다 걸린 꽤 비싼 유화액자는 호텔 건물의 가치를 구성하는 부품으로 볼 수 없다. 비부동산 가치구성 요소가 있는 셈. ‘수익성’으로 추계한 호텔의 가치는 곧 계속기업으로서의 ‘호텔기업’의 가치라고 볼 수 있으므로, 토지, 건물 등 호텔을 구성하는 등기 가능한 자산의 가치를 합산한 것과는 금액 차이가 상당할 수 있다. 혹자는 이 격차 중 동산가치를 공제한 나머지를 무형자산 또는 영업권의 가치로 판단한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물건은 주된 물건의 가치에 부속되므로 ‘포함’ 평가되는 관행이 있다. 산림을 구성하는 입목이 임지에 포함·평가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활·잡목은 임지에 포함 평가하였습니다.’라고 평가의견서에 기재하는데, 산림의 평가액 중 임지와 입목을 구분해 달라는 요구는 무의미함을 설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종물’이 주물의 처분에 따르므로 ‘포함’ 관계가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주물에 부속돼 분리하면 경제적 가치가 없거나 분리하는데 본 가치 이상의 비용이 들 정도로 합치된 ‘부합물’도 주물의 가치 상당액에 녹아 들어간다. 기계 설비를 작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옵션은 표준적인 부속품이므로 일반적으로 기계 평가 금액은 당연히 이를 포함한 가격이다.

국·공유지를 매각할 때 인접 필지 소유자가 매수자로 한정된 경우, 매각 필지 단독으로 있을 때의 가치와 인접필지와의 병합 시 증액된 몸값 사이에서 매각평가금액을 저울질하게 된다. 소위 ‘기여도’의 배분 문제, 곧 매각금액에 ‘가치 증분’의 ‘포함’ 정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파는 물건 단독으로 봐서 저렴하게 평가해 달라는 요구는 매수자의 극단적인 희망사항이며, 어차피 합쳐 쓸 것을 전제로 힘닿는 데까지 몸값 올려달라는 건 매도자의 과한 요구다. 전자는 기여도의 전적인 ‘배제’, 후자는 기여도의 전적인 ‘포함’입장인 것.

공익사업 지구 내에서 이주에 필요한 이사비는 토지나 건물 보상금 외에 별도 항목으로 책정돼 있어 보상평가액에 포함되지 않는 점, 어떤 부동산이든 소유자의 ‘주관적 가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특정한 지분 소유자의 지분만 평가할 때는 평가액 전체에서의 지분비율 혹은 지분비율에 상당하는 점유 위치의 가치만이 평가의 대상이라는 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최종 평가금액이 이것은 담고 저것은 뺐음을 전제로 이의제기 혹은 재고요구를 할 수 있다. 감정평가에서는 가치 수준의 차이를 논하기에 앞서 항목의 포함, 배제를 확정하는 것이 선결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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