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청와대 참모진의 무사려 무분별함에 대한 근심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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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청와대 참모진의 무사려 무분별함에 대한 근심걱정
  • 오시영
  • 승인 2014.01.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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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것 중의 하나를 들라면 그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의 정확성은 온 우주만물의 운행법칙이기에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거꾸로 돌게 하는 자는 천지만물의 이치를 뒤엎는 자로 결코 용서될 수 없다. 그런데 이 시간마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들어가면 늘었다 줄었다 한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속으로 뛰어 들어가 몸부림을 쳐본들 결국 시간의 정확성 앞에 두 손 두 발 번쩍 들고 순종할 수밖에 없다. 상대성이론 속에서 과거나 미래로 계산상 다가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몸 안에 퇴적된 시간의 누적분 자체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설혹 사람이 미래나 과거로 간다 한들 그 사람은 시간의 정확성 앞에서 죽을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참으로 정직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아무리 정확한 시계라고 할지라도 시간의 정직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죽어 있는 시계만이 하루에 두 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시계가 죽어 작동하지 않으면 정직한 시간이 스스로 찾아와 죽어 있는 시계의 시간에 스스로 맞추어 준다. 하루에 딱 두 번, 시간과 시계가 일치하는 이러한 삶의 이치는 시간에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는 순천지덕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스스로 작동하는 모든 시계는 아무리 정확한 시계라고 할지라도 시간의 정직성, 정확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 드물 것이고, 어찌 보면 작동 중인 모든 시계는 우주 속의 정확한 시간을 단 한 번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 채 영원히 틀린 시간을 가리키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는지도 모르겠다. 덩달아 우리 인간도 그 틀린 시간을 정확한 시간인 양 오인한 채 평생을 살아가고 말이다. 이처럼 오류의 일상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러기에 일상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한번쯤은 죽은 시계의 삶을 살 필요도 있다. 그 순간은 반성의 시간이 될 것이고, 그에 기초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다. 이쯤 되면 동네 양아치 수준의 패거리철학에 찌들대로 찌들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에 벌어진 “대통령 박근혜 시계사건”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원외지구당협위원장에게 남녀 한 세트씩 대통령시계를 다섯 세트, 열 개씩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각 지역구마다 배포되었다면 약 2천여 개의 시계가 배포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제작단가를 개당 5만 원 정도로 추산하더라도 1억 원이 넘는 국고(세금)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선거홍보비로 지출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저희가 가서 몇 번 (부탁했다), 무지하게 어렵게 만들어 낸 것이니 아무 데나 쓰지 마시고 좋은데 잘 쓰셔서 당협 운영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활용을 잘하시라고 말씀 드린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대통령시계가 갑자기 새누리당 ‘당협운영에 도움’이 되고 ‘활용’이 잘 되어야 할 선거홍보선심용물품으로 둔갑되고 만 것이다. 더 나아가 홍 사무총장은 또 “6월4일 (지방선거가) 잘 안 되면 우리 말마따나 개털이다. 이번에 잘 안 되면 어렵고 힘든 공포의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말고…”라는 발언을 연이어 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시계를 지방선거 목적으로 활용하라는 은근한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말았다.

역대 대통령이 해 왔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 기념시계를 제작해 청와대를 방문한 손님들이나 필요한 목적에 따라 기념품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나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품위와 권위를 고려할 때 꼭 쓰여야 할 사람과 장소에 말 그대로 “기념품”으로 하나씩 주어져야 하는 것이지, 이처럼 우는 아이 사탕 집어 주듯 다섯 벌, 열 개씩의 시계를 뭉텅이로 줄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아무리 양보해도 상식적이지 않다. 한 마디로 비정상적인 것이다. 오래된 개인적 경험이지만, 예전에 대학교 수석졸업생들에게는 국립은 대통령시계가, 사립은 지금으로 치자면 교육과학부장관 명의의 시계가 부상으로 주어졌었는데, 운이 좋게 교과부장관의 직함이 새겨진 시계를 부상으로 받아 차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 교육공무원선배가 그 시계를 보더니 자기의 비싼 시계랑 바꾸자고 하도 졸라 바꿔줬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선배는 그 시계를 차고 다니니 교육청 내 공무원들이 관심을 보여 상당히 부러워하더라는 후일담을 사석에서 들었던 적이 있었다. 교육청에서 교과부장관 명의의 시계 하나에도 교육공무원들의 태도가 이럴진대, 대통령으로부터 하사(예전에는 하사라고들 했다)받은 봉황 휘호가 그려진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완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그러랴 싶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머리로만 돌아가는 것인가? 선한 의도로 대통령시계를 증정받은 이는 그 자체로 귀한 기념품이고 자랑이 될 일이겠지만,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일수록 대통령시계를 하사받은 특별한(?) 