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김기춘 비서실장을 해임하고 대탕평책을!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김기춘 비서실장을 해임하고 대탕평책을!
  • 오시영
  • 승인 2014.05.30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필자는 지난 해 3월 22일 “화기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어찌 해야 하나?”라는 글을 본란에 실었던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4주째 되던 그때 필자는 “2013년 3월 대한민국은 ‘과열된 난로’가 되어 있다. 화기가 넘쳐나고 있다. 모든 것이 뜨겁다. 냉정하기로 소문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4주 만에 대한민국은 뜨거움이 넘쳐 모두가 데일 정도로 과열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火氣가 넘쳐나 수분이 극도로 고갈되어가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하는데, 그 냉정한 단호함이 뜨거운 열기로 변해버리니 참으로 귀신 곡할 노릇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썼었다. 그때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그 적격성 여부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키리졸브훈련에 대립한 북한의 불바다 엄포 및 핵무기공격설이 난무하였고, 미국의 B-52폭격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며 폭탄투하 훈련이 진행되는 등 전쟁즉발의 위험상태가 전개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국과 신한은행, 농협 등의 전산망이 일시에 마비되는 사이버테러로 인해 시국이 어수선하였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2014년 5월, 대한민국은 조금도 변함없이 여전히 “火氣”가 넘쳐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전관예우에 의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가 주요 쟁점이 되었지만 아들의 병역특혜, 주민등록위반의 위장전입, 건설업체로부터의 불투명한 자금수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후보를 자진사퇴하였다. 그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다. 정화조가 넘쳐 피해를 본 한 60대 남자가 도곡역 지하철 내에 방화를 한 사건, 20여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장성요양병원의 화재,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대형참사로 번질 수도 있었던 동대문 홈플러스 화재,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산터미널 화재 등 다중이 모이는 공공시설에서 방화 및 실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 도곡역 지하철 방화는 순발력 있는 지하철 직원 및 승객들의 합동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일산터미널 화재 및 장성요양병원의 화재는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적은 화재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1년 저쯤의 말로만 넘쳐나던 화기가 2014년 5월 대한민국에서 실제적 화기로 터져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로 모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에 대한 노파심이 증폭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대형 공공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火氣가 넘칠 때는 꺼야 할 물이 필요하다. 한 잔의 차가운 물로 심장의 뜨거움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식힌 뒤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火氣를 和氣로 바꾸어야 한다. 화기가 계속되면 모든 것이 불타 잿더미가 될 뿐이고, 사람도 노화가 가슴에 꽉 차게 되면 천하장사라도 푸석하게 되어 쓰러지고 만다. 세상이치가 火氣와 水氣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 和氣가 달성되어야지 어느 한 쪽이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손님에게 물을 내어 올 때 중국 식당에서는 언제나 뜨거운 차를, 미국 식당에서는 얼음이 채워진 차가운 물을, 한국 식당에서는 뜨거운 물을 내오거나 차가운 물을 내 오지만 얼음을 넣어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마실 것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이것을 통해 그 국가의 국민성을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차가운 상태를 덥히기 위하여, 미국에서는 뜨거운 상태를 식히기 위하여, 우리는 뜨거운 것은 차갑게, 차가운 것은 뜨겁게 하기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식당에서 내오는 물의 온도만큼 우리 국민은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지금은 차가운 물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대선은 51.6 대 48.4의 승부였다. 아주 박빙의 승부였다. 민주주의 선거는 승자독식의 다수결주의이다. 0.1%라도 많은 다수가 전체를 다 가진다. 이러한 다수결주의는 일응 옳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게 기계적인 것만은 아닌 지라 불과 3.2%, 과반수로 치면 1.6% 더 지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전부를 다 갖는 것에 대한 반대편의 불편함이 있는 지라, 이를 헤아리는 지혜가 승자에게는 필요하다. 그것이 배려의 정신이고, 火氣를 和氣로 바꾸는 지혜이다. 이러한 배려와 전체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 식당에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적당히 때를 맞춰 나오는 세상이치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객이 원하지 않을 때 얼음을 채워 내 오는 식당이 거의 없듯이 국민인 고객, 지지하지 않았던 48.4%에게 얼음물을 강요하며 그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것은 그 얼음이 기화되며 화기를 불러일으키게 작동하는 것이 세상의 현실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필자가 수없이 이야기해 왔듯이 최고의 승리비법은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을 계속 적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공격하고 고립시키면 언젠가 그들의 씨가 마르거나 고갈될 것 같아 보이지만 야만 미개시대처럼 무슨 인종말살정책 같은 잔학한 방법을 쓰지 않는 한 잡초처럼 모질게 살아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불안요소가 되고 결국 화기가 넘쳐나게 되어 