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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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1)
  • 신희섭
  • 승인 2014.04.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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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재미있는 실험을 한 가지 했다.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첫째, 가격과 성능이 동일한 조건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일본산 자동차가 있다면 어떤 것을 사겠는가? 둘째, 성능이라는 조건이 같은데 가격이 저렴한 일본산 자동차와 가격이 비싼 한국산 자동차 사이에서는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두 번째 질문에서 90%정도 되는 학생들은 가격을 선택해서 일본산 자동차를 사겠다고 했다. 10%정도의 학생들만이 한국산 자동차를 사겠다고 했다. 민족주의와 경제적 합리성 사이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과거에도 이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다 민족주의라는 정서에 기반한 경제적 선택을 하는 학생 수가 줄었다.

그런데 세 번째 질문을 만들어서 던지자 결과가 좀 달라졌다. 세 번째 질문은 성능이라는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한 독일산 자동차와 가격이 비싼 한국산 자동차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였다. 그러자 모든 학생들이 독일산 자동차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한 사람도 민족주의자는 없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였다.

짧은 실험을 통해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그것은 한국인- 물론 수업에 있는 학생들이 한국인의 표본이 될 수 있는가 즉 전체를 대표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는 남겠지만-들이 이해하는 민족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족주의라는 것이 일본에 대한 배타성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차는 안되지만 독일차는 된다는 논리는 일관되게 우리 민족의 자동차라는 논리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본차라서 안되는 것이지 우리나라 차라서 무조건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의 민족주의가 일본을 대상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민족주의가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현상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동원되고 만들어진 개념이자 정서라는 것이다. 언젠가 첫째 아이가 6살일 무렵에 일본에 대해서 나쁜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어디서 그렇게 배웠냐고 물어보았더니 어린이집에서 배웠다고 했다. 어린이 집 선생님께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기 때문에 나쁜 나라라고 가르쳐주었다는 것이다. 6살 아이가 배운 침략이라는 개념으로서 일본을 적대시하면서 피해자로서 우리라는 공동체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민족주의이다.

이번 시간에는 민족주의 특히 동북아시아의 민족주의 문제를 다룬다.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이 동북아지역에서 민족주의는 배타주의의 동의어기 때문에 이런 민족주의의 강화는 배타성을 강화하여 국가간의 관계를 파탄지경으로 이끌어 갈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시아 민족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배타성을 낮추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다루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 되겠다.

최근 동북아시아 민족주의 상황

민족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볼 국가는 러시아이다. 2014년 3월 18일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에 대한 합병을 단행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58%이상의 러시아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이야기 하지만 러시아의 이번 합병은 과거 오스트리아를 독일의 히틀러가 합병한 1938년을 연상시킨다. 다시금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영토문제를 부각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중국의 민족주의 역시 강하다. 중국은 빠른 자국의 경제적 성장을 기회로 하여 강대국 멘탈리티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사를 재해석하여 주변국가들의 역사를 자국역사로 포함시켜 과거의 지배체제를 미화하고 이것을 통해 미래 중국 지배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선부론(先富論)으로 성공한 자신들의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여 중국체제의 정당성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5.4운동으로 과거와 단절했다. 그들은 공산주의를 통해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자 했고 역사 속에 있는 과거의 잔재를 부정했다. 문화혁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부상과 중국의 역사재해석은 과거 공산주의운동을 통해 거부했던 급진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들어가면서 보수적인 측면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 중심에 중국의 역사공정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역사공정을 통해 중국의 과거를 정당화하면서 현재 중국이 가진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문제점들을 덮으려고 한다. 이런 과정은 중국이 공산화를 추구하면서 추진하였던 중국식 근대화를 거부하는 것이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중국이 공자학원을 통해서 공자를 다시 살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중국은 내부의 빈부격차와 종족간의 갈등이나 공산당의 독재를 완화하는 방안으로서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통치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 20년이 넘은 경제정체상황은 ‘잃어버린 10년’을 훨씬 지나가고 있다. 게다가 2011년 지진과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일본사회의 불안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의 아베는 이런 상황을 민족주의로 돌파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고 과거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과를 부정하면서 야스쿠니를 찾아가고 있다.

일본의 우울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과거 메이지정부가 수행한 근대화의 성공을 통해서 과거와 자신들을 연결하고자한다. 이를 통해 일본이 보통국가로 나가고자 한다. 보통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일본은 자신의 족쇄들인 무기수출금지, 자위대해외파병금지, 핵3원칙, 평화헌법 등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의 일본민족주의의 재판으로 보인다. 혈통적 정당성을 미화하면서 일본의 쇠락하고 있는 자신의 국력을 상승하고자 한다.

이 지역의 강화되는 민족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분석도구로서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민족(nation)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좀 더 단순하다. 민족주의는 민족(nation)이 국가(state)를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적 구성원리로서 민족주의는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기원으로 한다. 한스 콘(H. Kohn)은 민족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렸다. 민족주의란 “프랑스 혁명이래로 일류에게 일상화된 정서이자 심리적 상태”라는 것이다.

사실 외부에서 수입되어 들어온 민족(nation)의 의미만큼 복잡한 것은 없다. 민족이라는 정서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두 가지 의미가 구분된다. 먼저 ‘시민적 민족주의’로 이 입장은 주관적 판단을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들이 주관적으로 어떤 정치공동체에 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민족이 구성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실제 프랑스가 민족을 구성할 때 주민투표를 통해서 귀속여부를 결정했는데 이런 경우 자신의 주관적 의지에 의해서 민족구성원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주관적인 선택을 강조하는 시민적 민족주의는 민족주의를 근대적 작품으로 파악한다. 근대에 국민국가 구성 시기에 민족주의가 만들어졌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종적적 민족주의’는 혈연이나 언어와 같은 객관적인 요소(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에 기반한 민족주의이다. 종족적 민족주의는 혈연과 같은 공동체의 일차적 연대감이 중요하다. 후발민족국가를 구성한 독일식 민족주의로서 이 입장은 공유된 감정을 강조한다. 독일어 volk에 기반한 종족적 민족주의는 민족의 근원을 언어와 역사라는 시원적인 부분에서 찾고자 한다.

다음 시간에는 민족에 대한 몇 가지 개념적 도구를 정리해보고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민족주의가 가져오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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