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이 숙면을 취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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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이 숙면을 취하려면...
  • 오시영
  • 승인 2014.05.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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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박근혜 대통령은 요즘 하루 평균 몇 시간쯤 수면을 취할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대내외 안팎으로 복잡하고 골치 아픈 나랏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기는 하시는 걸까? 잠을 잘 잔다고 하더라도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것 같아 조금은 염려스럽고, 잠을 잘못 잔다면 건강을 해쳐 나랏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봐 또한 염려스럽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요즘 뉴스에 간혹 비치는 모습을 보면 그전보다 많이 수척해진 것 같아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안간 힘을 다 썼을까?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청와대에 입성한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좋아진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권력의 깊은 맛을 알지 못하는 필자로서는,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음을 절감했을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한 것에 대하여는 반대생각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과 야당으로부터 싫은 소리와 격한 비판을 엄청 들었을 것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그리 즐겁고 행복한 일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젊어서야 모르겠지만 나이 육십이 넘어서면 체력도 떨어져 복잡하고 힘든 일이 점점 하기 싫어진다. 기력이 젊을 때 같지 않아 젊을 때 재미있던 일이 점차 시시해지기도 한다. 하기야 기운차게 살아갈 본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이든 노인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국가를 위하겠다거나 경제를 살리겠다며 방방 뜨는 삶을 사는 것도 어찌 보면 어리석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으로부터 워크홀릭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온 필자도 어쩌면 그런 연령층으로 편입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은퇴한 이의 삶은 고스란히 자신만을 위한 삶이어야 한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발레티켓을 선물 받아 시카고 소재 한 공연장엘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공연장에서 무용수들의 현란한 춤사위보다 필자가 감동한 사실은 관객의 대부분이 은퇴한 노부부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공연이 끝나고 노인 관객들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걸어나가는 중앙홀과 출구를 오랫동안 쳐다보며 느낀 것은, 이처럼 노인들이 건강하게 문화적 생활을 즐기는 사회가 참으로 아름다운 사회로구나 하는 감동이었다. 또 다른 선배지인이 골프초대를 하여 갔더니, 골프장 그린피가 불과 20불에 불과하였다. 물론 퍼브릭골프장이어서 프라이빗골프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18홀을 도는데 20불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게는 경이로웠다. 캐디도 없었다. 직접 카트를 운전하거나 개인용 카트를 끌고 골프장을 돌면 되었다.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이 아니라 아무나 와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국민체육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평일에 골프장을 찾는 80% 이상의 골퍼가 모두 은퇴한 노인이라는 점이다. 혼자 나가도 되고, 둘이 나가도 되고, 셋이 나가도 되고, 넷이 나가도 되었다. 티업시간이 맞으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한 팀으로 묶어 티업토록 했고, 다른 사람이 없으면 혼자도 티업토록 했다.

미국인들의 은퇴 후 평안한 삶을 보며, 젊어 열심히 일하고 많은 세금을 낸 후 늙어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아 건강하게 골프를 치고 발레를 보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야말로 정상적인 삶의 순환구조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선한 순구조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거듭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엄청 부자냐 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았다. 평균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의 총액은 우리나라 서울의 중형 아파트값 하나만도 못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훨씬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실제 삶은 완전 반대인 사회구조는 무언가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일 밤 삼성그룹 총수인 일흔두 살의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비서진들이 응급조치를 잘해 순천향병원으로 긴급후송되었다가 삼성의료원으로 이송되었다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이 다시 살아났다지만 병증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자체호흡을 통한 안정적 호흡상태가 유지되어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내어놓는 주치의들의 의견과 달리 상당 시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뇌손상이 발생해 정상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전문의들의 의견이 조심스레 개진되기도 한다. 그룹총수의 와병은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그 다음날 삼성전자 계열 주식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삼성에서 기업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평가를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참으로 말이 많은 세상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 14일, 7년을 끌어온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으로 숨진 젊은 산재피해자들에 대해 사과하면서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피해자들과 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산재사고피해배상요구에 7년 동안 법정투쟁을 벌리며 자신들의 산재책임을 부정해오던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겠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일부 근로자들에 대한 법원의 산재인정판결이 이미 있었음에도 여전히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적 산재사고원인을 부정한 채 특정한 근로자에 대한 개별적 산재만을 법원판결이 있으면 인정하겠다는 극단적 부인의 행태를 보여 오던 삼성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물론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정치권의 꾸준한 요구, 법원의 삼성전자에 대한 산재책임인정판결, 반올림을 비롯한 사회단체의 꾸준한 사회운동 및 피해자의 법적투쟁 결과 지난달부터 삼성전자가 배상책임에 대한 인정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전향적 입장표명이 있었지만, 오비이락이라 해야 하나, 기업총수가 쓰러진 직후인 지난 14일 태도를 바꾼 것이 또 묘한 우연의 일치로 겹쳐온다.

