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자격증]또 다른 광야 생활 -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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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자격증]또 다른 광야 생활 - 사법연수원
  • 법률저널
  • 승인 2003.10.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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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우 변호사·법무법인 백상


▶지난호에 이어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을 보면서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연수원 입소를 기다리던 중 2001년 1월경 사법연수원 31기 신우회에서 저에게 한 편지가 날아오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연수원 입소 전에 크리스천들이 모여서 감사예배를 드린다고. 약 60여 명의 32기 연수원 합격생들이 모였고 31기 신우회 선배들이 준비한 저녁식사 후에 찬양, 주명수 목사님의 설교말씀과 31기 선배들의 간증과 권면 등으로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매년 있어 온 신우회 입소 전 수련회의 준비위원으로 섬길 분들은 예배 후 남아달라는 광고가 있었고 저는 부족한 자를 합격시켜주신 하나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남았습니다. 11명의 형제자매들이 남았는데 그 중에 제가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관례대로 떠밀리듯 수련회 준비위원장이 되었고 1박 2일의 수련회 기간 동안에 선출된
임원진 중에서 또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신우회장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두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려대에 입학하면서 막걸리를 마시게 되고 술을 즐기게 되었었는데 연수원 신우회장이 되면 술을 마셔서는 제대로 신우회를 이끌어 갈 수 없을 것 같았고, 또 저는 법관이 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었고 부모님의 바람도 법관이었는데 역대 신우회장들을 보면 연수원 수료 후에 대부분 변호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딛으시는 것을 보면서 저도 신우회장이 되면 2년 후에 법관의 길을 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3일간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는데 술 문제는 '어느 쪽이 신앙인으로서 덕을 세우는 길인가, 어느 쪽이 하나님이 더 기뻐하실까'라는 판단기준으로 보니까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술을 통한 원만한 관계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술을 안 먹는 것은 그런 정체성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의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연수원의 폭탄주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저 자신부터 폭탄주를 거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로문제는 나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합격할 수 없는 부족한 자를 기적적으로 합격시켜주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일은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어느 직역을 가더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사법연수원 신우회를 섬기는 일을 저의 시간사용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연수 생활을 하기로 하고 연수원 수료 후에 하나님이 어느 직역으로 보내시든지 감사를 드리겠다고 결단하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연수원으로 저를 보내신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하면서 2년간의 연수원 생활을 했는데 그것은 동료 연수생들이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이고 그 일을 신우회를 통해서 믿음의 동역자, 기도의 동역자들과 함께 이루어가도록 저를 연수원의 복음화를 위한 선교사로 보내셨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이 영적전쟁의 1라운드였다면 사법연수원은 상대가 훨씬 더 강한 2라운드였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힘과 기도와 말씀만으로 승리할 수 있었기에 신우회는 매주 월요일 아침과 수요일 정오시간은 중보기도와 예배시간으로 채워갔습니다.

5월이 되자 연수원의 치열한 경쟁과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많아졌습니다. 믿음이 강하던 신우회원들조차 공부를 이유로 신우회모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성적이 좋은 이들은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적이 좋지 않은 이들은 그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서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고시생 시절에도 오로지 합격을 최우선순위로 하여 오직 성적에만 매달리며 살아왔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합격하여 연수원에 들어온 후에도 임관을 위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삶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보며 여러 신우회원들은 안타까워하며 함께 연수원을 위해서 매주 금요일 점심식사 후에 한 차례 더 중보기도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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