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돌팔매질”과 한비자의 법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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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돌팔매질”과 한비자의 법가사상
  • 오시영
  • 승인 2014.04.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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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중국 춘추전국시대 말기, 한나라의 한비는 그의 저서 한비자를 통해 법을 통한 국가통치라는 법가사상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시황의 총애를 받았던 한비는 한비의 총명함을 질투했던 동문수학의 법가사상가 이사의 모함으로 사약을 먹고 죽었다. 나중에 진시황이 이를 후회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으니 어찌하랴. 민주주의의 모체는 법치주의이다. 따라서 법치주의의 실종은 민주주의의 실종을 의미한다. 한비는 한비자에서 군주의 이병, 즉 두 가지 무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호랑이가 개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개에게 없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라는 두 개의 병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군주가 신하를 대할 때에도 두 가지 무기 즉 상벌권을 잘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한 신하에게는 상을 주고, 못한 신하에게는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비는 한비자에서 팔간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八姦이란 처첩, 부모자식, 신하 등등 아주 가까운 측근이 군주에게 이익을 주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해를 끼칠 수도 있으므로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상 반 이상의 군주가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팔간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예를 들며, 팔간의 경계를 교훈하고 있다. 따라서 군주가 법에 의해 통치할 때 모든 것이 공평무사하게 되어 부국강병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미발표작 “돌팔매질”은 이렇다. “허공에 대고/ 함부로 돌 던지지 마라/ 하늘도 맞으면/ 휘~익 하고/ 제 몸 찢겨 비명을 지르거든// 맞으면 누구나 아픈 거야” (전문). 하늘은 언제나 말이 없다. 우린 누구나 심심하거나, 기분 좋거나 또는 분노할 때 허공에 대고 돌팔매질을 하곤 한다. 말 없는 하늘이기에 우리는 그냥 우리가 던진 돌이 땅에 떨어지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는 것만 생각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돌에 맞은 하늘이 휘익 하며 제 살 찢기는 단말마를 지르는 것 같아 마음에 아픔을 느낄 때가 있다. 뉴톤은 돌 떨어지는 것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보겠지만, 시인의 눈에는 하늘이 제 살 찢기며 내지르는 고통의 신음소리가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관점이 다르면 모든 빛의 굴절 각도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목숨 같은 것이 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보는 이의 관점은 중요한 것이다.

검찰은 중국 국적의 조선족 유가강(유오성)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서 중국 출입경기록 등 증거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국정원 소속 이모 대공수사처장과 김모 과장 등을 기소하고, 자살을 기도했던 권모 과장을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시한부기소유예하며 수사를 종결하였다. 국정원은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유가강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그를 간첩으로 처벌받도록 하기 위해 중국공문서를 위조하는 황당한 범죄를 저질렀다. 원래 국정원은 어느 정도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한 임무수행과정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오히려 정당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방첩, 보안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외국기관이나 기업 등에 침투하여 불법적 정보를 취득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방해활동을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요인암살이나 기간시설폭발 등 더 큰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불법행위를 다반사로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 국정원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간첩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서천호 제2차장이 사표를 제출하였다. 서천호 제2차장은 2012년 경기지방결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때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토막살해사건으로 한 번 사표를 제출했던 전력이 있다. 피해여성이 112에 다급한 구조요청을 했음에도 늦장출동하여 그 피해여성이 토막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지휘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고 경찰대학장으로 전보되었다가, 국정원 제2차장으로 승진하여 경찰대학교 출신 제1기 중 가장 먼저 차관급 공무원으로 승진하여 당시에 관운이 있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증거위조사건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고 말았으니, 아마도 생각이 복잡할 듯싶다.

