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41 / 사심 없이 고급 주택 몸값 책정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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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41 / 사심 없이 고급 주택 몸값 책정해 보기
  • 이용훈
  • 승인 2014.05.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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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1970년대 후반, 마을 인근에 들어선 60 여 세대 연립주택 단지는 당시 초등생이었던 필자가 처음 보는 주거 유형이었다. 성냥갑 모양의 네모반듯한 3층짜리 공동주택이 어찌나 멋있게 보였던지. 마침 전학 온 짝꿍이 이 연립주택에 산다는 소식에 반색했던 건 당연했다. 건수만 되면 짝을 회유해 이 고급 주택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2년 정도 필자 뿐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 사이에서 단연 최고급 주택 유형은 연립이었다. 시골 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눈썰미일지도 모른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에서 2층의 단독주택보다 높은 주택은 본 적이 없으니. 얼마 안 있어 최고급 주택의 영예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에 돌아갔다. 두 층이 높아졌다는 것보다 세대 수가 웬만한 시골 마을 가구 수보다 많다는 사실이 생경했다. 이전 연립이 작은 집성촌이었다면 아파트 단지는 하나의 잘 정비된 마을이었다. 이 시기 서울에서는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아파트 등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서울 생활이 시작되고는 ‘타워팰리스’, ‘성북동 타운하우스’, ‘방배 서래마을’, ‘평창동 단독주택’, ‘유엔빌리지’, ‘삼성동 아이파크’ 까지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고급주택이 한두 개가 아니다보니 그 신선함은 사그라졌다.

그러던 중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고급 주택단지가 생겼다. 생경함과 신선함 때문이 아니고 분양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이 흥미로워서다. 상황을 단순하게 풀면 이렇다. 선공(先攻)은 공급자가 개시했다. 일간신문 지면을 통해 이 고급주택의 프리미엄을 지속적으로 홍보한 것. 잊을만하면 후속기사가 이어졌다. 머리글은 얼마나 자극적인가. ‘강북 아파트 최고가 경신하나’, ‘한국판 비버리힐스’, ‘상위 0.1%를 위한 고급아파트’. 공급자측이 지속적으로 기사 게재를 독려했으려니 했다. 수분양자의 역공(逆攻)도 만만찮았다. ‘분양가상한제 가능성?’, ‘50억 투자에 1.2조 이익’, ‘하자보수 요구 입주민 퇴거 요구하는 갑(甲)질’. 입주자 측에 유리한 내용을 언론사에 잘 정리해 전달하는 수고가 뒤따랐을 것이다. 왜들 이렇게 거칠게 다툴까? 수 억 원에서 십 수 억 원까지 분양가가 절감되기를 혹은 부풀려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에 부화뇌동한 감정평가사와 감정평가기관의 책임문제는 뒤로 하고, 만약 우리가 이런 물건의 당사자라면 상식적인 선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첫 번째, 이 아파트 가격에 대한 공시자료를 눈여겨보자. 전국의 모든 공동주택에 대해 책정되는 공동주택공시가격은 연도별로 확인 가능하다. 공시가격이 시가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가를 파악해 공시가격 수준이 결정된다. 시가의 7~80%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이를 역산해 현재의 시가를 추정하면 어떨까. 다만 두 어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이 아파트의 현 소유자인 공급자 측에서 공시가격 수준의 결정에 있어 특별한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민원으로 인해 일부 가격의 조정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음)과 다른 고급 아파트 공시가격의 시가비율이 균일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 현 임대보증금으로부터 역산해 보는 방법을 적용해보자. 최근 서울과 수도권 내 공동주택의 전세가(임대보증금)비율이 몇 %에 육박한다는 기사는 유효적절한 정보다. 우리 아파트는 전세 또는 보증부월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증금 일부와 월세를 혼합한 보증부월세인 경우 ‘보증금+월세/전월세전환율’의 산식을 통하면 전세구조로 환산된다. 보증금 1천 만 원을 줄이는 대가로 월세 10만 원(연 120만 원)을 더 받는 구조라면 전월세전환율은 12%로 계산된다. 다만 여기도 두어 가지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책정된 전세보증금은 평균적인 전세가비율이 적용된 값일 것과 최근 분양을 앞두고 전세보증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는 것. 처음 임대보증금을 책정할 때 추후 분양가를 염두에 두고 시가에 근접시켰다면 평균적인 전세가 비율 적용 가능성은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비교 가능성 있는 인근 공동주택과의 품등 비교 과정을 거쳐 보자. 우리 아파트 주변에 비교할 만한 고급 주택이 어떤 게 있을까. 강변북로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유럽 해안마을 풍취의 ‘유엔빌리지’가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미 고급주택 단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새 아파트라서 좋고, 단지 안 편익시설로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고 우위를 주장할 수 있다. 한강조망권은 철저히 열세지만 단지 후면 쾌적한 산책로는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강 건너 ‘삼성동 아이파크’와 비교해 보자. 브랜드가 밀린다. 학군이나 편익시설과의 접근성도 열세하다. 부지 매입가도 천양지차다. 한 가지 우세한 건 저층의 타운하우스 풍이라는 것. 만회의 정도가 얼마나 될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가 접근의 틀은 어떨까. 공동주택 사업자가 원가에 연동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관행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이 관행은 좌판 벌여놓고 생선 파는 아주머니들이 생선 떼 온 금액에 얼마를 붙여 파는 것과 방불하다. 고급 주택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한 가격이 있을 것이고 건물 도급 공사비 자료도 구득 가능하다. 여기까지를 순수 ‘원가’라고 하면 그간 지출한 금융비용, 관리자 인건비, 시행이익까지 생각해 얼마를 덧붙였을 것이다. 공동주택 사업에선 원가에 가산하는 이 비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 있다. 너무 높으면 고(高)분양가 인식에 미분양 위험이 상존하고, 그 아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염가(廉價) 분양이 될 수 있다. 염가와 고가 사이에서 진폭을 줄이며 현재의 적정 가산 비율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위 네 가지 접근방법을 다 써 봤을 때 다수가 수렴하는 값이 있다면 이를 우리 아파트의 적정 몸값으로 보면 될 것이다. 언급한 방법 모두 상식적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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