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 지역할당제, 실효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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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 지역할당제, 실효성 있을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1.0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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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성 기자

이르면 올해 입학전형(2015학년도)부터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해당 지역 대학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하는 지역할당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정말 로스쿨 지역할당제가 가능한 일일까?

로스쿨 지역할당제 논의는 2008년 로스쿨 1기 선발결과 지방대학 로스쿨 인원 대부분을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률서비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해 로스쿨을 권역별로 배분했다. 그러나 지방 로스쿨에 진학한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 다시 수도권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같은 취지가 유명무실해 진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정세균 의원 등이 해당 권역에 소재하는 대학의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를 1/2 이상 선발하도록 하는 로스쿨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내놓은 ‘지방대학 육성방안’에 로스쿨 지역할당제가 포함되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로스쿨 지역할당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지방대 육성의 시급함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정원미달과 졸업생들의 취업난 등이 우수학생의 지방대 기피로 이어지며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것. 또 이들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대의 발전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로스쿨 지역할당제 등을 통한 우수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로스쿨 지역할당제가 지방대학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도권 대학 출신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지역할당제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오히려 지역에 연고가 깊은 이들이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의견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수도권 대학 출신 등의 희생을 감수하고 도입하는 로스쿨 지역할당제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먼저 로스쿨 지역할당제로는 해당 지역 대학 출신이 로스쿨에 진학한 후 그 지역에 정착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취업을 위해 법률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개정법안의 내용 자체도 문제다. 로스쿨 지역할당제는 법 제15조 제3항을 통해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졸업예정자 포함)의 수가 학생 모집 전체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같은 조 제4항에서 “해당 지역의 범위, 비율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하도록”했다. 개정법은 ‘노력’과 ‘학칙’으로 다소 과도한 융통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위해 졸업사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는 로스쿨들이 지역할당제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인가.

구체적인 실효성 판단은 할당제 적용 범위가 확정돼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목적은 달성도 못하고 애꿎은 수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시작 지점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 로스쿨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원인부터 다시 파악해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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