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제는 인양할 때, 세월호와 대한민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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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제는 인양할 때, 세월호와 대한민국호
  • 오시영
  • 승인 2014.06.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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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제는 인양할 때이다. 세월호 선체 절단행위를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세월호 침몰 후 52일이 지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가 16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의 시신이라도 찾아야겠다며 구조활동의 끈을 놓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선체 절단이라는 비상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를 일부 절단하여 그 절단된 곳을 통로로 삼아 실종자 인양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세월호 선박 자체를 인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할 야박한 소리 같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직 찾지 못한 시신을 찾기 위해서라도 선박 인양 수순을 밟은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시신인양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선체를 인양하여 그 안에 혹시 있을지 모를 실종자의 시신이라도 건져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시신이 아예 훼손되어 발견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우선, 전복되어 거꾸로 뒤집힌 채로 쳐박혀 있는 7천 톤 가까운 무게의 세월호 선체를 다시 뒤집어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하든 유조선 같은 대형선박을 이용하든, 세월호 선체의 양쪽에서 세월호를 균형 있게 끌어당겨 세월호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 다음에 여러 개의 빈 공기주머니를 선체의 무너지지 않은 선실 등에 투입한 후 공기를 주입시켜 바닷물을 제거함으로써 선체를 가볍게 부양시킨 후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병풍도(2.7킬로미터)나 동거차도(4킬로미터)로 끌고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거리상 병풍도가 낫겠지만, 개인소유의 무인도인 점을 고려할 때 동거차도로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예인방법도 물 밖으로 선체를 들어 올릴 것이 아니라 바닷물에 가라 앉힌 상태로 선체를 끌고 가는 것이 낫다고 하겠다. 이제 세월호 선박 내에서 생존자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그렇다면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운 후 가까운 섬으로 물속으로 끌고 가 그 상태에서 선체의 바닥이 바닷물 속 땅에 닿도록 한 후 대형 H빔 등을 세월호 양쪽에 박아 고정시킨다면 세월호를 고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월호 인양 작업에 4천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천 톤이나 되는 무거운 선박을 바닷물 위로 들어 올려 운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고철값으로 쳐 얼마되지 않을 쇳덩어리에 불과한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해 4천억 원 이상의 인양비용을 들이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도 유분수지,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짓거리이다. 책임선사인 청해진해운이나 유병언 일가의 파악된 재산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및 여태까지의 인양비용을 충당하는 데에도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저 인양비용은 결국 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엄청난 국고낭비가 될 뿐이다. 가능한 한 인양비용을 줄여야 한다. 다시 말해 7천 톤짜리 고철덩어리를 바닷물 밖으로 들어 올려 싣고 오는 비용으로 그 많은 돈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내어 집행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외국의 인양업자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 주려는 매국노와 다름 아니고, 그러한 과정에서 혹여나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하이에나떼들에게 좋은 먹잇감만을 던져주는 나쁜 자가 될 것이다.

세월호를 바로 세워, 병풍도나 동거차도로 바닷물에 선체를 담근 채 물속으로 끌고 가 고정시킨 다음 섬과 세월호 사이에 방파제를 쌓든, 인공섬을 만들든 하여 거기에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추념관 및 뱃길을 밝히는 등대를 세우고, 다시는 해난사고가 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세월호에 대한 잘못을 낱낱이 기록하여 또 다른 해난사고가 날 경우 어떻게 구조작업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국민에게 전시하고, 해난구조훈련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양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숨져간 피해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가 될 것이고, 살아 있는 국민들에 대한 반면교사의 장이 될 것이다.