삼성그룹총수의 갑작스러운 생사기로의 와병과 젊은 근로자들에 대한 산재사고책임인정발표가 묘하게 맞물려 있다. 필자가 지난 6개월 동안의 미국생활 중 가장 많이 접한 것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제품이었다. 미국대륙을 질주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충분히 갖도록 했고, 삼성전자의 티비나 스마트폰은 전자기술의 우수성을 충분히 과시하였다. 백화점이나 마켓에 가면 삼성전자의 제품이 어느 곳에도 보란 듯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근로자가 백혈병이라는 산재병에 걸렸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이 대한민국이었다. 선진과 후진이 혼재된 대한민국은 그래서 여전히 어지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였다. 총리를 비롯한 일부 공직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제일 덕(?)을 많이 보는 이들은 그 밑에서 호위호가하는 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능력부족의 자들이, 책임감부족한 자들이 수많은 고위공직에 입직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이권을 챙겼고 챙기고 있다. 대통령의 보호막아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행태야 어느 정권에나 다 있는 일이겠지만, 요즘 국내사태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공직사회를 장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직무는 “공정성의 수행”이다. 이익을 따질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과 공정이 충돌할 때는 대통령은 당연히 공정을 택하여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여태까지는 철저하게 이익을 택하였다. 수많은 대통령 선거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자신 및 지지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임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 또한 철저하게 이익에 함몰된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좋은 대통령으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공정한 대통령이 되는 길을 택하였어야 했다. 공정하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 같지만, 종국에는 진짜 이익이 된다.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냥 국민만 보고 공정한 정치를, 공정한 행정을 펼쳐나갔다면 지난 1년 동안 국정원대선개입 및 엔엘엘과 관련된 남북정상회담록 공개, 서울시공무원에 대한 간첩조작사건 같은 소모적 분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이익에 함몰된 대통령이 아닌 공정의 칼을 휘두르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어떻게 부정한 짓을 할 것이며, 옳은 일을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익에 함몰된 대통령이라고 믿는다면,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자신의 안위를 도모할 것이고, 집권자에게 유리한 편향된 정책을 수행할 것이며, 국민바라기가 아닌 대통령바라기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

박정희 대통령은 이중적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평가와 독재자라는 평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중 독재자라는 선친에 대한 평가를 지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위적으로 지워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로운 민주정치”를 수행하여 아버지의 허물을 옅게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버지의 잘못된 과오를 딸이 바로잡았다는 사후적 평가에 의해서 말이다. 그게 아니라 직접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겠다고 하면 부작용만 발생할 뿐이고, 지우려 하면 할수록 뚜렷하게 드러날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 후의 총리인선 및 내각 인선과정에 “여태까지의 내 편이 아닌 여태까지 옳았던 사람”을 대거 발탁하길 바란다. 여태까지의 내 편을 대통령 곁에 두려고 하지 말고, 여태까지 옳았던 사람 편에 대통령이 가서 같은 편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너무 경제, 경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한두 달 경제가 안 좋으면 좀 어떠냐? 좀 참으면 되지 않겠나.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일시적 고통은 참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성장보다 더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아파하는 국민들과 함께 아파해 주는 것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자식을 바다에 묻고, 가슴에 묻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부모의 손을 붙잡고 미개하게 같이 펑펑 울어주길 바란다. 그러고 나서 하루 밤낮을 깊은 잠에 빠져 푹 주무시기 바란다. 건강한 대통령이 되어 약자의 편에 서서, 옳은 자의 편에 서서 같이 걸어가시기를 바란다. 대통령에게 아무런 덕도 되지 않는데 괜히 하이에나떼처럼 이권을 노리며 이빨을 번뜩이는 주변인들의 탐욕을 챙겨주는 일에 앞장서는 바보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체 국민을 바라보고 옳은 자의 편에 서라. 이것은 진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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