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7 / 열린 사회! 닫힌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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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27 / 열린 사회! 닫힌 사업!
  • 이용훈
  • 승인 2014.01.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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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방대한 수학의 영역 중 해석학, 대수학, 기하학의 주춧돌이라고 평가받는 ‘집합론’에서는 ‘열려 있다’ 혹은 ‘닫혀 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예컨대 정수 전체의 집합은 ‘덧셈’ 연산에 대해 닫혀 있다고 말을 한다. 이를 쉽게 풀면 정수로 구성된 집합에서 임의의 두 정수를 빼내 더했을 때 그 결과물이 모 집단인 정수 집합의 어느 한 원소에 해당되면 정수 집합은 덧셈이라는 연산에 대해 닫혀 있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리 사회는 ‘닫혀 있는’ 사회 그 자체였다. 정보 제공자 측에서 알아서 시의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고 내놓으라고 호통 치거나 통사정할 때야 비로소 내 재산권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창구도 드물었고 개인이 당당하게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이것저것 알면 시끄러워지고 귀찮아진다는 태만과 불성실이 공직사회나 행정청 전반에 깔려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제는 쉬쉬하고 마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열린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요즘 이런 분위기가 감정평가업계에도 스며들고 있는 듯하다. 평가 결과를 둘러싼 이해관계인 간 법적 다툼이 이전에 비해 급속히 증가했다고 한다. 법적 다툼으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평가 결과물이 도출된 근거를 요구하는 사실조회요구서가 개인사무소와 평가법인에 무수히 통지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평가하는 것이 어디 말이 되는가. 정상적으로 감정평가를 수행했다면 근거 자료가 분명 존재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실조회요구서에서 요청한 사항을 문서로 답변 못할 이유가 없다. 감정평가영역도 과거 닫혀 있던 사회에서 열린사회로 떠밀려 이행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정비사업 구역 내 조합원 재산에 대한 평가 결과도 예외 없이 이해관계인인 조합원에게 터놓고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업을 할 지 말 지 결정하기 한참 전에 통지된다는 점이 요즘 달라진 점이다.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지나고 관리처분 전 뒤늦게 종전자산 결과를 통지하고 조합원에게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든 후 엉겁결에 사업을 진행하던 과거의 추태를 생각하면 분명 진일보한 형국이다. 그러나 매를 먼저 맞는 것이 나은 건 분명한데, 결과에 실망감을 느끼는 시점도 앞당겨졌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한다.

최근 한 기사에 추가 분담금 폭탄을 받은 뉴타운 구역 내 한 조합원의 사연이 소개됐다.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수 년 전 2억 8천 만 원을 주고 구입한 단독주택의 평가액이 구입한 금액보다 1억 천 만 원이나 적은 1억 7천 만 원에 통보된 것이다. 물론 구입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싸게 사 놓고 왜 평가 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지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구입할 당시 적정 시가로 구입한 조합원도 불과 수 년 사이에 몇 천 만원 재산 가치가 하락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 사업성 없는 정비사업구역에서는 누구도 일말의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손실의 정도는 차이가 나겠지만 말이다.

정보가 시의 적절히 제공되게 되었으니 공은 조합원 몫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감정평가금액이라고 목소리 높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 사업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아우성은 무책임한 표현일 수 있다. 사업성이 없으면 안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도 시공사 부추기는 대로 쉬쉬하고 사업시행인가까지 진행해 퇴로가 험해진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말이다.

정비사업 구역 내 조합원을 위한 한 가지 제언이 있다. 정비 사업은 철저히 참여자에게 ‘닫혀 있는’ 구조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사업성이 안 좋으면 조합원 모두가 분담금을 더 주고 입주해야 한다. 조합원 간 손실과 이득의 상대적인 격차는 있겠으나 전체적인 사업성의 여파는 개별 조합원 모두에게 미친다. 그러니, 정보는 열려 있고 결과는 닫혀 있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조합원의 선택의 결과가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사업이 바로 정비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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