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호 추모졸시, “통곡의 바다에서 꽃별이 된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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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세월호 추모졸시, “통곡의 바다에서 꽃별이 된 그대들에게”
  • 오시영
  • 승인 2014.05.09 12:43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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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운명을 달리 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필자의 추모시 “통곡의 바다에서 꽃별이 된 그대들에게”를 바친다. 희생자들의 그 억울함과 슬픔을 어찌 다 할 수 있으랴마는 진정 추모의 마음으로 이 시를 지어 바친다. 가정의 달에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뿐이다. 


통곡의 바다에서 꽃별이 된 그대들에게

                                              오 시 영

태어나던 순간부터
부모에게 어둠속 별이었던 아들아
봄햇살 꽃향기였던 우리의 딸들아
열일곱 해 살아 생전
많은 행복을 주었던 아이들아
이제와 돌이켜 보니
너희야말로 고맙고 고마운
하늘의 선물이었구나

이제 평생 너희를 가슴에 묻어야 하다니
그리움의 피눈물 쏟고 살아야 한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진도 앞바다가 원망스럽구나
너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세상이
너희를 사지로 몰아넣은 모든 어른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아니다, 아니다 진짜로는
너희를 돈으로만 보았던 세월호 관련자들이
너희를 구제하지도 못한 채 국가의 녹을 축내기만 했던
무능한 공직자들이 제일 큰 죄를 지었구나

한 반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할
행복한 수학여행으로 마음 설레며
밤잠 설치며 뒤척이던 내 아이야
다녀와 재미난 얘기 들려주겠다며
조심히 다녀오라는 당부의 말에
“내가 철부진가요, 걱정마세요, 잘 다녀올께요.”
웃으며 집 나섰던 내 아이야
그 말이 너의 마지막 어리광이 될 줄
손 흔들던 네 모습이 마지막 그림자가 될 줄
하늘이 알았으랴, 땅이 알았으랴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아흔아홉을 잘 하던 내 아이야
부모말씀 어른말씀 안 듣고 반항한다며
그게 유일하게 못 하는 한 가지라며
그걸 고쳐 놓겠다고 꾸짖고 나무랐던 우리를 용서해다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희가 옳았어, 너희가 맞았어
그게 너희의 생각자람이었고
자아독립주장이었는 걸 이제야 깨닫다니
너희가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우리가 반성할게
우리가 스스로 고칠게
우리가 달리 생각할게
그래그래 아흔아홉 다 못해도 좋으니
사일육 그날, 세월호 배안에서만은
그 못한다고 꾸중 듣던 그 한 가지를
제발 무작정 해 버리지 그랬니
선실 내 무한대기명령방송 무시하고 반항하며
선실을 박차고 복도를 뛰어서
친구의 손을 잡고 바다로 뛰어들지 그랬니
자유의 길로 뛰어들지 그랬니
생명의 길로 달려 나오지 그랬니

그 억압의 한 마디, 움직이지 마!
그 말에 순종하라고 잘못 가르친
우리 죄를 용서해 다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날도 평소 하던 대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야지
왜 탐욕스런 어른말만 믿고
착하게 기다리기만 했니
쓰러져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선실벽에 기대어 마지막 힘을 쏟아 부으며
“엄마, 아빠 무서워 살려줘.”라고
애타게 소리쳤을 너희 절규가 환청처럼 들려오고
찰랑찰랑 차 들어오는 차갑고 시꺼먼 바닷물에
공포에 질려 질끈 감았을 네 눈을 차마 볼 수가 없구나

짜디짠 바닷물을 삼키며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생의 끝 단원을 강요당하며
선실벽 박박 긁은 손끝 상채기로
온 몸으로 남긴 마지막 몸말이 애절하구나
“엄마, 아빠. 해경이 왔어!”
“구조되려나 봐”
“그래도 몰라서 남겨, 엄마, 아빠 사랑해”
카톡에 남겨진 저 말이 너희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니

하필이면 왜 세월호여서
세월 가면 잊혀지기는 고사하고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날 거니
세월의 강이 얼마나 흘러야
너희를 제대로 보낼 수 있을는지
해마다 찾아오는 봄날 그 어느 날, 사일육
세월의 다리를 건너 너희를 만날 때마다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마
착한 너희는 또 우리를 용서할 거니?
이번에는 용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용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지막 기도한다, 이제 너희는 떠나라
우리도 이제는 너희를 보내야 하지 않겠니
돌아오지 못할 서해바다를 건너
세상에 처음 왔던 것처럼
하늘의 별이 되고
그리움의 꽃이 되어
노란 리본 나비처럼 훨훨
봄하늘, 서해바다를 날아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 거기서 살거라

