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 학기를 마무리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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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 학기를 마무리 하며
  • 신희섭
  • 승인 2014.06.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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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제 한 학기가 마무리 되어 간다. 실제로 다음 주에 기말고사를 보면 한 학기가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대학 강의를 처음 하게 된 설레는 한 학기가 아쉽게 마쳐지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학생들에게 준 가르침 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대학 강단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신림동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서 받는 것과는 다른 교훈을 주었다. 삶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학생들에게 얼마나 유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학기의 한 과목에서 무엇을 학생들에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서 중간고사에 대한 리포트 식 답안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기로 했다. 얼마 전에 모든 답안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서 다시 돌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대학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몇 가지 글 쓰는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략 크게 3가지가 문제였는데 첫 번째는 본인이 어떤 분석도구를 가지고 어떤 대상과 주제를 다루는지를 명확히 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이 부분은 학교에서 더 많이 글을 쓰면서 개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논리 전개의 문제이다. 본인이 서론에서 무엇을 하고 중간 부분들에서 어떻게 이론을 정리하고 이것을 통해 사례를 분석하고 그 분석적 교훈을 어떻게 결론으로 연결하는지에 대해 틀이 잘 잡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더 많은 연습을 통해서 배워 가면 수정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글의 형식과 관련된 부분이다. 문단의 기능과 문장의 기능에 관한 부분, 두괄식 서술구조의 필요성과 요약의 중요성, 지시성(목차의 구체성)을 높여서 명확한 글을 만드는 문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두괄식을 통해서 본인의 주장 요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부분이 약해서 본인의 좋은 아이디어가 정확히 평가받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아마 수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이런 훈련을 많이 안하고 졸업을 하거나 학교과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간에는 두괄식에 대한 조언을 할까 한다. 과거에도 두괄식 구조를 많이 강조했던 터라 같은 내용을 다우었던 과거 칼럼 중에서 중요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칼럼을 가늠하고자 한다.

이번 회1) 역시 답안 구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룰까 한다. 지난 시간들보다 이번 시간은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다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시간의 주제는 두괄식구조로 사고하고 두괄식 구조로 글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왜 특별히 조심해야 할까? 이유는 두괄식을 선호하는 이들과 두괄식이외의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만큼은 글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사회과학계에서 아주 풀기 어려운 난제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제를 두괄식으로 사고하고 답안을 구성하자로 잡은 것은 이것이 수험생들에게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수험생들이 쓰고 있는 답안 특히 정치학과 관련된 답안은 사회과학이라는 자연과학이나 인문과학과는 다른 영역에 있는 분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답안이 사회과학적 글쓰기의 전형적인 예는 아니다. 답안쓰기는 논문을 쓰거나 평론이나 서평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글은 각기 자신이 새로 발견한 것을 글로 밝히거나, 사안이나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서의 평가를 내리거나, 책을 읽고 난 뒤 책의 구성방식과 주제의 전달력 그리고 세부적인 묘사전략이나 인용전략 등을 소개하고 그것이 얼마나 목표에 부합하는가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답안쓰기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자신이 내린 평가와 판단을 보여주면 된다. 따라서 답안의 핵심은 문제파악과 자신의 판단 그리고 그 판단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과목이 요구하는 이론과 역사적 배경과 같은 기준들을 충족하는 것이다. 하지만 답안이 다루는 분야가 사회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을 쓰는 기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회과학 글쓰기에서 글의 요건이 무엇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사회과학 글쓰기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는 다섯 가지가 제시된다.2) 첫째, ‘독창성’으로 이는 자료나 연구방식이나 주장에서의 새로움으로 창의적 사고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둘째, ‘객관성’으로 주관을 객관화하는 능력과 그 수준을 의미한다. 셋째, ‘검증성’으로 핵심적인 문제제기와 주장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정확성’으로 자료의 출처와 인용과 어휘의 개념과 지시성과 문장과 표현의 명확성을 의미한다. 다섯째, ‘평이성’으로 쉽고 간결한 문장과 논리구성을 의미한다. 이중 글을 평이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두괄식글쓰기와 관련된다.