6ㆍ4지방선거가 끝났다. 광역단체장들이 종전 여야 9대8에서 8대9로 바뀌었다. 충청권이 모두 야당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인천이 현직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구해달라는 여당의 읍소와 세월호참사로 상징되는 현정권심판론을 제기한 야당의 주장에 대해 국민은 어느 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경고와 기회, 반성과 자중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것을 양쪽 모두에게 요구하는 표심을 표출하였다. 영남과 호남으로 상징되는 여야지역색이 과반을 넘는 표반란까지로는 이루어지 않았지만 투표율에서 상당한 근접전이 가능토록 하여 지역색이 전반적으로 옅어지는 경향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제 대한민국호를 인양하여야 한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운동기간 동안 침몰하는 대한민국 박근혜호를 구해달라며 “도와주세요”라고 고개 숙인 여당도 대한민국호가 침몰 상태에 놓여 있음을 자인하였고, 야당 역시 침몰하는 대한민국호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심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여 역시 대한민국호가 침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침몰하는 박근혜 정권을 난파시켜서는 안 된다며 8대9의 황금분할을 통해 여당에 대해 심판 태도를 보이면서도 마지막 지지의 끈을 자르지 않음으로써 경고하는 표심을 분출하였고, 야당에 대해서도 현 정권에 대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 있다면 국리민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정권으로서의 수권능력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해법을 내어 놓아야 한다. 국민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박근혜 정권에 대해 보낸 메시지는 더 이상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종북몰이 같은 철 지난 색깔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으니 국론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를 해 달라는 것, 인물이 참신하고 능력이 있으면 여나 야를 떠나 지지하겠다는 것, 알맹이 없는 요란한 유세나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심판하겠다는 것 등이라 하겠다. 그러한 상징이 박원순 서울시장후보에 대한 큰 차이나는 지지 및 남경필 경기도지사후보 및 원희룡 제주도지사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나타났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진보적 교육감이 6명에서 1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당선된 사실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교육과학부가 처음 행했던 것이 전교조에 대한 불법단체화였다. 해직교사 몇 명이 조합원으로 남아 있음을 핑계 삼아 7만 명 가까운 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하였으나 법원의 가처분결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서도 계속하여 친일반민족 현대사에 대한 왜곡된 역사교과서 문제, 전교조활동에 대한 사사건건 발목잡기 및 안보교육강화를 핑계 삼은 적대적 남북관계조성교육 등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퇴행적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시대착오적인 교육부에 철퇴를 내리듯 진보교육감을 6명에서 13명으로 늘려 당선시켰다. 당선된 교육감들은 이념적 편향성을 버리고 참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호의 인양작업의 첫 단추는 제2기 내각의 총리 및 장관임명,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보여 달라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한 국민의 요구사항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8대9로 상징되는 광역지방단체장들에 대한 선거결과를 깊이 인식하고, 편향적 인사정책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지난 호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대탕평의 정신을 기조로 하여 국민 전체에게 위로가 되는, 국민 전체를 통합시킬 수 있는 공평무사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능력 있고 신망 받는 분들로 제2기내각이 구성될 수 있도록 삼고초려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인양해야 할 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3년 반 남짓의 임기가 남았다. 2016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선거이다. 그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려 큰 힘을 쓸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전면에 나서기 어렵게 될 것이다. 물론 내부공천권을 행사하는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만일 이번에 비박계가 새누리당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그가 공천권 행사의 실무적 책임주체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그로 인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리라 생각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려 하면 더 큰 분란만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 6시간을 헛되어 보냄으로써 300여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였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끌고 가는 대한민국호가 더 이상 분열과 갈등, 반목과 질시, 화기와 분노로 점철되어 또 다시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폭주를 원하지 않음과 진보교육감의 대거당선으로 상징되는 발전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면 싶다. 미래는 대한민국을 갈등과 분열의 지옥에서 건져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정의로워야 한다. 사리사욕이 없어야 한다. 불편부당해야 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선거운동 당시의 절치부심의 각오를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인양해야 할 때이다. 침몰한 세월호는 인양해 다시 사용할 수 없겠지만, 대한민국호는 멋지게 새로운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 정의로워서, 공평무사해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상호이해협력할 수 있어서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인양한 세월호는 그 선체를 이용하여 추모관을 짓고 등대를 세워 다시는 그러한 비극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를 채찍질해야 한다. 찾지 못한 실종자를 건져내기 위해서라도 이제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 세월호의 선체 일부를 절단하여 오히려 인양작업을 어렵게 할 것이 아니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소를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호의 선체를 절단하는 국론분열의 정치를 지양하고, 통합의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바란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어느 일방의 독주체제를 허용하지 않고, 상호인정과 협력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 이를 만일 무시한다면 다음에는 국민의 진짜 채찍이 내려질 것이다. 여든 야든 이 점을 분명히 깨달았으면 한다. 6월,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며, 이제는 인양할 때임을 자각했으면 한다. 이제는 인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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