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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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
  • 신종범
  • 승인 2014.06.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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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보다 좋았던 집행유예

 

 

 

 
 

 

 

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선고유예..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형법 제59조),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형법 제60조)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형법 제62조),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형법 제65조)

피고인에게 선고유예와 집행유예 중 어느 것이 선고되는 것이 좋을까?

법을 조금만 아는 사람에게는 바보 같은 질문이다. 당연히 선고유예다. 선고유예 판결은 거의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그래서 선고유예 판결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변호사에게는 선고유예를 판결을 받으면 상당한 보수도 뒤따른다. 그런데 필자는 선고유예 보다 집행유예를 받아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몇해 전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는 사람의 아들이 현역 장교인데 휴가를 받아 집에 왔다가 휴가 끝나는 날 부대에 복귀한다고 갔는데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군무이탈’ 소외 ‘탈영’이었다. 병사가 아닌 장교의 탈영. 미복귀 기간이 한 달을 넘어 서고 있었다. 물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 탈영보다도 안전이 더 염려 되었다. 군에서는 이미 ‘군탈체포조’가 검거에 나서고 있을 것이었다. 혹 연락이 오면 우선 안심을 시키고 꼭 자수를 시키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얼마 후 그 장교가 어머니께 연락을 하고 어머니의 말을 듣고 부대에 자수하였다는 연락이 들려 왔다. 몇일 후 장교 어머니가 필자를 찾아 왔다. 장교는 구속 중에 있고 필자에게 변호를 맡아 달라고 하였다. 장교는 막내아들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고, 학군장교로 군에 입대하여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중대장으로부터 많은 질책과 모욕을 받아 힘들어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석방시켜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았다. 병사도 아닌 장교의 군무이탈이었고, 이탈기간이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잘못하면 실형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형을 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재복무의사’였다. 군사재판에서 군무이탈자에 대한 형을 선고함에 있어 가장 고려하는 것이 바로 ‘재복무의사’다. ‘재복무의사’가 있다면 재범이 아닌 이상 집행유예가 일반적으로 선고되고 경우에 따라 선고유예가 선고되기도 한다. 변호를 맡기로 하고 바로 다음 날 구속된 군 헌병대 영창으로 접견을 갔다. 그런데 구속된 장교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어려운 훈련을 거쳐 장교로 임관되었고, 소대원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이었기에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필자가 처음 본 그 장교는 아무런 의욕도 희망도 없는 포로처럼 보였다.

필자는 최대한 편안하게 군에 오게된 계기, 군 생활 과정, 탈영하게된 이유 그리고 탈영 후 행적 등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 보았다. 그런데 장교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필자와 눈 맞추기도 어려워했다. 힘들게 대화를 이어 가면서 장교가 상급 지휘관인 중대장의 질책과 모욕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 해서 휴가 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이탈 기간 중에 정신과에서 우울증 상담을 받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장교가 자살을 몇 차례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필자는 눈 맞추기도 어려워하는 그 장교가 이해되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장교도 조금씩 마음에 안정을 찾아 가는 것 같았다. 장교에게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재복무의사’가 중요하니 수사나 공판과정에서 그 의사를 분명히 밝히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고 다짐을 받아 두었다. 그러나 그 장교가 ‘재복무의사’를 밝혀 석방되더라도 군에서 제대로 복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재복무의사’가 확인되고 필자가 성심껏 변호한다면 비록 장기간 군무이탈하였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고 그러면 군인사법에 의하여 장교는 제적되어 군 복무를 면할 수 있다.

필자는 그러길 바랐다.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군에서 자살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던 터였다. 그러나 장교의 가족들은 좀 더 나은 결과를 바랐다. 장교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선고유예를 받고 남은 군 생활을 마치기를 원했던 것이다. 필자는 차마 그 장교가 군 생활을 계속 하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장교는 점차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드디어 재판 기일이 통지되었다. 군사재판은 보동 즉일 선고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첫 기일에 선고를 한다. 필자는 장교가 군무이탈을 하게 된 경위와 앞으로 군 생활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변호를 하였다. 장교도 필자와의 약속대로 앞으로 군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잠시 휴정 후 판결이 선고 되었다. 결과는 ‘집행유예’였다. 장교는 석방되었고 필자는 안심이 되었지만 가족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특히 장교의 아버지는 집행유예 받고 불명예 전역하는데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즉시 항소장을 제출해 달라고 하여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장교의 어머니로부터 항소를 취하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장교가 석방된 후에도 불안한 증상을 이어 갔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본 결과 우울증 증세가 심각하여 즉시 입원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상태로 군 생활은 도저히 할 수 없고 혹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교 어머니의 요구대로 항소를 취하하였고 집행유예형은 그대로 확정되어 장교는 제적되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어느 모임에서 장교를 만나게 되었는데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웃음 띤 얼굴에 여유까지 있어 보였다. 처음 영창에서 보았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유학을 준비 중에 있고 외국에 나가 공부를 더 할 생각이라고 했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때 필자가 변호를 너무 잘해(?) 선고유예가 나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장교의 가족들도 그 때 선고유예가 아닌 집행유예가 나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형사사건을 변호하면서 선고유예 보다 집행유예가 나와 좋았다고 생각한 사건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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