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33 / 실무기준해설서 발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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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33 / 실무기준해설서 발간을 보며
  • 이용훈 감정평가사
  • 승인 2014.03.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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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선한 사마리아법의 모태가 되는 성경 속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내용인즉 이렇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자 강도들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초죽음 상태를 만들어 놓고는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떠나갔다. 그 후 한 제사장이 그 길로 지나다 그를 보았으나 외면했다. 레위인도 그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다. 그 때 여행을 즐기던 한 사마리아인이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그 이튿날에는 주막 주인에게 숙식비와 치료비조로 데나리온 둘을 내어 주며 말하기를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어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질문을 한다. 위 예화에서 화자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유대인에게 그 이웃은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무시하고 상종 자체를 꺼리던 사람을 이웃으로 받아주라는 우회적인 교훈이 아닐까.

위 예화는 ‘이웃’의 정의를 간명하면서도 폭넓게 해석해 주고 있어, 위 글을 읽는 사람은 내 몸같이 사랑해야 할 이웃의 ‘범위’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법학에서는 끊임없이 법률의 규정을 놓고 이런저런 해석이 충돌하는 게 다반사다. 입법 당시 의도했던 규정의 속사정을 친절히 설명해 주면 좋으련만 몇 줄 안 되는 규정 속에서 통일한 적용 방침을 찾아내려니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소수설로 출발해 유력설로 발돋움하고 다수설의 입지를 굳힌 후 판례의 원군까지 얻어내는 게 해석자의 바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간 감정평가에 관한 여러 법률 규정도 간결한 몇몇 조문에 대한 해석이 일치되지 않았다.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이 적정한 가격인지 시장가격인지 논의하는 데만 수 년 소비했다. 그렇다고 일치된 결론에 도달한 것도 아니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용어를 교체하는 등「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했고 시행규칙의 세부 평가기준인 ‘감정평가실무기준’, 더 나아가 ‘감정평가실무기준’을 해석하는 책자까지 선보인 것이다.

국토교통부 훈령 고시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감정평가 실무기준’은 국토교통부령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28조에서 위임하고 있는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담고 있다. 2013년 3월 개정된 본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규칙에서 규정하는 사항 외에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평가를 할 때 지켜야 할 세부적인 기준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실무기준을 정한 후에는 후속조치로 실무기준을 올바르게 적용하도록 돕는 해설서 작업이 진행되었다. 실무기준 고시가 10월에 있었으니 해설서 내용에 포함될 부분을 확정짓는 데 근 5개월 매달린 셈이다. 감정평가실무기준 틀이 어느 정도 잡힐 즈음부터 해설서 작업이 병행되었으니 실은 이보다 더 많은 기간 공들였다고 봐야 한다. 출간한 측에선 위 해설서가 해당 조문에 대한 규정의 취지, 주요 내용 및 관련 규정 등을 각각 설명했고 특히 실무영역에서 중요성과 필요성이 높거나 다툼이 있는 내용의 경우에는 각각의 견해와 함께 해당 판례 및 유권해석 등을 수록해 기준 해석이 쉽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집필진과 연구진, 감수진의 면면을 보면 짧은 기간 우수한 인력이 대거 투입된 것은 분명하다.

출간된 감정평가실무기준해설서 양은 초기 작업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초기 해설서에 담겨 있던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단정적인 표현에서 관련 법 조항과 판례를 소개하는 선으로 단락을 마무리한 것도 몇몇 보인다. 해설서라는 신분을 생각하면 조금 몸을 사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추측컨대 감정평가에 관한 소송의 당사자와 그 법률대리인, 공익사업지구 내 피 수용자 등도 모두 접할 수 있는 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책잡힐 문구나 용어는 최대한 자제하지 않았을까. 다만, 훈령의 신분인 감정평가실무기준이 상위 법 조항 개정은 물론이고 새로운 판례, 유권해석 등의 등장으로 해석을 달리해야 할 만한 사유가 발생하면 제·개정이 용이한지라 해설서 책자도 그에 맞춰 보완될 것이다.

초등학생 두 딸이 겨울방학기간 내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24시간을 운용할 능력이 없으니 무얼 하는데 얼마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우왕좌왕이다. 꼭 해야 할 일정이 중간 중간 박혀 있지 않으면 이들의 생활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날그날 채워가는 하루를 면하기 힘들다. 이번 감정평가실무기준해설서가 감정평가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정평가업계 최초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발간되는 바이블적인 성격의 출간물이라 자랑하는 기사도 보이지만, 많은 부분 통일된 처리 방침을 제공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폭넓은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른 부분을 속속 해설서에 선보여 설명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면 감정평가사와 평가의 수요자 모두에게 감정평가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여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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