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9 / 이주대책의 역사와 여수기름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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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29 / 이주대책의 역사와 여수기름유출 사고
  • 이용훈
  • 승인 2014.02.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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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 78조 1항은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주거용 건축물을 제공함에 따라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자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이주정착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공익사업시행지구의 인근에 택지 조성에 적합한 토지가 없는 경우 또는 이주대책에 필요한 비용이 당해 공익사업의 본래의 목적을 위한 소요비용을 초과하는 등 이주대책의 수립·실시로 인하여 당해 공익사업의 시행이 사실상 곤란하게 되는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이주대책대상자 중 이주정착지에 이주를 희망하는 자의 가구 수가 10호(戶) 이상인 경우에는 이주대책을 반드시 수립·실시하도록 강제한다.

이주자에게 공급할 택지를 조성하거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이주대책 내용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데, 새로운 생활의 근거지 조성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대책의 실시에 따른 주택지의 조성 및 주택의 건설에 대하여 「주택법」에 따른 국민주택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주대책 수립 불가 사유가 있는 경우와 이주대책대상자가 이주정착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상황이라면 이주대책을 갈음할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는데 이를 ‘이주정착금’이라고 부른다.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평가액의 30퍼센트를 기준으로 하한 6백만 원, 상한 1천 2백만 원을 책정해 놓고 있는데, 정착자금치고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액수다.

이주대책이 법률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73년 「산업기지개발촉진법」 제정당시이며, 이 때 이주정착지 조성에 관한 사항이 소개됐다. 물론 그 이전에 이미 정부에서 조성한 많은 이주정착지가 존재했다. 1950년대 도심지 주택상가 밀집지역(양동, 남창동, 남산동 등)의 화재민이나 한강변, 청계천변 등의 수재민을 위한 정착지 조성 사업, 1958년 도시철거민을 위한 미아리 정착지 조성사업은 법률상 의무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이주대책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들 이주정착지역들의 대부분은 서울 변두리 주변에 위치한 국공유지로서 교통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고 고지대 황무지 수준이라 상하수도, 전기 등 생활필수 시설조차 전혀 없었다. 단지 30제곱미터 남짓의 값싼 토지만을 제공해 준 것이다. 생활기본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주정착지는 예상한 대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급기야 1971년 광주이주단지에서 발생한 폭동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으로 1976년 제정된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령 제5조는 이주정착지에 도로?급수시설 등 지역조건에 따른 생활기본시설을 포함하도록 했고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토록 하였다. 현재 규정도 이와 동일하다.

한편, 우리 법원은 이와 같은 이주대책을 재산권의 정당한 보상 영역으로는 보지 않는 듯하다. 사업시행자가 기본적인 생활시설이 포함된 택지를 조성하거나 그 지상에 주택을 건설하여 이주자들에게 그 투입비용 또는 원가만의 부담 하에 개별 공급하는 것을 이주대책으로 정의하면서, 그 본래의 취지는 이주대책대상자들에 대하여 종전의 생활 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주기 위한 이른바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대법원 2002.3.15.2001다67126)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보상 대상자간 형평성의 불만이 싹트는 사각지대가 제대로 조명을 받아야만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주택 소유자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로 이주대책 규정이 명문화됐다면, 이주대책 대상을 확대하는 법 개정은 필연이다. 2011년 신설된「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 78조 2는 택지개발, 산업단지개발사업 등과 같은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공장부지가 협의 양도되거나 수용됨에 따라 더 이상 해당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 자가 희망하는 경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개발된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하게 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주대책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장 옮길 곳을 두루 찾아야 하는 제조업체 경영자의 고충 역시 새로 살 집을 찾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설 명절 들려온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소식은 1995년 씨프린스호 사건,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건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온 국민을 긴장케 했다. 대책회의를 통해 책임 있는 당사자가 우선 어민의 생계대책을 세워주는 선(先)보상을 하고, 보험 문제는 나중에 정산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려는 모양새를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적법한 공공의 침해에 대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보니 위에서 장황하게 소개한 토지보상법 상의 이주대책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지만, 이주대책이 명문화되기 전에도 허술했지만 국가 입장에서의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청정해역을 기름띠로 덮은 것에 대한 보상금이 확정되기까지 앞길이 구만리다. 정부든 관련회사든, 공익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해당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 전액(全額)을 지급하여야 하는 사전보상규정의 취지를 십분 살려 어민의 생계를 보듬는 일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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