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생, 청와대에 “행정고시 폐지론에 반대하며” 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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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생, 청와대에 “행정고시 폐지론에 반대하며” 글 올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5.20 15:54
  •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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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후배인 서강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한 수험생이 19일 청와대 국민토론방에 세월호 참사 후속책의 하나로 거론된 ‘행정고시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스스로 서강대 학생이라고 밝힌 이모씨는 “사회에는 저희(수험생)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도 있음을 정부와 국회에 알려야 한다”면서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렇게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화 될 수 있는 행위인지, 그 행정작용이 국민의 권리와 이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알려야 한다”며 글을 올리게 된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청와대 국민토론방에 올린 ‘행정고시 폐지론에 반대하며’이란 제목의 글에서, “2013년 2학기부터 휴학하고 행정고시(現 5급 공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모가정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는 국가장학금을 최대로 받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님의 대국민담화를 보며 저도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민관유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토론방 화면 캡처

그러나 그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시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면서 “관피아 문제는 공직자 ‘선발 이후’의 문제이지, ‘선발 과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행정고시만큼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행정고시 응시원서에는 학벌이나 나이를 적는 칸이 아예 없습니다. 즉, 응시자의 학벌, 학력, 나이를 보지 않는 완벽한 블라인드 테스트”라며 행정고시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제도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행 행정고시 제도는 저처럼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꿈과,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여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서민층의 청년에겐 ‘꿈’과 ‘경제적 안정’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제도”라며 “그런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저 같이 부유하지 않은 청년에겐 커다란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 YTN 화면 캡처

그는 “민간 전문가 채용을 늘린다고 하셨는데, 과연 그 채용 과정이 행정고시만큼 공정하고 투명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는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민간 전문가로 채용되는 사람들은 분명 해외 유학, 석박사 학위 등을 갖춘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공직에 뜻이 있고 능력도 있으나 유학이나 석박사 학위를 따기엔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관피아 문제는 고위공직자를 선발한 이후의 문제이지 선발 과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행정고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은 재고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글이 행정고시 수험생들의 카페에도 오르자 수험생들은 공감을 나타냈다. 아이디 ‘ivinlavish’는 “기가 막히네요. 그럼 현직자들의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지 왜 기회의 문을 막아버리죠? 나중엔 또 민간경력선발로 인해 대규모 참사 났다고 고시제도 부활시키겠다는 후대 대통령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데자뷰처럼 보이네요.”라고 일갈했다.

‘사파티스타’는 “맞지도 않는 미국식 로스쿨 도입해서 지금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우리 모두 잘 보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고시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게다가 그놈의 미국식을 도입해서 결국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도 뻔히 본 상태에서 행시까지도 저렇듯 급하고 과격한 개편안을 내놓는데...행시만은 없어져서는 안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다음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글 전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통령님의 후배인 서강대학교 학생입니다. 2013년 2학기부터 휴학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모가정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는 국가장학금을 최대로 받고 있습니다. 또한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나 학원 알바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행시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도 돈벌이를 병행하고 있지요.

대통령님의 대국민담화를 보며 저도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민관유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시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습니다. 관피아 문제는 공직자 ‘선발 이후’의 문제이지, ‘선발 과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행정고시만큼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정고시 응시원서에는 학벌이나 나이를 적는 칸이 아예 없습니다. 즉, 응시자의 학벌, 학력, 나이를 보지 않는 완벽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입니다. 이런 블라인드 상태에서 지원자가 공통으로 응시한 시험의 성적과 면접 성적만으로 공무원을 선발합니다. 이렇게 선발하기에 행정고시는 학연, 지연, 나이 등이 작용하지 않는,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선발과정에 부정이 있다해도 일반 국민인 저에게는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제도라는 인식을 줍니다.)

