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37 /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은 어떻게(그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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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37 /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은 어떻게(그 첫 번째 이야기)
  • 이용훈
  • 승인 2014.04.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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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3년 전 필자가 갑상선 질환에 대한 상식을 갖추게 된 건, 느닷없는 아내의 갑상선암(癌) 판정 때문이었다. 확진 소식을 듣자마자 발 빠르게 국어사전에서 암(癌)의 정의부터 확인했다. ‘생체 조직 내에서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미분화 세포로 구성되어 악성 종양을 형성하는 병’. 그 다음은 갑상선암(癌)이 한국인 암(癌) 발병자 중 어느 정도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 질병이 한국인 암(癌)환자 중 가장 빈도수가 높다는 사실을 접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런저런 검색의 말미, 필자를 가장 안심시켰던 건 이 갑상선암을 ‘착한 암’, ‘전이의 속도가 더딘 암’, ‘완치율 98%인 암’으로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검색어 ‘갑상선암(癌)’에 이런 문구가 꼬리표마냥 따라다닌다고 해야 할까. 성공적인 수술, 일주일의 회복기간을 거쳐 건강한 상태로 일상에 복귀한 마당에 굳이 과거 아내의 병력을 언급하는 건 암 보험금 수령하는 대목부터 ‘보상’의 문제를 풀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내가 10여 년 전 가입한 암(癌)보험이 어떤 암(癌)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지, 암(癌)진단 후 보상금은 얼마나 되는지, 전술한 사건이 없었다면 평생 확인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쁜 기억만은 아닌 건, 수술비와 입원비 등으로 지출한 수 백 만원의 실비를 제외하고도 기 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수령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꼭 곗돈 탄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존에 가입했던 다른 보험증서를 꺼내 틈틈이 보장항목을 살펴보게 된 것은 이런 학습효과 때문이 아닐까. ‘보장항목’, ‘보험금 지급 기준’은 가입자가 반드시 가입 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보험 설계서에 있는 세부 내역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고 가입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혹시라도 필자의 글을 읽고 곗돈(?)탈 심산으로 암(癌)보험에 새로이 가입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이전과는 갑상선암(癌) 보험금 지급 기준이 달라진 점을 확인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보험사도 남는 장사를 해야 하니, 이렇게 발병률이 높으면서 완치까지의 치료실비는 생각보다 작은 이 ‘착한 암‘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는 수술 실비와 소정의 위로금을 보장해 주는 쪽으로 이미 보험금 지급 기준이 하향 조정됐단다.

2013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014년 1월 공포 된 한 법률도 새로운 ‘보장항목’과 ‘보험금 지급 기준’ 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7월 29일부터 시행하는 「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그것. 2009년 용산참사의 후속 대책으로「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규정 일부가 개정된 것과 달리, 이 법은 밀양송전탑 사태를 계기로 기존 법률에서의 미온적인 보상규정과 보상범위를 보완하고자 새로이 제정된 것이다. 갑상선암(癌)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최근 발병률 및 치료 실비 규모를 반영해 타 암(癌)과 형평성 있게 하향 조정된 것은 암(癌)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없는 이들이라면 무시해도 되는 얘기지만, 원치 않게 고압선이 내 땅과 우리 지역을 통과하게 되는 건 강요받는 현실이니,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주민의 현실적인 재산권 보장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의 내용은 우리 모두 한 번 훑어 볼 필요성이 있다.

신설된 법률을 살펴볼 때 기존 법률의 변천사 내지 이력을 뒤적여보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 과정이 귀찮고 품이 들어 모든 이에게 추천할 건 못 되지만. 먼저 고압선이 통과하는 토지에 대한 보상의 규정을 담고 있는 건「전기사업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서 규정한 보상기준이 어느 정도 명확해진 것은 근래 들어서다. 보상 기준이 확정되기 전에는 한동안 한전의 내부 지침에 따라 보상해 왔다고 한다. 1990년 대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공중의 사용에 따른 구분지상권에 상응하는 임대료’가 언급되면서 공중의 가치가 조명된 점, 2003년 감정평가협회가 고압선 통과지에 대해 ‘선하지공중부분사용에따른손실보상평가지침’을 신설해 내부 보상평가 기준으로 삼은 정도가 그간 굵직한 사안들이다. 2011년 3월 경 「전기사업법」90조 2의 신설로 비로소 법률의 형태로 보상금액 산정 기준이 등장했지만「도시철도법」시행령 5조에서 보인 명확성은 결여되어 있었다. 암(癌)보험의 ‘보장범위’가 구체화된 정도지 ‘보험금 지급 기준’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었으니.

신설된「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서도 일부 준용하고 있는 현재「전기사업법」90조 2는 어떤 내용일까. 보상범위 토지면적은 언급돼 있을 뿐, ‘손실보상의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고 하여 시행령에 구체적인 사항을 위임하고 있다. 그래서 시행령을 따라가 보니 비로소 별표에 지상의 공간을 송전선로가 존속하는 기간까지 사용하는 경우 <보상금액=토지의 단위면적당 적정가격 × 지상 공간의 사용면적 × (입체이용저해율 + 추가보정률)> 로 소개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비고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토지의 가격(단위면적당 적정가격 및 단위면적당 사용료 평가가액을 말한다), 입체이용저해율 및 추가보정률 등 손실보상의 산정 방법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7조 및 제68조에 따라 평가한다.’고 부연해서 또 다시 수임 규정을 검색하는 수고를 피하기 힘들다. 이쯤 되면 문의할 게 있어 구청 대표번호로 전화했다가 ‘저 쪽 부서로 전화해 보세요.’ 라고 수차례 반복적으로 떠넘기는 진 빼는 응대의 당사자가 된 기분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68조는 ‘보상액의 산정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고 해서 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수임 규정인 시행규칙 31조를 들춰보니‘토지의 지하 또는 지상공간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당해 토지의 가격에 당해 공간을 사용함으로 인하여 토지의 이용이 저해되는 정도에 따른 적정한 비율(이하 이 조에서 "입체이용저해율"이라 한다)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으로 평가한다.’로 귀착된다. 다시 원점이다. 토지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토지의 이용이 저해되는 정도에 따른 적정한 비율’을 정한 규정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검색의 수고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눈 씻고 봐도 법률 규정에서는 발견할 수 없으니. 보상의 내력을 더듬을 때 소개했던, 2003년 감정평가협회가 제정한 ‘선하지공중부분사용에따른손실보상평가지침’이 그 답이다. 정리하면 보상금의 핵심인 고압선이 토지 이용을 저해하는 비율은 감정평가기관의 내규로 정해져 있다.

이 지침의 내용은「전기사업법」시행령 별표 혹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별표, 즉 법규명령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감정평가기관의 내부 평가 기준으로 규율하기에는 꽤 중대한 규정이 아닌가. 또한「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전기사업법」에 따른 보상수준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설된 법률에 따른 보상금의 범위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누군가는 확인하고 싶어 할 텐데, 숨어 있는 보상평가지침을 찾는 수고를 강요하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 지침의 내용이 적정하다면 강제력을 갖는 법률의 영역으로 올려 버리면 그만이다.

이처럼 종전 법률의 이력을 검토하다 보면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입법자 혹은 실무자가 성실함을 보이지 않으면 보상, 구제, 배상문제는 항상 ‘선제적’이 아닌 ‘사후약방문’식을 면치 못한다는 것. 밀양송전탑 사태가 계기가 돼 신설된「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후속적으로 제정될 시행령, 시행규칙에 모법(母法)이라 할 수 있는「전기사업법」의 미흡함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법률이 터를 잘 닦아 놨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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