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회로에 희망을 거는 사시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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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회로에 희망을 거는 사시생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1.17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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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제56회 사법시험이 대장정에 돌입했다. 원서접수 결과는 수험가의 예상대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된 이후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지원자 수는 올해 결국 만명선이 무너졌다.

올해 사법시험 지원자는 총 7,427명이다. 지원자 수는 크게 줄었지만 선발인원의 감소폭이 더 커 경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37대 1에 이른다. 6,850명이 출사표를 던진 1차시험의 경우, 통상 2차시험 합격자 수의 5배수 가량을 선발하는 관례에 따르면 면제자를 제외하고 430여명을 선발할 것으로 보여 15.93대 1의 경쟁이 예상된다. 이처럼 좁아질 대로 좁아진 합격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험생들은 분초를 아껴가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원서접수를 통해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들어 28% 수준을 보이던 지원자 수 하락률이 26%로 다소 둔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신규 수험생의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수험생들의 방향 선회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법조인을 꿈꾸며 사법시험에 도전하던 지인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선발인원과 결국 완전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될 운명에 굴복하고 공무원이며 각종 자격증 시험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라기보다 다분히 등 떠밀려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법시험의 길에 들어선 이상, 합격해서 나가지 않는 한 평생 한으로 남는다”는 말이 있다. 할 만큼 다 했다고 손을 털고 나가도 아쉬움이 남을 판에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가장 빛나는 시절을 통째로 바친 꿈을 포기하는 마음이 얼마나 쓰리겠는가.

기존 수험생들 중 일부는 새로운 제도에 순응하고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법시험 준비에 매진하느라 변변한 스펙이나 학점도 갖추지 못했고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나이 제한, 학벌 등이 걸림돌이 돼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 때 1천명을 선발했던 사법시험이 올해는 고작 200명을 선발한다. 그나마도 내년, 내후년에는 더 줄어든다. 지금 수험생들은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 공부보다 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 사법시험 수험생은 “사법시험이 아무리 적은 인원을 선발하더라도 존치만 된다면 꿈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시험이 폐지될 것이라는 두려움, 그래서 법조인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룰 길이 막힌다는 두려움이 가장 힘들다”며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전했다.

지금까지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수험생들은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폭탄을 내려놓고 떠나거나 끝까지 끌어안고 있는 수밖에 없다. 예정된 시간이 되면 폭탄이 터지겠지만 혹시 불발탄으로 끝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반신반의하며 기대를 걸고 있는 대로 사법시험이 소수 선발로나마 존치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지난해 연이어 예비시험 도입 등 로스쿨제도 이외의 법조인 진입로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올해 본격적인 입법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바라는 대로 사법시험이 존치될 수 있을지 아니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제도가 새롭게 도입될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충분한 준비와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탁상공론을 통해 도입되고 변경된 시험제도 등으로 인해 많은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어 왔다. 법조인 선발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은 물론 청운의 푸른 꿈을 품고 지금도 책과 씨름하고 있을 수험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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