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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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아야
  • 법률저널
  • 승인 2003.10.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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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제41회 사법시험불합격처분취소소송 재심사건의 선고가 있었다. 주문은 재심 각하였다. 2003년 1월 7일로 선고가 잡혔던 게 법원에서 돌연 변론재개를 하고 9개월만에 변론기일을 열어 선고한 게 재심각하. 그만큼 재판부는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 사이에서.

저는 제41회 사법시험소송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사람으로 지난해에 저를 제외하고 원고 전부 승소판결을 받아 올해 2차 시험에 많은 사람들이 응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패소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변론주의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 때문이었습니다. 1심에서 민법  2번문제에 대해 본인이 변호인측과 준비서면을 작성하면서 '정답없음'을 주장하였는데 돌연 2번 답항을 선택한 원고들만이 기재된 원고목록을 변호인측이 제출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1심판결문을 받아보구 제가 좀더 면밀히 검토하였더라면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제가 수험생으로서 미숙하다는 점, 그리고 워낙 많은 이해관계인과 다수의 문제를 대책위원장과 거의 단둘이서 1심을 수행하였기에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는 점 등으로 미처 알아차리지를 못했고 2심에서도 그걸 모른 채 준비서면에서는 계속해서 '정답없음'을 주장하였지만 나중에야 알고 본 사실은 2번 답항을 선택한 원고들만 '정답없음'을 주장한 셈이 되었습니다. 결국 3번답항을 선택했던 저로서는 민법 제 2번문제를 사실심에서 주장하지 않은 셈이 되어 대법원에서는 주장책임을 물어 2번 답항을 제외한 다른 답항에 대해서는 판단하질 않았습니다. 저는 1심, 2심에 이르기까지의 준비서면에서 줄기차게 '정답없음'으로 간접주장을 하였다는 것과 주장의 모순 불일치시의 석명의무위반을 들어 재심을 신청하였지만 재판부는 고심 끝에 법적안정성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가 재심각하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법적안정성과 구체적타당성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는 판사 개개인의 성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변론을 재개해놓구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이제 와서야 각하결정을 한 점입니다.

2000년도 1월 14일 저를 포함한 원고 28명이 승소하면서 사법시험제도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42회 시험부터 문제지 공개랄지 정답이의절차 등등.

그러나 정작 이 사건 41회에 대해서는 피고측에서 정답심사위원회를 열어 논란이 되고있는 문제들에 대해 심사를 해봄직한데두 불구하고 끝까지 소송으로 대응하여 결국 작년에 소송을 제기한지 4년가까이 되어서야 대다수의 원고들이 구제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전 소송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법무부에 패소한 걸 인정합니다. 법원은 변론주의가 지배하는 상대적 진실을 밝히는 곳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법무부까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법무부는 오히려 실체적 진실을 밝혀서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관청이지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과오를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 봅니다. 비록 세월이 너무나 많이 흘러버렸지만 법무부는 반드시 정답심사위원회를 열어 '정답없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전 더이상 상소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가 소송을 제기한지 벌써 4년 반이 흘렀고 앞으로 상소를 한다 할지라도 몇 년이 더 소요될지도 모르기에...

/독자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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