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내옷나두고 빚가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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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내옷나두고 빚가프리오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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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된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우선 마음이 아프다.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와 사채 등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빚더미 위에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다가 끝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연이 자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으며, 액수는 불문하고 공부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적지 않은 고시생들도 금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위험수위에까지 다다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의 속성이다. 친구도 처음엔 그 무서운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로또 맞으면 한방에 갚을 수 있을꺼라는 비현실적인 기대감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소용이 없다.

어느 날 잠을 자는데 용 6마리가 바다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꾼 백수가 그길로 로또를 사러 복권방에 가서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모두 복권을 사고 추첨 날까지 굶기로 작정하고 기분좋게 지내고 있는데, 추첨 날 저녁 잔뜩 기대를 하며 집안에 굴러다니던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라면 봉지를 뜯는 순간 다시마 6개(그 라면에 보
통은 한개만 들어 있는데)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로또란 그런 것이다.

그 친구와 연락이 두절된 지 6개월 정도가 흐른 어느 날, 낯설은 전화번호가 하나 핸드폰에 찍혀 있었다. 어디론가 잠적해 버린 그 친구의 바뀐 전화번호였다. 아무도 행방을 알 수 없어 모두 걱정만 하면서 손을 써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계절이 바뀌어 어쩔 수 없이 필요했던지 자기가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옷가지를 챙겨서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어디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런 소식이었다. 다른 친구 한명과 함께 그가 알려준 주소를 찾아가는데 이 무더위에 여름 옷도 없이 지냈을 친구를 생각하니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자업 자득이니......고생좀 해야돼......불쌍하신 부모님.....다친데는 없이 지내나......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친구를 찾아 나선 지 몇 시간이 흘러서야 아주 찾기 힘든 어느 건설공사현장에서 그동안 익숙해 있던 친구의 모습이 아니 왠지 낯설기까지 한 친구를 보는데 사연이야 어쨌든 코끝이 찡했다. 가뜩이나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인데 빡빡머리에 콧수염까지 길러 도대체 저게 그 친구인지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너......사채업자가 찾으러 다녀도 모르겠다. 짜식. 시커멓게 그을린 친구의 얼굴을 감싸고 가슴 저린 포옹을 하고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고맙다는 시선을 보내니 날씨도 더워 죽겠는데 친구 놈 눈에 뜨거운 물이 고여 있었다. 그렇다. 얼마나 이 고생을 해야 다시 가족과 친구 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으나 다시마 6개 든 라면 먹으며 허황된 꿈꾸는 것 보다 훨씬 정직한 선택을 한 친구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돌아서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가게에 들어가 친구가 즐겨 피는 담배 한 보루를 사서 친구에게 건네주고 돌아오는데 매미가 더 크게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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