또한 현행 행정고시 제도는 저처럼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꿈(저는 환경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과,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여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서민층의 청년에겐 ‘꿈’과 ‘경제적 안정’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저 같이 부유하지 않은 청년에겐 커다란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민간 전문가 채용을 늘린다고 하셨는데, ①과연 그 채용 과정이 행정고시만큼 공정하고 투명할 수 있을까요? ②그리고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민간 전문가로 채용되는 사람들은 분명 해외 유학, 비싼 등록금이 드는 로스쿨 졸업자, 석박사 학위 등을 갖춘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직에 뜻이 있고 능력도 있으나, 유학을 가거나 석박사 학위를 따기엔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은 어떻게 합니까? ③또한 민간 경력자들이 고시 출신자들보다 더 도덕적이어서 관피아 문제가 덜 발생할 것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민간에서 경력을 쌓는 사람들보다 더 부도덕하고 부패하기 쉬운 인간이라는 말입니까?” ④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행정고시에서 평가 분야를 다양화하면 되지 않을까요? 고시문제를 출제하시는 분들은 각 분야의 교수님들, 박사님들 이십니다. 이런 분들이 출제하고 평가하여 선발하는 인재들에게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평가하는 방법과 선발 후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요?

말씀드렸듯이, 관피아 문제는 공직자를 선발한 ‘이후’의 문제이지 ‘선발 과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행정고시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보다, 평가 분야의 다양화와 선발 후 교육 방법의 개선이 더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패한 공무원을 찾아내어 엄정한 징계(대충 봐주기식이 아니라)를 가함으로써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는 것이 무책임 행정, 무사안일주의, 관피아 문제 등을 해결하는 근본적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행정고시 축소/폐지안에 대하여 재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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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시생 2014-06-24 12:47:55
정신 없는 몇몇 위에 분들. 현행 고시를 폐지한다 하여 님들이 말하는 특권층 형성이 없어지는게 아닙니다. 현행 고시를 특채로 대체할 뿐이죠. 이때 비교 대상은 현행 고시와 특채입니다. 둘 중 무엇이 더 공정할까요? 고시생들은 고시가 더 공정하다 하고 특권계급인들은 특채가 더 좋다 하겠죠. 이도 저도 아닌 님들은 왜 고시를 까면서 특채를 간접적으로 옹호하시나요?

ㄱ숑ㄹㅎㅌㅊㅍ 2014-05-22 12:41:09
하여간 준비생들이라는 분들이

21세기 한국사회에 자기들끼리 수억받으면서 끼리끼리 해쳐먹는 용이 되고싶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특권계층이 되겠다는 생각만 가득차있군요

무섭습니다

계층상승이라는 이름아래 부정부패와 원칙과 절차가 아닌 끼리끼리 선후배 바주기식 사회구조를 원하다니

전영진 2014-05-22 10:15:36
서강대학생의 주장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 꿈과 희망의 기회를 한 순간에 박탈당하는 처사인것 같아 안타깝네요,
이번 관피아의 문제를 행정고시 축소 또는 폐지와 연관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인것 같습니다.
행시의 꿈을 이루기위해 지금도 불철 주야 노력하고 있는 수 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이부분에 대한 성급한 결정은 유보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쨋든 2014-05-21 18:56:38
어쨋든 이렇게 사시 외시에 이어 행시도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네요.
그들의 건방짐, 오만등의 과오는 있을지 몰라도
다르게 보면 그런 건방짐이 결국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하는 증거였는데
앞으로는 국회 청와대 말잘듣는 민간 모범생들이 뽑혀지겠네요 ㅎㅎ.
말잘듣고 잘꾸미는 사람들을 보면 국민들도 즐거워할까요.
차라리 건방지고 오만하지만 일은 제대로 하는 지금을 그리워하게될듯

아이러니 2014-05-21 18:54:42
지금까지 사무관들이 누려온 절대적인 권력도 어떻게 보면 그만큼 능력이 있으니깐 국민들이 허용해준것이죠. 절대 그들이 무슨 단합을 잘해서가 아니죠. 솔직히 능력있고 일 열심히 하니깐 재벌기업들도 고위공직자들은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한거지 무슨 고시라는 시험 자체가 엄청난 특혜를 주는양 마녀사냥하는것은 옳지 않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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