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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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6)
  • 신희섭
  • 승인 2014.03.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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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시간에 이어 답안을 만들 때 신경써야 할 부분을 설명한다.

정치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이다. 사회과학은 ‘과학’적인 입장에서 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학에서 다루는 수식이 될 수도 있고 그래프가 될 수도 있다. 통계자료를 도표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학을 시험으로 볼 때는 주로 문장으로 구성된 글로 만든다. 글로 만들어서 설명해야 할 경우에도 신경 쓸 것은 본인 주장이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답안은 본인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끈덕지게 서술하여 본인 주장의 타당성을 밝히는 것이 답안을 구성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베의 강경정책과 일본의 우경화가 일본의 문화적 요소에 의한 집단심리라는 요인과 민족주의라는 요인을 통한 국내적인 갈등완화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다”라는 주장을 한다고 하자. 일본 아베가 신사참배를 하고 중국과 일본사이의 관계가 마치 1차 대전 직전의 유럽 상황과 유사하다는 방식의 발언을 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짐에도 영토문제를 지속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두 가지 요인으로 집단 심리와 정치적 선택을 들 수 있다. 본인이 볼 때 다른 요인보다는 이 두 가지 요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아닌 다른 주장도 할 수 있다. 어떤 주장도 가능한데 문제는 그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본인이 밝힌 원인이 되는 두 가지가 실제로 일본의 강경한 대외정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게 현실 사안이 이 주장에 연결되어야 한다.

일본의 집단심리를 설명해야 한다면 일본문화에서 ‘다테’사회라는 종적인 관계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개인은 소규모그룹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며 작은 그룹은 더 큰 그룹에 속해야 한다. 이런 관계의 가장 작은 단위가 가족이며 가장 큰 단위가 국가이다. 일본문화를 보면 일본인은 개인주의에 익숙하지 않다. 일본인은 집단 내에서 정체감을 느낀다. 일본인은 집단 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집단 안에서 일본인은 진정한 ‘일본’인이 된다. 인간 개인으로서 일본‘인’과는 다른 ‘일본’인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렇게 집단화된 일본인들의 집단의식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문화와 일본인과 집단의식을 연결해야 일본인의 심리를 통한 우경화를 설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정치지도자들이 관심전환을 시도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일본 내의 불안감은 ‘젠야(前夜)’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직전의 밤과 같은 불안감은 일본의 1990년대 경제불황과 최근 일본의 지진과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만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연결되어 마치 관동대지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분노를 폭발시킴으로서 일본인들 간의 동질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일본은 내부적인 불만을 외부로 돌려서 해결하였던 과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년에 조선을 침략한 것이나 1870년대 정한론이나 1920년대 공황에 대한 만주로의 확장정책은 모두 국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려서 내부를 잠잠하게 하려했던 사례들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현재 일본의 강경정책은 역사적 그림자가 늘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면 본인의 주장이 될 수 있는 답안이 되려면 입증성이 높은 글을 만들어야 한다. 즉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답안에 본인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사실관계들을 통해서 본인주장의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은 글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몇 가지 형식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겠다. 먼저 한 문장으로 한 문단을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 문장은 하나의 정보를 담고 있다. 하나의 문장은 한 개의 정보만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정보들을 연결해야 완전한 의미를 갖춘 단위인 문단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 답안은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주장문장을 부연해야 하는 부연문장들이 따라와야 한다. 따라서 문장은 2개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예를 들면 주장문장이 있고 다음에 부연설명을 하는 문장이 있고 그 다음에 재부연하거나 주장을 입증하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문장과 문단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면 글이 구성되는 원리를 정확히 따라야 한다. 문장들로 구성된 의미구조를 이루는 문단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글을 만들 때 문단 들여쓰기를 확실히 해서 문단구분을 정확히 해주어야 사고의 흐름이 어떤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설명할 개념이 두 개라면 두 개의 개념을 부연 설명하는 각각을 문단으로 구분해서 설명해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객관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어제는 ....”이라고 썼다면 읽는 사람입장에서 볼 때 어제는 쓴 사람이 쓸 당시를 기준으로 어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런 것은 “ 2013년 5월 26일에는...”으로 고쳐야 글을 읽는 사람이 볼 때 ‘어제’가 안된다. 또한 간혹 가다가 “우리나라는...”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객관적으로 ‘우리’는 어디까지를 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는...”라는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은...”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답안을 기술할 때 인용하는 문제를 살펴보다. 이론가를 인용할 때 다음과 같이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 “A. Prezworski에 따르면...”. 정치학 글의 표준은 “아담 쉐보르스키(A. Prezworski)에 따르면...”으로 한국어를 먼저 쓰고 영어 이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것을 꼭 지키지 못할 경우도 있다. 한국어가 정확하지 않거나 영어가 정확하지 않으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안쓰는 것이 좋지만 원칙적으로는 위의 표기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간혹 “....하였다.(A. Giddens)”와 같이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인용은 없다. 미국에서 하는 인용은 “...하였다. (A. Giddens, 1994)”이다. 이런 방법은 각 주를 다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만약 이런 각주를 다는 것이라면 몇 년도 책이나 논문에서 인용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하였다.(A. Giddens)”방식 대신에 “기든스(A. Giddens)에 따르면...”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국정치학회나 한국국제정치학회는 책을 인용할 경우는 『』, 논문의 인용할 경우 “”. 개념을 인용할 경우‘’ 간접인용의 경우에는 ‘’을 사용할 것으로 규정해두고 있다. 직접인용의 경우에는 인용부호 “”를 사용하면 된다.

부차적인 이야기를 몇 가지 더하겠다. 답안 중에서 뜬금없는 한자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불확실한 상태下에서”라고 쓰는 경우이다. 여기서 ‘하’를 반드시 ‘下’를 써야 할까? 과거에는 한자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것은 개념이 혼동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학개념들이 원래 미국에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에는 영어를 병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개념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면 “상호의존이론에 따르면 ‘민감성(sensitivity)’은...”과 같이 민감성이 원래 상호의존이론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개념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한 편으로 본인이 인용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인용부호와 원 개념의 명칭을 병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한자나 개념이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록을 명기할 때는 완전히 명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06년에, 09년의 북한 핵실험은...”으로 쓴 답안이 있었다. 이것은 “2006년과 2009년의 북한 핵실험은...”으로 바꾸어야 한다. 형식적인 문제들은 조금만 신경 쓰면 읽는 이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낯설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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