신분임을 과시하며 거들먹거릴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홍문종 사무총장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부탁”해서 받아내었으니, “이 시계를 지방선거용품”으로 잘 활용하여 “지방선거에 패배해서 개털이 되어 공포의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황당한 발언을 공공연히 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 박근혜 대통령이 시계를 나누어주라고 구체적으로 직접 지시했겠는가? 하지만 청와대를 대표하는 분이시니, 이러한 선거활용 목적의 물품증정이 공직선거법위반임은 명약관화하므로 홍문종 사무총장과 청와대 관계공무원들에 대하여 수사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지시하는 것이 옳다. 청와대 관련공무원들에 대하여는 국고를 낭비한 것에 대한 배임죄 여부를 추가로 물어야 하고, 불법용도로 잘못 반출된 시계를 모두 회수토록 하여야 한다. 예산 범위 내에서 썼다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지 그 변명언어의 구차함 앞에 더 할 말을 잊는다. 옛말에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며 배밭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 했다. 의심받을 행동을 아예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넉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이때에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협작하여 대통령시계를 부당하게 대량반출받아 지방선거전의 홍보물로 불법사용하겠다는 목적을 명백히 밝혔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없이 필자가 이 칼럼을 통해 지적해 왔지만 이번 대통령시계사건 역시 “청와대 참모진의 사리분별력의 부재”가 참으로 심각한 위난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멈추어 설 곳과 나아갈 곳을 분별하는 최소한의 상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해 진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의 장소여야 하고, 이성의 장소여야 하고, 최대한의 감성의 장소여야 하고, 국가철학이 생산될 수 있는 인문학의 결집처여야 한다. 행정부의 수반이자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인품과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 바로 청와대이기에 청와대의 일거수일투족은 곧바로 국격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대통령시계를 열 개씩이나 “엿장수 맘대로 가위질하기”처럼, “아나 엿 먹어라” 하며 엿 잘라 주듯 나누어주게 되면, 지금과 같은 공직선거법위반시비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데도, 그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의 무능력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곳이 청와대라면 진짜 문제가 아닌가 말이다.

우발적이거나 고의적이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니 신이 아니기에 누구나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실수 후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삼아 반성하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지혜로운 자의 태도이다. 물론 그러한 주의에는 깊은 반성이 함께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공자도 하루에 세 번 반성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반성한다는 것은 동일한, 또는 동일한 유형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결과를 통해 증명된다. 지금 청와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완전 사당패거리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치철학부재자들의 집합처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조훈현 전 국수나 이창호 전 국수 등을 초청해 최소한 세 수 앞 정도는 내다보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하지 않겠나 하는 조언을 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공사의 구별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둑 아마 3단 정도 수준에 불과한 필자도 바둑을 두다 보면 상대방의 공격에 무너질 것이 뻔히 보여 안심하고 내 바둑알 하나 놓을 곳을 찾느라 고심하는데, 프로 바둑기사들은 오죽 하겠는가? 적어도 청와대 참모진이라면 국가통치의 최고 고수들의 집합처야 하고, 바둑돌 하나 놓기를 겁내며 심사숙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몇 번 부탁하니 “그럽시다.” 하고 대통령시계를 대량으로 박스채 내려 보낼 결정을 하는 청와대 참모진이라면 바둑 18급수준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청와대참모진을 향해 “제발 철 좀 들어라, 철 좀 들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져 새누리당 당협위원장들에게 사사로이 열 개씩 나누어져 지방선거의 홍보물로 전락한 지금, 대한민국의 시계는 정확하게 미래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벤자민 버튼의 시계처럼 거꾸로 가고 있는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겠지만, 천만 국민들이 영화 “변호인”을 관람하며 눈물짓는 그 이유를 좀 가슴 깊이 성찰해야 하지 않겠는가? 청와대에서 사심이 난무하는 것은 국민적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은 늙은이로 태어나 어린이로 죽어간다. 시간이 옳게 흘러 어린 아이로 태어나 늙은이로 죽어가는 거나, 시간이 거꾸로 흘러 늙은이로 태어나 어린 아이로 죽어가는 거나 같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청와대는 지금 정의의 시계, 공명정대해야 할 민주주의의 시계를 자꾸 거꾸로 돌리려고 하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지금 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대통령시계사건의 관련자들을 공직선거법위반이나 배임죄 등으로 형사처벌하거나 징계하고, 불법부당반출된 시계를 모두 회수하여 폐기하고 관련자들로부터 국고손실분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청와대의 지방선거개입금지 및 공정한 선거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18대 대선 댓글연관혐의를 받고 있는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부사령관이 청와대국방비서관으로 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기대 역시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만 말만이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시간의 진정성과 정직성을 언제나 믿는다. 죽은 시계도 하루에 딱 두 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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