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30 / 가로주택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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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30 / 가로주택정비사업 주민설명회를 다녀와서
  • 이용훈
  • 승인 2014.02.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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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한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사업이 뉴타운 출구전략 또는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 사업으로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현장 목소리는 접하지 못한 터라 시장 분위기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이미 2차례 설명회를 거쳤고 이번이 3번째란다. 참석자는 대부분 5~60대 어르신들로 한 40명쯤 되어 보였다. 첫 순서로 한 민간 개발업자가 공동사업자의 지위를 얻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뒤이어 그간의 진행을 도왔던 지자체 담당자와 주민 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1시간 30분 남짓 설명회에서 주민과 공공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한 쪽은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자력갱생을 도모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답답함, 그 상대편은 당근을 더 제시하기 전에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겠다는 불안감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불량한 주거환경, 소위 외벽에 금가고 금방이라도 빗물 떨어질 것 같은 낡은 저층 주택지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물론 헐고 새로 지으면 된다. 그러나 주택 빼고 달라지는 건 없다. 협소한 도로, 공원 하나 없는 삭막한 주거환경은 그대로다. 그래서 1만 제곱미터 이상을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해 정비계획에 따라 체계적인 공동주택지대로 변모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거주여건은 개선되었으나 광역적 측면에서 기반시설의 체계적인 개발이 도모되지 않았다. 광역적으로 보면 도로의 연계성, 공원의 합리적 배치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수의 정비사업구역을 묶어 광역단위 뉴타운지구로 지정한 후 개발계획은 공공이 수립하고 그에 맞춰 개별 정비사업구역에서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 줬다. 서울시가 뉴타운 폭탄을 곳곳에 심어놓게 된 이력이다. 그런데 급작스레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졌다. 특히 아파트 시장은 처참했다. 기존 재개발, 재건축사업구역, 뉴타운지구가 별수 있겠는가. 한창 진행되던 사업은 기약 없이 지연되고, 몇몇 구역은 해제 요건이 완화된 틈을 놓치지 않고 서둘러 사업을 백지화했다. 사업을 잠시 보류하거나 철회했다고 능사가 아니다. 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그대로이지 않은가. 그러니, 덩치를 줄이면서 어쨌든 개발을 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국토교통부나 서울시가 가로주택정비 사업에 잔뜩 기대를 거는 이유가 바로 혼기를 놓친 이런 뉴타운, 정비 사업을 정리해 줄 괜찮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가로주택정비 사업이 지닌 장점을 열거하다 보면 정비사업의 만능열쇠처럼 보인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정비사업 평균 추진 기간이 대략 8년이라 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길어야 3년을 넘지 않는다. 20호(세대)이상이면 구역지정 요건이 되고 기존 정비 사업에 있던 추진위구성 절차는 생략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기간 단축은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기존 주택 가치에 따라 1가구 3주택까지 분양이 허용된다. 2013년 도정법 개정에 따라 기존 정비사업구역에서 1가구 2주택이 가능해졌지만 3주택이라면 1가구는 거주공간으로 2가구는 임대용으로 활용하면 노후 세대의 재테크로도 만점이다. 노후 임대소득에 의지하는 어르신들의 불안감을 쉽게 잠재울 수 있다. 소수의 조합원 환경에서 주민의견 대부분을 수렴할 수 있어 다양한 평형 구성도 문제없다. 이 뿐인가. 기부채납 조건 없이 건폐율, 건축물높이,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설치 기준이 완화되는 점, SH와 같은 공공 사업시행자를 맞이할 경우 기반시설, 임시수용시설 건설비용을 시에서 보조해 주는 점, 주택 소유자 세대 당 최대 4억 5천만 원까지 연 2%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한 점까지 더하면 확실한 우량주다.

그렇지만 지뢰 두어 개 쯤은 피할 수 없다. 우선 용도지역에 따른 층수 제한이 걸림돌이다. 1종 일반주거지역이면 4층, 용적률 150% 이하, 2종 일반주거지역일 경우에는 7층, 용적률 200%이하로 설계해야 한다. 제한된 층수는 사업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90%의 동의율을 요구하는 조합설립요건이다. 단적으로 30세대로 구성된 구역에서 가구 소유자 1인은 연락이 되지 않는 외지인, 다른 1인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면, 실질적인 반대가구 1~2개면 사업은 첫 삽을 뜨지도 못한다. 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니 동의율 90%는 전원 찬성과 방불하단다. 첫 관문인 조합설립이 중간고사 없이 치르는 기말고사의 성격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주민들의 거듭된 요구는 선행적으로,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 요건을 기존 90%에서 80%로 하향시키는 법 개정이다. 그러나 전자는 기존 정비 사업에서 기부채납과 반대급부로 주어졌던 용적률 인센티브를 아무 대가 없이 주는 특혜로 인식될 수 있는 점, 후자는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수가 늘어날수록 재건축과 동일하게 인정해 준 매도청구권 행사 대상이 늘면서 강제 수용 사업이라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는 부작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진행주체의 비전문성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부각됐다. 주민설명회에서 의견을 피력한 주민 대부분은 연로한 터도 있지만 기존 재건축, 재개발사업과 이 사업의 성격·절차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지 못했고, 대강의 분담금 규모도 추산하지 못했다. 공공이 아닌 민간 공동사업자를 맞아들이면 이리저리 휘둘릴 게 뻔하고, 정비사업 관리자를 선정하고 대행시키면 사업비 부담과 아울러 진행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개연성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돈 안 푼 안 들이고 새 아파트로 갈아타보려는 잘못된 무임승차 욕구를 바로잡아주는 것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왕 이 사업을 뉴타운 및 정비사업의 출구전략으로 기대한다면, 조합설립에 동의한 주민과 지자체의 공동 부담 하에 최소한 사업성에 대한 감정평가기관의 개략 보고서라도 받아보는 보완책을 마련을 제안한다. 층수가 어쩌니 동의율 요건이 어쩌니 해도 주민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새 아파트로 갈아타는데 내 놔야 하는 쌈짓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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