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44 / 산림의 몸값이 형성되는 경로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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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44 / 산림의 몸값이 형성되는 경로 탐색
  • 이용훈
  • 승인 2014.06.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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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광릉수목원과 같이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특별한 관리를 받는 임야는 논외로 하고, 평범한 산지의 몸값은 어떤 식으로 형성될까. 당장 수도권만 벗어나면 농촌, 어촌마을 태반은 울창한 산림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저런 게 팔리기나 할까 일단 의구심부터 든다. 경제적 가치가 없는 활·잡목 들이 빼곡하고, 연고 미상의 분묘만 여기저기 산재하는 정도니, 수 백 년째 그 자리에 자자손손 대물림 됐을 것이다. 물론, 같은 임야라도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으면 고가의 ‘원석’으로 취급받는다. 싹 밀고나면 전원주택을 짓든, 공장용지로 활용하든 사용가치가 폭등하기 때문이다. 잠재력이 가치를 저울질하는 이치다.

농촌, 어촌 지대 임야는 거래도 뜸할뿐더러 거래 당사자도 한 집 건너 이웃사촌인 경우가 많다. 조상 묘 쓸 용도로 탐을 내다 이웃에게 팔 생각이 없냐고 넌지시 물었다가, 손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매수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조림을 위해 산림청에서 사유림을 매수한다고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낼 때도 있긴 하다. 매수 금액을 정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받는데, 감정평가액이 야박할 정도는 아니니 파는 쪽도 그리 섭섭하게 여기진 않는다. 한 때 골프장이 저 외진 곳까지 들어설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난 적도 있었다.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고 대기업, 중견기업, 개발업자가 너도나도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때였다. 이곳저곳 골프장 예정 부지를 알아본다고 다닐 때면, 직원 가방에 수 억 원의 현금 뭉치가 들려있었단다. 즉석에서 매매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모두 지불할 정도의 금액을 항시 준비한 것이다. 능선을 따라 고압선이 통과하게 되면, 영구적 사용에 따른 보상금을 지불받는데, 어차피 뭘 해볼 생각도 없이 놀리는 땅이라 밀양 사태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보상금은 휴가 보너스 정도로 여기곤 했다.

소위 놀리는 땅, 경사도 급하고 입목도 조밀한 순수 자연림이 특별한 사유가 개입하지 않고 거래된다면 몸값은 형편없다. 선산으로 쓴다고 조금 더 쳐줘도 수 만 제곱미터 산지의 거래금액은 수 천 만 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바닷가 주변 전망 좋은 위치에 있는 임야, 수도권 도심 근거리에 놓인 순수 자연림은 처지가 다르다. 이들은 잠재력이 있다. 비용은 들겠지만 잘 요리하면, 다양한 용도의 쓸모 있는 땅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고등학교 야구 선수 중 장래가 기대되는 이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눈여겨보는 건, 당장은 아니지만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림 중에서도 공익용 산지, 보전산지에 해당되면 원하는 용도로 전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껏해야 소규모 농업용 창고 허가를 낼 수 있거나 청소년수련장 등 비영리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다. 몸값 상승의 여력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잠재력을 지닌 산림은 어떤 식으로 평가될까. 요리를 하면 효용 높은 토지로 바뀌는 것이니 전환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산하는 방법이 떠오른다. 감정평가에서 ‘개발법’이라고 부르는 평가방법으로 맥반석 판매가격에서 굽는 비용 등 제반 부대비용을 공제해 계란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식이다. 입목조밀도, 경사, 지세, 임도의 개설여부 등에 따라 임야를 평탄하게 만드는 토목공사비용은 대략의 범위가 있다. 임야를 전용할 때 납부해야 하는 대체산림자원조성비는 농지를 전용할 때 부담하는 농지전용부담금에 비해 약소한 편이니 크게 부담되는 비용은 아니고, 현금으로 납부해 예치한 산지복구비용은 산지전용이 완료되면 되돌려 받게 되는 전세보증금 성격의 비용으로 굳이 실비용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순수한 투자비용은 토목공사비 정도다. 물론 이렇게 조성을 해서 어떤 토지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맥반석 판매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비싸게 팔릴 수 있는 토지로 개발할 것은 자명하다. 아파트, 전원주택, 공장용지 모두 염두에 둘 수 있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용도를 먼저 추린 후 주판을 튀겨 최종 용도를 확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임야의 개발과정을 수차례 거치며 자연림의 몸값을 저울질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임야가 농경지대에서는 ‘전, 답’에 비해 얼마나 열세한지, 주거지대에서는 농가주택부지에 비해 어느 정도 가격이 떨어지는지 감을 잡고 있다.

개발 가능한 자연림이라도 늘 최상의 상태로 대기 중인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무연묘나 타인 분묘는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에 따라 감가의 요인이 된다. 조림허가를 받고 타인이 조림해 놓은 입목제적 수 천 ㎥가 산지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지상권 성립 가능성에 따라 낭패를 볼 수 있다. 한편 임야대장에 올라 있어 산 지번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이 구릉 형태의 토지임야라면 개발비용은 미미해 대지에 준한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산림에 대한 감정평가방법을 담고 있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17조는 산지와 입목을 구분해 감정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임지와 입목이 함께 거래되는 관행이 있거나 상호 용도 측면에서 불가분의 관계라면 일괄해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와 같이 각각을 합산해 평가한다면, 입목의 가치는 거래가격이나 조성비용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적 가치 있는 수목 등이 식재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지, 즉 토지만의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듯 산림 그 고유의 목적으로만 활용이 가능한 임야도, 개발 가능성에 따라 백조로 변신 가능한 미운 오리새끼 같은 자연림도 그 상황에 맞게 몸값이 형성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줄곧 시야에 들어오는 무수한 산림도 이의 성격을 잘 아는 이의 눈에는 권장소비자가격 명패를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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