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각료회의의 결렬과 향후 WTO 협상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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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각료회의의 결렬과 향후 WTO 협상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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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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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경희대 교수·국제경제법)


도하에서 칸쿤까지

지난 9월 10일-14일 멕시코의 칸쿤에서 개최된 제5차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는 최종 각료선언문 채택에 실패함으로써 결렬되고 말았다. 이번 각료회의는 지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시된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중간점검하고 향후 협상의 범주와 기본골격을 마련하여 본격 협상을 위한 토대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특히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농산물과 비농산물협상을 위한 세부원칙 합의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향후 세부원칙을 확정하기 위한 기본골격을 마련하고자 했던 칸쿤각료회의의 실패는 2004년 12월말까지 DDA 협상을 종결하고자 했던 당초 일정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였다.


칸쿤각료회의의 결렬배경

칸쿤각료회의가 결렬된 것은 외형적으로는 싱가포르 이슈(투자, 경쟁, 정부조달투명성, 무역원활화) 협상개시에 대한 개도국들의 반발때문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농산물부문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근본적인 입장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농산물은 칸쿤회의 전후부터 DDA 협상 참여국들을 구분시킨 민감하고 다루기 힘든 쟁점이었다. DDA 협상은 UR 협상때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일괄타결 방식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농산물부문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 대해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 개도국들은 농산물의 수출보조금 페지를 강력히 주장하였는데 반해, 미국과 EU는 국내보조 및 수출보조금 유지를 관철시키고자 하였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개도국들 또한 ACP-78 그룹을 결성하여 농산물부문에 대한 각료선언문 초안과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협상개시에 강력히 반대하였다. 이번 칸쿤회의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브라질이 농산물수출국 모임인 케언즈 그룹에서 이탈해 인도와 중국 등과 이른바 G-21을 결성하여 강력한 목소리를 내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페루, 이집트, 태국 등이 포함된 G-21은 세계인구의 반과 세계농민의 2/3를 차지하는 강력한 협상그룹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 및 일본과 같이 NTC(비교역적 관심사항) 그룹에서 공동보조를 취했던 EU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수출선진국 그룹에 가담하여 NTC 그룹을 이탈하였고, 케언즈그룹 또한 농산물수출선진국 그룹에 가담한 선진국들과 G-21에 가담한 개도국들로 양분됨으로써 기존 협상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결국 칸쿤각료회의에서 WTO 회원국들은 농산물부문과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향후 DDA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각료선언문을 채택하는데 실패하였다. 칸쿤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양보하지 않는 바람에 도하'개발' 협상이라는 당초 취지를 망각하고 타협에 필요한 최소한의 합의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선진국 또한 개도국의 절실한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칸쿤각료회의의 최후 승자는 누구인가? 칸쿤각료회의에서 세계화 반대시위를 주도한 NGO(비정부간기구)인가? 각료선언문초안에 강력히 반발했던 개도국들인가? 아니면 합의도출에 실패한 WTO 회원국들 모두가 패자인가?


세계은행에 의하면 DDA 협상의 성공은 2015년까지 세계소득을 500조 달러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중 60% 이상이 빈국에게 배분되어 1억 4천 4백만명을 빈곤으로부터 구출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리라 한다. 그렇다면 DDA 협상의 가장 큰 패자는 빈국인가? 결국 칸쿤각료회의는 비극(tragedy)으로 막을 내린 것일까?


향후 협상전망: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다행히도 칸쿤각료회의에서 각료회의 의장은 DDA 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금년 12월 15일 이전에 제네바에서 고위급 일반이사회를 개최하여 협상의 성공적 종결을 위해 필요한 결정을 한다는 취지의 별첨 각료성명(Ministerial Statement)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향후 협상일정은 12월 중순까지 수개월간 회원국들간의 협의하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3년 예정으로 개시됐던 UR 협상이 최종타결에 약 8년 정도 소요되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DDA 협상 역시 상당기간 연장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칸쿤각료희의의 무산으로 각국은 당분간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TA)의 확대나 쌍무협상을 통해 무역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특히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WTO와 같은 다자주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DDA 협상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멘텀 조성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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