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40 / 공동주택 재건축의 ‘무상지분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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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40 / 공동주택 재건축의 ‘무상지분율’ 이야기
  • 이용훈
  • 승인 2014.05.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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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일반적인 공산품의 판매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간단하게 살펴보자. 먼저 재료비와 인건비는 ‘직접원가’를 구성한다. 원재료에 대한 매입금액과 제조활동에 투입한 인부의 품삯은 모든 원가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제조간접비를 더하면 ‘제조원가’가 계산된다. 제조공정에서 공산품 여러 종류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관심 있는 건 걔 중 하나라면 직접원가 외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비용 예컨대 전력비 등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해당 공산품의 원가로 배분받아야 한다. 이를 ‘제조간접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건비 발생은 비단 제조공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 판매하는 부서, 관리하는 부서 인력도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이들의 인건비 등은 판매비와 관리비를 구성한다. 앞선 제조원가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더하면 비로소 ‘총원가’가 추산된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원가는 대개 ‘총원가’를 지칭한다. 여기에 얼마의 이익을 더해 판매할지에 따라 최종 판매가격이 튀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수익률을 말하려면 판매가격 외에 원가,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비용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당연지사다

주택재개발사업에서는 여러 종류의 주거형태가 혼재된 상태에서 전면 철거 후 고층의 공동주택으로 변모한다. 기존에 어떤 이는 단독주택, 또 다른 이는 연립이나 다세대를 소유하고 있고 빈 땅만 가진 이도 있다. 이들의 소유물을 공동주택과 교환하기 위해 교환의 기준으로 삼는 건 교환 전 소유자산의 가치일 수밖에 없다. 주거유형이 달라 각각의 몸값 외에 별도의 공통 인자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2억짜리 단독주택, 1억 상당의 연립주택, 3억 원에 달하는 토지는 그 가치에 비례해 수익이 가산된다. 재개발사업의 수익률이 10%라면 이 사업을 진행하고 나면 각각 2.2억, 1.1억, 3.3억으로 불려진다. 그렇다고 현금교환을 해 주는 건 아니고 불어난 가치에 상당하는 공동주택으로 대응시키는 물물교환이다. 이 때 수익률 10%를 ‘비례율 110%’라고 달리 표현한다. 비례율은 원가 대비 판매수입의 비율, 대출원금 대비 상환원리금수입 비율과 유사한 개념이다. 물론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사업도 적지 않다.

그런데 공동주택 재건축사업에서의 관심사는 비례율이 아니다. 한 번 검색 사이트에 ‘아파트 재건축’이라고 쳐 보라. 비례율이라는 말 대신 ‘무상지분율’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검색한 김에 무상지분율의 정의를 살펴보면 ‘아파트 재건축을 할 때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평형을 추가 분담금 없이 조합원에게 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로 설명돼 있다. 왜, 비례율은 쏙 빠지고 그 자리를 무상지분율이 차지하고 있을까. 대응의 관계가 공동주택 대 공동주택이기 때문이다. 저층의 낡고 노후화된 공동주택이 고층의 신축 공동주택으로 변환되는 것. 이 때 소유자의 관심사는 추가 분담금을 물지 않고 배정받을 수 있는 아파트 평수다. 그런데 기존 공동주택의 가치 즉 원가는 건물이 낡은 탓에 해당 호가 점유하고 있는 대지지분에 몰려 있으니 대응의 관계를 ‘기존 공동주택 대지 지분’ 대 ‘신축 아파트 건물 평형’으로 맺고 이 둘의 비율을 무상지분율로 정의한 것이다.

그런즉 무상지분율이 높은 재건축 사업이라면 꽤 수익성 있는 사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합원에게 많은 면적을 무료 배정하고도 남은 면적을 일반에 분양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인 셈 아닌가. 여기서 무상지분율 용어의 등장 배경이 ‘지분제’ 사업방식과 관련돼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주택재개발사업과 달리 공동주택 재건축사업은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적으로 현재 6층 아파트를 철거 후 20층까지 올릴 수 있다면 13층~20층 분양수입은 철거비와 건축공사비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 얻게 되는 수입이다. 이런 수익성 높은 사업장에 건설사가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들은 더 나아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테니 시행자의 입장에 서게 해 달라고 자원할 수 있다. 기존 시공자의 입장은 도급공사비를 약정하고 건축공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도급제’라고 부른다면 무상지분율을 약정하고 시행자의 위치에서 공사비 회수뿐 아니라 추가수익을 올리려는 방식을 ‘지분제’로 보면 된다.

그래서 한동안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지분제 사업방식을 선호했고, 각 건설사는 간택을 받기 위해 무리할 정도의 무상지분율을 보장하겠다고 입찰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는 그렇게 무리수를 둔 건설사가 시행을 맡으면서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약정한 무상지분율을 보장하면 자칫 일반 사업장에서 거둘 수 있는 도급공사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공사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무상지분율의 재조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조정해 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아예 발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다. 이 전략이 먹혀 들어가 실질적인 무상지분율이 입찰 당시에 비해 크게 떨어지니 ‘지분제’이긴 하지만 ‘변동지분제’의 변형된 형태로 왜곡·운영 됐던 게 사실이다. 사업 전반을 공공이 지도, 감독, 지원하는 공공관리제하에서 ‘확정지분제’ 도입을 강제한 결과 시공사를 아예 못 찾거나, 부족한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공사비를 낮추려고 부실 시공하는 부작용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요 몇 년 간은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분제 사업장에 대한 인기는 크게 시들해졌다. 일부 대단위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지분제 사업 추진방식이 도급제로 전환된 것은 이를 방증해 준다.

최근 다시 지분제 입찰이 고개를 든다는 뉴스가 들린다. 분양시장에 미약하게나마 온풍이 불어오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게 만든다. ‘도급제’ 하에서도 설계 변경 등의 사유로 공사비 증액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지분제’가 기형적인 변동지분제로 퇴화되는 것을 경험했던 터라 재건축 조합원인 자나 조합원의 지위를 얻게 될 모든 자는 조합과 시공사의 도급계약서 또는 무상지분약정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자 도로에 대한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에 혈세 상당액을 낭비했으니 그 폐단을 타산지석 삼는 지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재건축 사업에서 참여 주체가 누구라도 정상적인 수준의 시행이익, 시공이익, 투자수익을 거두면 족하다. 그런데 입을 너무 크게 벌리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무상지분율은 정상적인 시행이익을 바탕으로 추계될 때 가장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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