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31 / 주택가격 ‘검증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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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31 / 주택가격 ‘검증의 추억’
  • 이용훈
  • 승인 2014.02.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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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2014년 소치올림픽이 이번 주면 거의 마무리된다. 이번 대회에선 첫 금메달 낭보가 꽤 더뎠다. 몇몇 기대했던 선수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전체 순위는 예상보다 많이 밀린 듯 보인다. 목표 종합순위 달성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우리 선수 모두가 아쉬움이 남을지언정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음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준 여자 3000미터 쇼트트랙 계주 경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팀워크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막판 역전 우승의 감동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퍽 다행이다. 3000미터 계주 우승을 이끈 17세부터 28세까지의 낭자들은 인터뷰에서 대동소이한 소감을 피력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4년의 고된 훈련에 대한 값진 성과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는 것.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충분한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올림픽은 그런 영광을 취할 자격이 있는 자에게 보상을 해 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올림픽은 본인의 실력을 공개적으로 모든 선수와 겨룰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하다. 어부지리로 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선수 본인의 실력이 세계 최고임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014년 주택공시업무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지방선거 일정을 앞두고 가급적 2월 말까지 개별주택공시가격에 대한 검증을 마무리해 달라는 각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검증업무에 한창이다. 소치올림픽을 위해 4년 간 치열하게 준비해 온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에야 비기지 못하겠지만, 감정평가사도 이 기간 설렘과 긴장감을 어느 정도 맛본다. 2014년 표준주택가격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자가 검증을 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장(場)이기 때문이다. 해당 감정평가사는 산정된 개별주택가격이 질서정연하게 분포하는 모습,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균형이 흐트러진 모습 중 어느 하나에 직면할 것이다. 외부에 어떤 부분이 미진했는지 밝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가 검증은 혹독하게 이뤄진다.

주택재산세 과세표준으로 혹은 의료보험료 등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개별주택가격결정 절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전국 각지에 단독주택은 밀집해 있거나 산재한다. 필자가 담당하는 서울 소재 한 지자체에는 16,000여 채의 단독주택이 분포하니 밀집지역 쯤 돼 보인다. 가정 먼저는 이들 주택 중 약 5%의 샘플을 채취한다. 40명 정도 되는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 역할을 할 대표자 선출과 방불하다. 용도지역별로, 동별로, 도로별로, 건물구조별로 대표 역할을 할 표준적인 주택을 심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대표자의 가격을 정밀하게 책정한다. 여기까지는 감정평가사 고유의 업무 영역이다. 이 업무에만 약 2~3개월이 소요된다. 두 번째로 표준적인 주택 주변의 개별 주택의 가격을 통계적으로 산정한다. ‘통계적’이라 함은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전산의 도움을 받아 대량 평가함을 말한다. 이 업무는 각 지자체 세무공무원의 몫이다. 통계를 돌려 본 사람은 대략 무슨 얘기인지 쉽게 와 닿을 것이다. 이 절차의 마지막을 감정평가사의 검증이 채운다. 통계적용을 위한 기준이 다소 미비한지 아니면 통계를 돌린 자의 미숙함이 묻어있는지 들여다보는 것

먼저 통계를 돌린 자의 미숙함이란 대표로 뽑아 놓은 표준주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을 말한다. 옆에 비교하기 좋은 표준주택을 놔두고 한참 멀리 떨어진 표준주택을 갖다 써 버린 게 대표적이다. 꼭 같아야 할, 나란히 놓인 개별주택가격이 차이나서야 말이 되는가. 다행히 이런 오류는 손쉽게 확인된다. 같은 표준주택을 활용한 개별주택을 동일한 색으로 입힌 도면을 쭉 살펴보다 보면 같은 색으로 채색되어야 할 가로(街路)가 울긋불긋해진 지점이 미숙함을 보완해 줄 곳이다. 두 번째로 통계 적용을 위한 기준의 문제는 대표가격인 표준주택가격에 미비점이 있든지 가격비준표가 말썽인지 둘 중 하나다. 가격비준표의 문제는 이론과 실무의 괴리에서 발생하니 다음 해에 약간의 미세조정을 가하면 해결될 문제이며 균형을 크게 흔드는 중대 요인은 아니다. 그러니, 검증의 핵심은 개별주택가격 간 균형이 흔들리도록 야기한 원재료격인 표준주택가격에 대한 자가 검증 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노력에 자신이 감동받는 상태를 ‘최선’으로 정의하는 자도 있다. 개별주택가격 검증을 맡은 감정평가사는 ‘최선’의 가격이 분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절묘한 정적 균형상태 그리고 우열의 정도를 적절한 격차로 반영한 개별주택가격이 밀물과 썰물로 들락거리며 동적균형을 이루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말이다. 표준주택가격에 대한 그 해의 미비점은 다음 해에 보완될 수 있다. 그러나 4년의 노력을 올림픽에서 보상받듯 표준주택가격 평가자는 바로 개별주택가격 검증 기간에 그 해 자신의 업무전문성에 대한 피드백을 반드시 경험한다. 검증기간이 한창인 때, 개별주택가격 검증 업무에 몰두하는 대한민국 모든 감정평가사가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기간이 되길 바라본다. ‘검증의 추억’은 매년, 만족의 정도와 깊이를 달리해 축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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