그래도 어찌 너희를 평생 잊을 수 있겠니?
눈물로밖에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용서해다오
원망하면 너희 가는 길 더 힘들 테니
아주 많은 이들이 너희를 사랑했다는 것 기억하고
꽃향기로, 별빛으로, 사랑으로 가거라
마지막으로 불러본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 딸아
와줘서 고마웠고 열일곱 해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다

너희는 엄마, 아빠 가슴에 영원한 꽃별이란다

잘 가거라

 말은 몸이다. 몸짓은 생각이다. 생각은 사람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4일이 지났다. 생존자는 더 이상 없나보다. 슬프지만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의 절통함이 애절할 뿐이다. 이 참혹한 현실 속을 참혹한 말들이 떠다닌다. 세월호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지를 않나, 달걀 넣지 않은 라면을 먹은 교육부장관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냐며 인상을 쓰는 청와대 대변인이 있지를 않나, 실종자 가족을 사칭한 선동꾼이 선동질을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여당국회의원이 있지를 않나, 가족 잃은 슬픔에 눈물짓는 이를 미개인이라 혹평하는 여당시장후보아들이 있지를 않나, 항의시위에 나온 고교생을 일당 받고 동원되었다며 거짓선동을 하는 서울시장예비후보가 있지를 않나, 청와대가 재난컨트럴타워가 아니라며 발뺌하며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부재의 청와대를 만들면서까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지를 않나, 술판을 벌리며 건배를 외치는 여야정치인들이 있지를 않나,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총체적으로 개판이다.”라고 말을 하지 않겠는가?

진도앞바다, 팽목항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들의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슬픔을 더한다. 하루속히 마지막 시신이라도 찾아 가족들의 원망을 풀어주기를 기도한다. 비참하게도 다행히(?)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른 가족들의 설움도 여전하다. 어떻게 명복을 빌고 가족들을 위로해야 할지 먹먹해진 착한 국민이 울면서 노란리본을 달고 있다. 40%대로 곤두박질한 지지율급락에 당황하였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발언이 뒤늦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에 나서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왠지 불법개조한 “세월호구조개조”에 오버랩되어 혼란스럽다. 여전히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자신만이 메시아인 듯 발언하는 모습에서 어떤 진정성을 보아야 하나. 국가개조, 국민개조가 아닌 불법을 자행한 국정원개혁, 국군사이버사령부개조,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이권관련공무원사회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개조하면 된다. 노란리본을 다는 착한 국민을 개조의 대상으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

총체적 개판 같은 이 사회를 돌아보며, 문득 지난번 기자회견 중 언제 한 번 기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인사시켜 주겠다는 ‘새롬이’와 ‘희망이’라는 이름의 진돗개 두 마리는 잘 있는지 궁금해진다. 진도에서 특별히 보호 중인 진돗개 두 마리를 청와대로 이사할 때 이웃주민으로부터 선물받아(그 이웃주민이 직접 기르던 진돗개를 선물한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입성을 축하하는 연출을 위해 그때 급히 누군가에 의해 마련된 것을 전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청와대에서 희망이와 새롬이라는 이름으로 작명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반려동물로 구청에 등록한 그 진돗개 말이다. 두 마리 진돗개의 이름처럼 이번 참사를 수습한 후 내어놓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희망과 새롬의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참 슬프다, 눈물로밖에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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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14-05-15 10:48:55
(현)숭실대학교 법대 교수이시고, 안식년으로 미국에 계십니다.

임인섭 2014-05-13 10:11:15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어른이라서 미안하고 학생들을 차가운바다속에보내서 더욱더미안하고 가슴이아풉니다..
단원고휘생자분들..부디좋은곳으로 가서 행복하시고 늘웃는모습으로 지냇스면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우리아들 딸들아 부디그곳에선 행복하려구나~~
우리를혼내다오~~
정말 다시한번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어른이여서 죄송합니다~~

일베는 오지마라 2014-05-09 19:48:22
(전)숭실대학교 법대 교수이신듯...지금 미국에서 이 글을 쓰시는것 같은데...안식휴가일지도...

ㅇㅇㅇ 2014-05-09 15:21:52
이분 왜 숭실대법대 교수진 명단에 없나요?

http://www.ssu.ac.kr/web/law/intro4

미국 2014-05-15 10:48:55
(현)숭실대학교 법대 교수이시고, 안식년으로 미국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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