한비는 한비자에서 군주의 십과, 즉 열 가지 과오에 대해 언급하는 중에 그 중 하나로 간언하는 신하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몸에 위태로움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국정원 간첩조작 증거위조사건에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강력하게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정무적 감각이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그의 사퇴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유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서천호 제2차장의 사표수리로 지휘책임문책을 끝내려고 하는 듯하다. 국정원의 옛 모토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다시 말해 국정원은 없는 듯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한 후 국정원은 정치의 전면에 부상하였고, 커다란 정치적 이슈를 생산하는 정치공장이 되고 말았다. 이는 지극히 지양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간첩증거조작사건의 경우에는 국정원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지난번 엔엘엘 관련 녹취록 공개 때보다 훨씬 중대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책임 여부가 애매하게 포장된 3분짜리 사과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 했다는 듯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그의 유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듯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있다. 한비는 법치주의의 근간에 대해 한비자에서 말했다. 팔간의 경계를 통해 가장 측근의 경계를 조심해야 하고, 간언하는 신하의 충절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상벌권을 행사하여 잘못을 범하면 처벌해야 한다고. 처벌해야 할 신하를 잘못 품어 한 번 더 다독거리게 되면, 보은을 입은 그는 더 큰 충성심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대부분 자신의 과거 잘못을 만회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이후의 충성의 보폭을 과대하게 늘리게 되고, 결국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기듯 더 큰 낭패를 자초하기도 한다.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이 경기지방경찰청장 당시 수원여성토막살해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제출한 사표가 그때 당시에 수리되었더라면, 현재는 다른 사람이 국정원 제2차장직을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차장에 의해 어쩌면 이번 간첩조작증거위조범죄가 기획단계에서 사전 예방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그에 대한 상벌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아 그의 공직생활이 연장되었고, 그의 잘못된 과잉충성심이 이번 간첩조작증거위조범죄의 온상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거꾸로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는 것이 옳다. 직접 그가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국정원 소속 공무원이 중국의 공문서를 위조하여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일으키고, 그 위조된 중국공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여 사법부를 농락하고, 그러한 위조사실이 밝혀졌으면 내부감찰을 통해 검찰이 수사하기 전에 먼저 사실관계를 밝혀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국민에게 잘못을 소상히 밝혀 용서를 빌어야 했음에도 오히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협조하지 않아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법원이 위조증거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려 하자 오히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더 큰 위조행위로 나아가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통제지휘하지 못해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세계 유수의 언론기관들에 의해 비난을 받게 하는 등 대한민국을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든 책임은 크고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재준 원장이 취임 후 국정원 개혁을 합리적으로 수행하고 내부 조직을 장악하는 등 칭찬받을 만한 공적을 세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공적을 몇 번이고 상쇄시킬 만한 과오를 범하였으므로 그를 해임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한비자의 경고대로 대통령은 십과를 주의하여, 국민의 간언에 귀 기울여야 하고, 이병의 무기를 제대로 행사하여 잘못을 범한 공직자를 엄격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15개월의 재임기간 중 윤창중 청와대대변인에 대한 문책인사의 타이밍 놓침에서부터 부적합 인사들에 대한 공직임명철회의 지체 등 수많은 실기의 경험들이 누적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물론 남재준 국정원의 해임으로 야기될 책임소재의 확대재생산문제, 새로운 국정원장 임명과정을 둘러싼 청문회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국정원장에 대한 문책을 통해 그동안 추락한 국정원의 대외신인도를 향상하고, 대통령의 엄격한 상벌권 행사를 통한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거의 매일 행하는 단순 돌팔매질에 하늘은 분명 아파할 것이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고,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온 우주의 기본원리는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돌팔매질이라는 것이 어찌 하늘에 돌을 던지는 행위에 국한되겠는가? 수많은 돌팔매질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누구나 돌팔매질하는 것은 쉽다. 나부터 수많은 돌팔매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늘의 입장에서, 정의의 입장에서, 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돌팔매질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국정원의 이익, 대한민국의 이익, 국민의 이익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남재준 국정원장은 해임되는 것이 옳다. 아니 대통령이 해임하기 전에 남재준 원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만, 두터울 때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는 지혜로운 공직자가 될 것이다. 평생 강직하고 충성되게 살았던 장군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서 아무리 빛나는 업적을 쌓은들, 이미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돌팔매질의 상처가 치유되겠는가? 향후 만에 하나 지난 잘못을 상쇄하겠다는 과잉의욕이 넘쳐 더 큰 잘못을 범하게 될까 두렵다. 사람의 관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같은 관점으로 계속 국정원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더 큰 사단이 날까 우려스럽다.

하늘에 연을 띄우자, 하늘이 아파하지 않게 돌팔매질이 아닌 연을 띄워 하늘도 살고 연도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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