모두를 불태워 버리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48.4%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쪽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긴 것만큼의 권력을 행사하고, 저쪽이 승리하면 그쪽 역시 그만큼의 권력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상대에게 할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호라는 거대한 배에 함께 동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계속해서 싸우기만 하면 대한민국호는 서서히 침몰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4대 국가권력기관이라 일컫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의 최고위직과 차석 및 고위직 공무원을 거의 모두 영남 출신 인물로 채우고, 청와대 비서진들 역시 그러하면 잘 될 것 같지만 생각의 단일성 때문에 오히려 잘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제발 박근혜 대통령이 명심했으면 한다. 계속 움켜쥐고 있으면 줄은 끊어지게 되어 있다. 그게 권력의 줄일 수도 있고, 건강의 줄일 수도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했던 대탕평의 약속을 이번 2기 내각에서는 솔선수범했으면 싶다. 내가 공정하고 정의로우면 누구랑 국사를 논한들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모든 국민을 향한 진심이 있다면 말이다. 2기내각의 출발로 삼고 싶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 카드는 용도폐기되었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초라하게 퇴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사회지도층의 숨겨진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보고 슬퍼진다. 그나마 국회청문회를 통해 만신창이가 되지 않은 채 개인적 인격이라도 지키고자 자진사퇴하는 그의 모습에서 다른 공직자들보다 돋보이는 인격과 지혜의 소유자라고 평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생각이 완전 반대인 분을 총리로 임명했으면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필자가 본란을 통해 수없이 밝혀 왔듯 임기가 불과 3년 9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처럼 18년을 독재할 수 있다면 장기프로그램을 짜 볼 수도 있고, 정적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결국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거하지도 못 했고, 믿었던 심복에게 배신을 당하였다),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채 4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에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조작하거나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싶은 것이다. 그걸 깨닫게 되면 야당에게 진심으로 협조를 바라게 되고, 국가정책이나 인사관리에 대탕평의 원리를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국민 모두가 느끼고 힘들어 하고 있는 이 뜨거운 화기를 다스려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면 시원한 냉수를 내오기도 하고, 차가운 얼음으로 채워진 빙수를 내오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때 이른 소리 같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후계자를 길러야 한다. 그 후계자군은 한 명이 아니라 다수를 동시에 길러야 한다. 서로 경쟁하고 화해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기른다는 말이 조금 어폐가 있다면 후계자, 아니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자들을 다수 발굴하여 그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그들이 적재적소에서 분권화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동시에 지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처럼 제2인자를 두지 않으려는 것은 곧바로 독재로 연결되는 지름길이고, 결국 그 결과는 좋을 수가 없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 듯하지만 오히려 늦었으니 만기친람의 독야청청에서 벗어나 능력자들을 발굴하여 권력을 분점시키고 국정 수행에 앞장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졸지에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공무원사회가 등을 돌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해체의 대상이 되어 버린 해경이 등을 돌리고, 인사불통에 소통부재로 야당과 적대시하고,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서조차 버릴 수도 안 버릴 수도 없는 계륵처럼 대접을 받아서야 어찌 영이 서고 권위가 서겠는가? 채찍과 사탕은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화한 사랑”이 어느 경우에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제2기내각의 대탕평을 통해 火氣를 和氣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의존도를 버리기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긴급조치 9호로 상징되는 유신시대의 대표적 인물에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기에 계속 그를 붙들고 의지하려 하는가? 음험한 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나 밝고 건전한 상식의 지혜자를 찾기 바란다. 연예프로 “놀러와”에서처럼 연예인들이 솔직담백하게 사실을 까발릴 때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하고 좋아하듯, 자꾸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실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그래, 이것은 이렇게 잘못했다. 그래서 잘못된 것은 이렇게 고쳤다.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라고 할 때 국민들은 이해하고 자진하여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 모두는 다 아는데, 계속 아니라고 하고, 모른다고 하고, 거짓말을 하니 국민들이 뿔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잘못한 공직자들이 계속해서 대통령의 치마폭 뒤로 숨으며 계속 보신한 채 반복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승헌 변호사님이나 김용옥 선생님, 유시민 전 장관 같은 분들과 만나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불가능한 상상일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