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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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푸는 세상
  • 신종범
  • 승인 2014.05.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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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2002년에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2002년이 많은 사람들에게 붉은 물결과 월드컵 4강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해이기도 하다.

시험에 최종합격한 해였으니 말이다.

그 해 공부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2차 시험의 마지막 기회였지만 연이은 불합격에 자신감은 많이 떨어져 있었고 체력 또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첫 월드컵에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워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더욱이 2차 시험을 치러야 하는 6월을 한달 앞두고 월드컵은 개막되었다. 신림동 고시촌도 월드컵으로 들썩들썩했다. 고시원, 독서실, 비디오방까지 TV가 있는 곳에는 사람들도 넘쳐 났다. 필자도 2차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있었지만 한국 경기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한국 경기는 챙겨 보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16강 가는 것도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8강을 넘어 4강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국가적으로 대단한 경사였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아마 그 때 함께 격려하며 공부했던 친구들 - 다행히 그 친구들도 필자와 함께 그 해 모두 합격했다 - 이 없었다면 필자는 아마 끝내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그 친구들과 함께 필자가 공부하는데 많은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법률저널’이었다.

유일하게 고시생,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해 주는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법률저널’이 배포되는 날이면 서점에 쌓인 신문을 너도 나도 가져가 금세 동이 나곤 했다.

최신 수험정보가 담겨 있어 수험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나와 같은 수험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수험생활에서 오는 외로움도 덜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독서실 휴게실에서 또는 고시원방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신문이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그런 ‘법률저널’에 기회에 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 가야할지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에게 쓸데없는 글만 더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다 내가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편하게 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변호사를 찾아와 해결하고자 하는 사연들을 법으로 풀어 내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책 속에서 배운 법이론들이 현실속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도 있어 편하게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가령 상법 제24조는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어떤 사례에서 명의대여자책임이 문제되는지 실제 사례를 가지고 풀어가다 보면 쉽게 이해되는 면이 있다. 필자가 변호사 초기에는 사법시험 2차 답안지 쓰듯 서면을 제출한 적이 있다. 적절한 판례의 적시와 논리적인 법리 전개... 훌륭한 서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판례와 법리는 이미 변호사인 필자보다 판사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실제 재판에서는 훌륭한 2차 답안은 그다지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다. 판례와 법리보다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법률효과를 가져올 요건사실의 입증이 훨씬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물론 법리적인 다툼에서 적절한 판례를 적시하고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것과 새로운 법리를 발견하여 새로운 판례를 형성하는 것도 변호사로서 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필자가 글을 연재하는 동안 여러분들이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서도 필자의 글을 통하여 이론과 소위 말하는 실무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변호사는 법으로 세상을 풀어가는 사람들이다. 세상 속에서 다툼이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다. 변호사는 그 다툼과 어려움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의사를 찾은 환자들은 의사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려면 옷을 벗는 일 따위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의사가 자신의 아픔을 낫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려면 환자의 몸 상태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의뢰인이 가지고 온 사실관계를 속속들이 정확히 알고 있어야지 그에 따른 정확한 법률적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간혹 필자를 찾아오는 의뢰인 중에는 사실과 다른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을 하는 의뢰인들이 있다. 변호사 초기에는 의뢰인의 말만 믿고 덜컥 사건을 수임하고 소송을 진행하다 중간에 의뢰인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여 낭패를 겪은 일이 있었다.

그 후로는 상담을 하기 전에 사건의 경위를 간략하게 적어올 것을 권하고 있다. 상담을 하면서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전부 들으며 중요사항을 메모해 두었다가 의문이 드는 사항을 질문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한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불어 끊임없는 연구를 통하여 정확한 법률적 대응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법률의 개정사항이나 판례의 변경을 알지 못해 적절한 법률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아픈 환자를 돌팔이 의사에게 맡겨 놓는 것과 같다. 의사가 환자의 아픈 몸을 치료하듯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아픈 삶을 치료해 준다. 그들의 아픔 삶을 치료함으로써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세상을 풀어갈 수 있다. 그러하기에 힘든 과정과 시험을 거쳐 국가가 그 자격을 주는 것이고,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픈 삶을 치료해 세상을 풀어주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필자는 필자가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하여 그것을 어떻게 법으로 풀어갈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많은 성원을 바란다.

끝으로, 우리는 너무나 잔인한 4월을 보냈다. 또 얼마 후면 월드컵이 열린다.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공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수험기간 동안 만큼은 세상을 잠시 잊었으면 좋겠다. 수험생활을 단축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인 것이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썩거렸지만 묵묵히 공부해 집중한 사람들이 그 해 겨울에 웃을 수 있었다.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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