위의 요건은 사회과학적 글쓰기의 일반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답안쓰기는 이와는 다른 글쓰기이다. 다른 글들은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서 시간과 분량에 제한을 적게 받으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읽어갈 수 있는 재미를 만들 수 있다. 평이한 내용의 평서문을 중심으로 만들다가 의문문을 사용해서 글의 집중력을 높일 수도 있고, 두괄식으로 구성하는 글을 미괄식구조나 중괄식구조로 만들어서 독자의 호기심을 뒤로 미루거나 생각의 흐름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특히 글의 재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칼럼이나 평론 등은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답안은 오로지 평가를 위한 것이다. 여기서 독자는 재미를 위해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지식을 토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자 한다. 따라서 글의 재미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명확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답안을 쓸 때 필요한 것은 ‘가독성’ 혹은 ‘시인성’(보고 인지하게 하는 능력)이다. 즉 답안이 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글을 읽는 이의 눈에 편하게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의 채점을 해야 하는 채점자 혹은 평가자를 고려한다면 답안을 빠른 시간에 읽고 편안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당한 장점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전제가 되고 난 뒤에 자기 생각의 ‘독창성’이나 자신의 주장과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는 논리구조의 탄탄함이나 진위 판단여부를 나타내는 ‘검증성’ 그리고 사용하는 용어들의 ‘정확성’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쉽게 읽혀서 자신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때에야 자신의 답안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이론적 공부정도나 문제제기 방식 그리고 탄탄한 논리구조를 통한 목차의 전개 등이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가독성과 시인성을 높여줄 것인가? 여기서 두괄식의 글쓰기가 중요하게 된다. 두괄식은 시인성과 가독성을 높여주는 글쓰기 방식이기도 하지만 실제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먼저 두괄식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그 뒤에 이에 대해서 부연하는 것은 글을 쓸 때 자신의 주장이 먼저 제기됨으로서 주장의 내용과 그 신빙성에 집중시키고 그것을 부연설명해가면서 검증해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두괄식은 집중력을 글의 결과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지 않아도 무엇이 글의 주장인지와 결론인지를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 글을 읽는 이는 경쾌하게 글을 읽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두괄식 구조는 글의 결론이 뒤에 나오게 함으로써 그 결론에 도달하는 전 과정에 집중하게 하는 미괄식구조와 다르다. 따라서 두괄식은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기 좋은 것을 쓸 때 사용하고 미괄식은 결론과 주장에 동의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 쓴다.3)

그렇다면 두괄식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두괄식사고는 먼저 자신이 하려는 주장을 항상 먼저 이야기 하고 그 뒤에 그 근거를 부연하는 방식이다. 두괄식 사고는 전체 글을 구성하는 주제를 정하는 때와 서론에서 어떤 주장을 어떻게 펼쳐갈지를 제시하는 때 뿐 아니라 답안의 로마자로 구성되는 단락을 만들 때와 각 문단을 구성할 때 마지막으로 문장을 구성할 때도 적용된다. 우선적으로 결론을 내서 다른 사람-다른 화자가 될 수도 있고 독자가 될 수도 있고 토론자가 될 수도 있는-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게 한 뒤에 그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다른 이와 논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할 경우 대단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시간을 줄여주고 결론이 무엇인지 모호해서 생기는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라는 책에서 하워드 베커는 사회과학을 하는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뒤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사회과학자들이 모든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는 것을 금하는 과학적 신중함 때문이라고 했다.4) 이와 반대로 그는 사회과학적인 논문에서도 코난 도일과 같은 글쓰기방식을 제안한다. 즉 먼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지와 모든 자료가 어떻게 설명될 것인지를 알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초반부에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알면 아무도 그 다음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꺼려질 수 있겠지만 이 주장만큼 사회과학의 글이 스릴 넘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미리 주장을 드러내는 방식을 권고 하고 있다.

 

각주)-----------------

1)아래는 법률저널 149회, 2011년 11월 19일 자를 부분 발췌하여 인용하였다.
2)정병기 『사회과학글쓰기 :대학생을 위한 논문작성법』(서울:서울대학교출판부,2005), pp.44-52.
3)정희모,이재성,『글쓰기의 전략』(파주: 들녘,2005), pp.267-270.
4)하워드 베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서울: 일신사,2003), p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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